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리더가 조직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도저히 정이 안 가는 부하직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력은 있는데 태도가 마음에 안 들거나, 가치관이 너무 달라 소통조차 꺼려지는 이들을 마주할 때 리더의 마음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럴때 고전 속 유비의 '삼고초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지극한 정성'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그 세 번의 방문 동안 유비가 짓눌렀을 '인간적인 거부감'과 '구겨진 자존심'입니다.
삼고초려 당시 유비의 상황을 냉정하게 복기해 봅시다. 유비는 마흔일곱의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당대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경영자였습니다. 반면 제갈량은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스물일곱의 새파란 신규 입사 후보자에 불과했습니다.
유비라고 왜 짜증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눈보라를 뚫고 찾아갔더니 "낮잠 자는 중이다", "어디론가 놀러 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의 본심은 아마 "이 친구, 선을 넘네?"였을 것입니다. 장비가 "집에 불을 질러 끌어내자"고 했을 때, 유비의 속마음 한구석도 시원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비는 자신의 호불호(Like/Dislike)를 철저히 배제하고 필요(Need)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제갈량이라는 '자원'이 없으면 자신의 비전인 천하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략가였기 때문입니다. 즉, 삼고초려는 따뜻한 감동 스토리가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해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고 경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극히 차가운 전략적 선택입니다.
현장의 리더들과 상담하다 보면 "리더로서의 체면"이나 "권위" 때문에 성과를 내는 직원을 방치하거나 밀어내는 경우를 봅니다.
"내가 저 친구 비위까지 맞춰가며 일해야 합니까?" "저런 태도는 우리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아요."
물론 문화적 적합성(Culture Fit)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 리더들이 말하는 '문화'는 사실 리더 개인의 '취향'일 때가 많습니다. 리더의 진짜 자존심은 '나를 대우해 주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미션을 완수하는 것'에서 나와야 합니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직원이라도, 그가 조직 운영상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가졌다면 그를 붙잡고 성과를 내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실력입니다. 내 감정이 상한다고 해서 핵심 자원을 내치는 것은 리더로서의 직무유기에 가깝습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고개를 숙인 것은 자존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큰 자존심(대업 성취)을 지키기 위해 작은 자존심(개인의 체면)을 버린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리더를 힘들게 하는 부하직원은 늘 존재합니다. 그들은 때로 무례해 보이고, 때로 리더의 방식을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때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감정의 격리입니다.
직원의 까칠한 태도나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을 '나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유비가 제갈량의 집 마당에서 몇 시간을 서 있었던 것은 그 상황을 '모욕'이 아닌 '검증의 과정' 혹은 '필요한 비용'으로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직원을 대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십시오.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그의 성과 때문인가, 아니면 나의 취향 때문인가?"
"이 사람의 부재가 우리 조직의 목표 달성에 타격을 주는가?"
만약 후자라면, 리더는 자신의 호불호를 내려놓고 그를 붙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의 숙명입니다.
리더 한 명의 인내가 조직에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대체 불가능한 성과: 유비가 얻은 것은 단순한 참모가 아니라 '천하삼분지계'라는 승리 공식이었습니다. 껄끄러운 직원의 역량이 조직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라면, 리더의 인내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입니다.
조직의 다양성 확보: 리더와 닮은 사람들로만 채워진 조직은 당장은 편안하지만 위기에 취약합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 직원이 사실은 조직의 사각지대를 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확장: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까지 품어 성과를 내는 리더는 조직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권위를 얻게 됩니다.
리더의 품격은 권위를 내세울 때가 아니라, 조직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기꺼이 도구로 사용할 때 완성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팀에 도저히 마음이 가지 않는, 하지만 실력만은 확실한 누군가가 있습니까? 그를 향한 당신의 불편함은 어쩌면 그가 가진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유비처럼 때로는 체면을 구기고, 때로는 귀찮음을 무릅쓰십시오. 리더의 구겨진 자존심 위에서 조직의 성취라는 보상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