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하는 인사 담당 후배에게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언덕이 사라진 후
대기업에 근무할 때에도 조직의 병폐가 많았다. 부서와 개인 이기주의가 심했고, 상사와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 아무리 직무 역량이 뛰어나고 성과가 높아도 상사가 싫으면 좋은 평가 등급을 받기 어려웠다. 위계에 의한 보이지 않는 견제와 갈등이 심했다. 정해진 규정이나 지침에 반하는 행동이나 보고서 작성을 할 수 없었다. 내 일이 아닌 상대의 일에 제언하는 것도 간섭하는 일이 되는 문화였다. 그러면서도 밤에 어울려 음주를 즐겼는데, 참석하는 사람이 대부분 정해져 있었고, 불참은 충성심을 의심받는 행동으로 간주하였다.
많은 병폐를 가진 회사지만, 퇴직을 하면 회사 언덕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 퇴직한 후, 매일 내 자리라고 했던 책상과 의자에 앉을 수도 없지만, 어렵게 사무실에 들어가 내 자리가 그렇게 낯설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내 자리가 아닌 회사의 자리에 잠시 앉아 있었을 뿐인데, 있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다. 회사 근무할 때에는 대부분 일에서 갑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 철저한 을이 된다. 처음 얼마 기간은 전관 예우를 해주지만, 지인이 사무실에 보이지 않을 때에는 방문도 쉽지 않고, 모든 일이 계약에 의한 사무적으로 진행된다. 후배들은 선배와 불편함인지 별도의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도움은 받지 못하지만 이 회사에 근무했다는 자부심만 간직하고 있게 된다.
언덕이 사라진 후, 자신의 역량으로 개척해야 한다.
지인을 공략하는 일이 더 쉽다는 것을 알지만, 지인이 불편해 함을 알기에 연락이 조심스럽다. 꿈과 목표가 있고 사라지지 않은 열정을 믿기에, 맨 땅을 두드려 본다. 언덕 안에 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 두 번 거절이 아닌 말도 꺼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나면, 세상이 쉽지 않음을 배운다. 언덕에 있을 때, 선배와 지인의 방문에 적극적으로 응해 준 것이 얼마나 여유 있는 행동이었음을 느낀다. 열심히 두드리지만, 냉랭하다. 아니 관심이 없다. 가끔 담당자가 만나자고 하면 감사하게 된다.
인사 팀장이나 임원으로 근무 후 새 출발
기업에서 인사 팀장이나 임원으로 20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 퇴직한 후배들이 제 2인생을 살겠다며 도전하는 일이 크게 4가지이다.
첫째, 인사 강의와 컨설팅을 업으로 하는 회사 창업이다. 회사에서 많은 지식, 경험은 기본이고 중요한 것은 컨텐츠와 네트워크이다. 요즘 퇴직하는 후배들은 개인 정보 보안으로 컨텐츠가 없다.
둘째, HR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린 헤드헌팅 사업의 추진이다. HR 직무 수행을 하며 각 포지션의 역할과 책임, 지식과 경험의 조건 등을 잘 알기 때문에, 넓은 네트워크로 경력직 또는 전직자를 위한 취업 알선 업무를 수행한다.
셋째, 인력 지원 사업이다. 대기업 HR 팀장 이상 임원의 경우, 대기업 계약직 또는 일용직의 인력 제공 및 관리 사업을 맡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넷째, 재취업이다. 그 동안 HR 지식과 경험을 살려 중소 기업의 계약직 직원으로 재취업하는 것이다. 정년퇴직을 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무기 계약직이면 매우 좋은 조건이고, 통상 2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사실 4가지 경우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새 출발하는 인사 담당 후배에게 전하는 말
퇴직과 동시에 갈 곳, 할 일, 만날 사람이 없이 거실을 지키는 천덕꾸러기는 곤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