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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경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진
김세진Sep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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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경쟁을 위한 선발 라인업

팀 스포츠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 중 하나는 선발 경쟁이다. 경기 당일,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벤치에 앉아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어떤 선수는 훈련과 노력의 땀방울을 경기장에서 증명하지만, 또 다른 선수는 벤치에서 머릿속으로만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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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서 이런 긴장은 매일같이 이어진다. 연습경기나 훈련 장면에서는 늘 선발 라인업이 가려진다. 예를 들어, 같은 포지션을 두고 다투는 두 선수는 하루하루 전술 이해도, 체력, 집중력을 비교받는다. 누가 더 많은 스프린트를 했는지, 누가 더 빠르게 압박을 끊어냈는지가 그대로 감독과 코치의 눈에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경쟁은 단순히 ‘자리 싸움’이 아니라 팀 전체의 질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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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발 선수가 기량을 끌어올리면, 선발 선수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한다. 벤치에서 오랫동안 참고 있던 선수가 교체 투입되어 한 방을 터뜨릴 때, 주전은 다시 긴장한다. 서로 밀어내는 듯 보이지만, 결국 팀 전체가 함께 위로 올라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경쟁이 늘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코치가 선발 기준을 불투명하게 운영하면 분위기는 곧장 무너진다. 특정 선수가 아무리 폼이 떨어져도 계속 기용된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이렇게 생각하다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어. 감독 눈 밖에 나면 끝이야' 그 순간 경쟁은 동기부여의 조건이 아니라 체념과 무기력으로 바뀐다. 훈련의 질도 떨어지고, 벤치에 앉은 선수는 ‘내 차례’에 대한 기대 자체를 포기해버린다. 결국 경쟁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판단 기준의 공정성과 기회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승진, KPI, 성과급은 조직의 선발 명단과 같다. 모두가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다.이 제한된 기회 때문에 긴장이 생기고, 긴장은 곧 잘하고자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건강하게 경쟁이 작동할 때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존재 자체에서 자극을 받는다.

예를 들어, 동기 중 한 명이 새로운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 성과를 내면, 다른 동료는 자연스럽게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누군가가 해외 법인에 파견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남은 사람들도 자기 역량을 갈고닦으며 기회를 기다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준이자 벤치마크가 되고, 팀 전체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높아진다. 선발 명단을 향한 경쟁이 곧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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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특정인에게만 기회가 몰린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회의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몇몇 사람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배정받는다거나, 상사의 눈에 드는 사람만 인정받는 구조가 반복되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곧 이렇게 생각한다. '노력해도 소용없어. 결국 정해진 사람만 기회를 가져가잖아' 이런 인식이 자리 잡으면 서로 간의 분위기는 불신으로 가득찬다.

팀원들은 동료의 성공을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 새로운 과제를 맡으면 '저 사람은 또 밀어주네'라는 뒷말이 생기고, 축하보다는 경계심이 앞선다. 결국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자기 방어가 우선이 되고, 팀의 성과보다 개인의 입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는 작은 선택 하나에도 정치가 개입한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진짜 중요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넣기보다 상사의 취향을 먼저 고려한다거나, 실패를 감수하기보다는 무난한 선택을 택해 도전을 피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결과적으로 팀의 성과는 정체되고, 구성원들은 불필요한 소모전에 지쳐간다. 겉으로는 활발한 경쟁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경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1/ 공정한 룰

축구에서 심판의 판정이 일관되지 않으면 선수들의 불만은 금세 폭발한다. 같은 파울인데 어떤 때는 카드가 나오고, 어떤 때는 넘어가면 선수들은 경기에 몰입하기보다 판정에 집착하게 된다. 결국 공정성이 무너진 경기에서는 아무도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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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상황도 똑같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거나, 보상의 잣대가 매번 달라지면 직원들은 일보다 ‘눈치’에 더 에너지를 쓰게 된다. 누군가는 '이번에는 상사의 취향에 맞추는 게 낫겠다'는 식으로 전략을 짜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다'는 체념에 빠진다.

반대로 평가와 보상 체계가 명확하고 일관되게 적용될 때, 구성원들은 안심하고 제 실력을 펼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 그것이 신뢰의 첫걸음이다.

2/ 투명한 피드백

선수가 왜 선발되지 못했는지를 알지 못한 채 벤치만 지킨다면, 다음 경기를 준비할 힘이 생길 리 없다.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 때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감독은 기회를 주지 못할 때도 반드시 이유를 설명하고, 개선할 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직원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빠졌는데 이유를 모른다면, 남는 건 억울함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략적 사고가 더 필요한 프로젝트라 다른 동료를 선택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피드백이 있다면, 그것은 불만이 아니라 학습이 된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방향 제시가 있을 때, 경쟁은 단순한 탈락 경험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전환된다.

3/ 팀을 우선하는 문화

축구에서 선발 경쟁은 개인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지만, 그 성과는 결국 팀의 승리로 귀결된다. 한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하더라도 팀이 패배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진정으로 강한 팀은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를 끌어준다. 벤치 멤버가 경기 중에 일어나 목청껏 응원하고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며 학습하고, 선발 선수는 경기 후 벤치 멤버에게 “우리의 훈련 덕에 우리 팀이 더 준비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돌아가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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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이 오직 ‘내 자리’만을 겨냥하면 팀워크는 곧 무너진다. 반대로 '내가 성과를 내면 팀 전체가 좋아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개인의 경쟁심은 곧 공동의 성과로 이어진다. 예컨대, 한 명이 새로운 기회를 잡아 성과를 내면, 다른 동료들이 그 성과를 활용해 더 큰 프로젝트를 열어가고,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한 단계 성장한다.

경쟁을 잘 설계하고 관리하기

결국 중요한 건 경쟁 그 자체가 아니다. 경쟁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스포츠에서 선발 경쟁이 팀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불신으로 무너질지는 감독과 코치,즉 리더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떤 감독은 단순히 '이 선수가 더 낫다'는 결과만 보여준다. 하지만 훌륭한 감독은 과정까지 설계한다. 누구에게 어떤 기회를 주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며,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에게는 어떤 피드백을 줄 것인지까지 관리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비록 이번에 선발되지 못했더라도, 다음을 준비할 이유와 동기를 잃지 않는다.

회사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승진과 KPI, 성과급은 자연스러운 경쟁의 장치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리더와 제도가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건강한 경쟁 설계 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무엇을 잘해야 인정받는지, 어떤 행동이 성과로 연결되는지 누구나 알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을 관리하고

단순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협력, 도전 정신, 팀 기여도 같은 요소까지 반영해야 한다.

실패를 배움으로 바꾸고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했을 때, 그 경험이 체념이 아니라 학습으로 남게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경쟁은 설계와 관리 없이는 쉽게 ‘제로섬 게임’으로 흐른다. 누군가의 승리가 곧 누군가의 패배가 되고, 그 패배는 조직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잘 설계된 경쟁은 서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누군가의 성과가 다른 사람의 성장을 자극하고, 개인의 경쟁심이 팀 전체의 성과로 전환된다. 결국 스포츠에서 감독이 하듯, 회사에서도 리더와 제도는 경쟁을 '누가 이기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건강한 경쟁의 문화가 자리 잡는다.


The Other Game은 스포츠 씬 속 리더십과 마인드셋을 연구합니다.
본게임 너머, 경기장 밖의 ‘또 다른 게임’을 다루는 방식이 개인과 팀의 성장을 결정합니다.


세진
김세진
The Other Game
스포츠에서의 리더십과 팀 문화를 연구하여, 그 인사이트를 개인과 팀의 성장에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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