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하반기부터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노무상담, 자문 등을 하다보면 특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노무사님, GPT는 이렇게 말하는데요?", "제미나이는 노무사님 이야기랑 다르던데요?"생성형 AI를 마치 또 하나의 전문가처럼 여기며 생성형 AI의 답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습들이다. 문제는 이 신뢰가 ‘참고’의 수준을 넘어 실제 의사결정의 근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겪은 사례를 소개하자면 전국에 있는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통일하는 프로젝트였다. 각 사업장마다 다른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 등을 통일해야 했다. 근무형태, 업무방식, 관행까지 제각각이었던 근로조건을 통일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일부 근로자들에게는 불편 혹은 불이익이 발생했다. 자녀 등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진 경우, 오전 학원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등 생활상의 불이익이 생긴 것이다. 또한 실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근로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시급을 인상해 소득의 80% 이상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케이스를 생성형 AI에게 물으면 대부분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계약의 명시)에 따라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처럼 취업규칙 변경과 개별 근로계약이 상충할 경우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한다는 법리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문을 맡은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위 케이스는 이슈가 실제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리고 특정인의 사정을 고려해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는 사실상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결국 경영진과 근로자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구성해야 했다. 먼저 질문을 던졌다. 개인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 정책의 시행을 미룰 수 있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일부 근로자에게만 기존 제도를 유지해줄 의향과 가능성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결국 정해진 방침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생활상의 불이익보다 제도 변경의 필요성이 더 크다. 회사는 실질소득 보전 등 제공할 수 있는 배려를 하려 노력했다. 일부에게 예외를 두었을 때 발생할 향후 노무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이런 정무적 판단까지 포함한 여러 논리를 구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