
① 사실 팀장이 가장 괴롭다 - 평가편 -
→ 다시 읽기 : https://opst.me/0qDLdD
② 사실 팀장도 모른다. - 채용편 -
→ 다시 읽기 : https://opst.me/e4MnjZ
어렵게 경력직 한 명을 뽑았다. 나한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7의 남자'.
그런데 반년도 안 되어 그가 조용히 사직서를 냈다…
팀장은 억울하다. 기존 팀원들에게 잘 챙겨 주라고 몇 번을 말했고, 힘든 일이나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아무런 신호도 없이, 갑자기 떠난다고 한다.
내가 뭘 잘못했지? 그리고 하나 더! 인사팀은 채용 이후에 대체 뭘 해 준 거지?
사실 이 장면은 예외가 아니다. 한 조사에서 기업의 84.7%가 입사 1년 안에 떠난 직원을 겪었고,
조기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도 야근도 아닌 '직무·조직에 적응하지 못해서'(45.9%)였다.
게다가 떠난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입사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적응의 실패는, 첫 석 달에 몰려 있다.
HR담당자에게 두 번째 질문이 뼈아프지만, 정당한 질문이다.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HR에게 애초에 무엇이 준비되어 있었느냐다.
신입사원을 떠올려 보자. 회사는 이들에게 꽤 공을 들인다. 입사 후 몇 주에서 몇 달에 이르는 집합 교육,
현업 배치 뒤에도 이어지는 멘토-멘티 제도, 그리고 일정 주기마다 돌아오는 HR의 케어.
신입의 첫 1년은 제도가 촘촘히 받쳐 준다.
그런데 경력직은? 아무것도 없다. 정확히는, '경력직이니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기대만 있다.
문제는 그 기대를 받아 낼 준비가 어디에도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채 문화가 강한 회사일수록, 팀을 몇 년째 이끌면서도 경력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팀장이 흔하다.
신입은 백지에 그리면 되지만, 경력직은 이미 다른 색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어떻게 섞어야 할지, 팀장도 처음이라 모른다. 팀원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온 경력자를 은근한 경계의 눈으로 본다.
HR담당부서 역시 수시로 들어오는 경력 입사자를 건건이 챙길 여력이 없다.
그래서 경력직의 소프트랜딩은,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그냥 던져진다. 잘되면 다행,
안 되면 그만. 모 아니면 도다.
경력직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전 회사에서 5분이면 끝낼 간단한 일이, 옮기고 나니 한 시간씩 걸린다고.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다. 시스템도, 결재 경로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전부 낯설기 때문이다.
낯선 것은 실력이 아니라 특히 맥락이다.
그런데 '경력직이니까 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첫날부터 그대로다.
맥락은 0에서 시작하는데 기대치는 100에서 출발한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 유능했던 사람도 흔들린다.
내 이직이, 정말 맞았을까. 그 물음이 잦아질 때쯤, 사직서는 이미 서랍 안에 있다.
팀장이 몰랐던 건 이거다. 경력직도 첫날엔 신입이다. 다만 아무도 그를 신입처럼 대해 주지 않을 뿐이다.
팀장의 두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자. "인사팀은 뭘 해 준 거지?" 신입에게 그 촘촘한 제도를 설계해 준 것이
HR이라면, 경력직에게 아무 제도가 없는 것도 HR의 몫이다.
경력직 온보딩을, 믿음과 운에서 설계로 옮겨야 한다.
첫째, 입사 후 첫 석 달의 지도를 그려 준다. 흔히 '30·60·90'이라 부르는, 입사 30일·60일·90일 시점마다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미리 정해 두는 온보딩의 기본 틀이다. 다만 신입용을 그대로 재탕해선 안 된다. 경력직에게 필요한 건 직무 교육이 아니라 '맥락의 이전'이다. 조직도 뒤에 숨은 실제 의사결정 경로, 우리 회사식으로 일이 돌아가는 방식, 꼭 알아야 할 이해관계자 지도. 5분이 한 시간이 되는 그 간극을 정면으로 겨눈다.
둘째, 기대치를 명시적으로 재설정한다. "경력직이니 바로"라는 암묵적 압박을 HR이 걷어 낸다. 90일 안에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해내면 되는지, 팀장과 경력직과 HR이 같은 종이 위에서 합의한다. 막연한 '바로'를 '언제까지 무엇'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불안의 절반이 준다.
셋째, 팀장과 팀을 미리 준비시킨다. 경력직을 처음 받는 팀장에게는 '경력직 맞이 가이드'를, 팀원에게는 이 사람이 왜 왔고 무엇을 함께 하게 되는지를 미리 공유한다. 경계의 눈초리를 역할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이 세 가지는 팀장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입에게 붙여 준 그 시스템의 절반이라도 경력직에게
옮겨 붙이는 것, 그것이 HR이 팀장에게 건넬 수 있는 답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이것은 경력직의 역량 자체가 팀과 맞을 때의 이야기다. 사람이 애초에 안 맞았다면, 그건 온보딩이 아니라 채용의 문제다.
우리 온보딩은 신입 기준으로만 설계되어 있지는 않은가요? 경력직용은 따로 있나요?
경력직에게 '맥락'(의사결정 경로·이해관계자·우리팀의 일하는 법 등)을 전해 줄 장치가 있나요?
"경력직이니 바로"라는 기대치를, 90일 단위로 팀장·본인과 함께 합의했나요?
경력직을 처음 받는 팀장과 팀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나요?
경력직이 조용히 떠날 때, 그걸 '개인의 부적응'이 아니라 '온보딩의 공백'으로 판단 할 수 있나요?
신입은 시스템이 키우고, 경력직은 팀장 혼자 떠안는다. 그러나 경력직도 첫날엔 신입이다.
팀장이 못 키우는 게 아니라, 경력직을 받쳐 줄 구조를 아무도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사람은, 결국 인사담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