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CEO 조조와 유비
[소설 삼국지]에 더 친숙한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인물은 유비지만 ]정사 삼국지]에선 여러 면에서 조조를 더 높이 평가한다. 삼국지의 주인공을 유비로 알고 있는 일반 독자에게는 그와 대척점에 서 있던 조조가 악역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나라를 경영했던 경영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조조에게 배울 점이 많다.
문무를 겸비했던 조조의 고향 안휘성 박주의 조조기념관엔 밀랍으로 만든 세 개의 조조상이 있다. 각각 정치가 조조, 군인 조조, 시인 조조 상이다. 최근 유비와 조조를 비교한 문헌은 생각보다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CEO로서의 조조를 살펴보면서 그의 리더십을 연구한 내용들이다.
전체적으로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조조가 유비보다 더 성공한 리더임을 알 수 있다. 조조가 역량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확보 및 활용’ 덕분이다. 유비의 오른팔이었던 관우의 마음을 얻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꼭 필요한 인재라 생각하면 온 마음을 쏟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밑에 두고자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조조 밑에만 가면 사람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조조가 관도대전에서 이기고 천하의 패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결은 바로 그의 용인술에 있었다.
[삼국지]에 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조조 진영의 층이 두텁고 다채로웠음을 알 수 있다. 조조의 사람 욕심 때문이었다. 조조가 아들 조비에게 남긴 유산 중 가장 값진 것이 좋은 인재풀이었다고 평가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회장은 "나는 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보냈다"고 했다. GE의 잭 월치 전 회장도 자신의 시간중 절반 이상은 사람 관련 일이라고 했다. 최근 삼성이 인재확보를 위해 매년 전용기를 50회 이상 띄우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을 귀히 여길 줄 모르는 CEO들이 있다. 맨땅에서 회사를 일구어 회사를 성장시킨 창업주들은 대부분 오랜 인연들을 끝까지 챙긴다. 그러나 이를 물려받은 2세들 혹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들은 이들을 구세대라 여기고 신기술과 트렌드에 익숙한 젊은 리더들로 무리한 세대교체를 진행한다. 그야말로 지식을 얻고자 지혜를 버리는 셈이다. 물이 저절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세대교체는 자연스레 진행하는 것이 좋은데 말이다.
유비는 20번 정도의 전쟁을 치르면서 절반 정도의 승리를 거뒀지만 조조는 30 여 번의 전쟁에서 80% 이상의 승률을 자랑했다. 적극적인 인재 개방 정책으로 신분, 혈통 등에 상관없이 실력과 재주 만으로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이다. 리더로 성공하려면 인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인재를 찾아내고, 그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음모와 계략이 판치던 고대 전쟁 뿐 아니라 현대 기업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재는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기다려서는 안된다. 리더가 적극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나이, 출신, 성별 등에 상관 없이 말이다. 그리고 이미 함께 하고 있는 인재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결국 끝까지 함께하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이런 인재를 볼 줄 아는 눈을 지녀야 한다.
<삼국지연의>는조조를 간신으로 묘사하지만 삼국지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다. 비록 조조가 부하들에게 사랑 받는 리더는 아니었으나 남에게는 엄격하면서 자신에게 관대한 리더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은 무조건 배제하는 리더들은 조조의 용인술을 다시 한 번 돌아봄직하다. 인재를 잘 알아보고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공 비결이기 때문이다.
※표지사진 출처 : 매경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