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초심- 경험의 사각지대 (1/4)

선심초심- 경험의 사각지대 (1/4)

1편. 나는 실무자와의 1on1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HRBPHR 커리어글로벌 HR코칭리더십전체
소영
장소영Sep 1, 2026
2026

1on1에 대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내용에도 교육 니즈가 있구나!’

학교 졸업하고 처음 직장 생활하는 신입 구성원들에게 말고는 나는 누군가에게 1on1이 무엇인지 설명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유럽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전에 한국에서 근무했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모두 1on1이 너무 당연한 조직이었다.

조직 상황 상 지난 몇 달간 리더가 아닌 5년~10년 차 실무자들과 1on1을 하게 되면서 몇 번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신규 입사자도 아니고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도 있는 구성원들인데, 기존 내가 익숙한 1on1과 상당히 달랐다. 첫 1on1에서 미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뭐가 문제인지 곱씹어봤다.

이 사람들의 역량이 문제인가? 내 기대치가 너무 높은가?

며칠을 고민한 결과 원인은 내가 문제였다. 나는 시니어 리더들과의 1on1 방식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익숙한 1on1

나에게 직보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 조직의 HR Head이다. 대부분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피플 매니저이고, 일부는 피플 매니저를 이끄는 리더이다. 이들과의 1on1에서는 기본적인 정보를 설명할 일이 거의 없다. 각자 상황을 정리하고, 가능한 옵션을 검토하고, 자신의 제안을 만든다. 이후 내가 판단하거나 지원해야 할 부분만 추려서 가져온다.


1on 은 대개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Direct report가 먼저 말한다.


“1on1원노트에 적어둔 것처럼 저는 오늘 논의하고 싶은 주제가 3개 있고, 한 20분 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당신의 어젠다도 확인했는데, 어떤 것부터 논의할까요? “


주어진 30분을 최대로 효과적,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서로 간의 노력이 전제되어 있다. 몇 마디만으로도 맥락을 이해하고 의사 결정하고 액션을 정리한다. 나는 어느새 그것을 1on1의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1on1과 실무자가 생각한 1on1이 달랐다.


실무자와의 첫 1on1은 충격이었다. 텅 빈 공유 OneNote.

한 구성원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질문을 가져왔다.

“인사 시스템에서 정보를 수정하려면 시스템에 어떤 메뉴로 가서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나요? “

또 다른 구성원은 일주일간 진행한 업무 전체를 보고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몇 건 진행했고, 오퍼레터를 몇 개 보냈고, A매니저가 B를 질문하길래 C라고 답해줬습니다. “

일주일 치 일과를 설명하는 직원의 말을 들으며, 나는 기대치를 미처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원의 일주일간 업무 목록을 들은 뒤, 나는 1 on1 노트 템플릿과 항목의 의미, 내 기대치를 설명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한 일을 모두 적을 필요는 없어요. 계획과 달라진 것, 제가 알아야 할 리스크, 함께 판단해할 사안을 중심으로 적어주세요. 질문이 있다면 먼저 확인해 본 내용과 본인의 생각도 같이 가져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하루 전에 1on1 노트 어젠다를 업데이트해주세요. 물론 즉흥적으로 논의하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이야기할 수 있고요.”


완전한 신입에게는 이런 간극이 오히려 잘 생기지 않는다. 애초에 백지상태로 가정하고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프로세스, 누구에게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반면 5년에서 10년의 경력을 가진 구성원에게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었다. 전문성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익숙한 방식으로 일할 줄 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회사였어도 부서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다.


같은 30분이지만 목적은 다르다

1on1은 업무 안건만 처리하는 자리는 아니다. 구성원의 컨디션을 살피고, 관계를 형성하고, 커리어와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리더의 1on1 30분은 조직의 여러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 팀원들의 다음 행동, 여러 사람의 우선순위와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시니어 리더들과의 1on1에서 주로 다루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가장 큰 리스크/장애물은 무엇인가?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누구의 지원이 필요한가?

실무자와의 1on1에서는 당장의 의사결정과 함께 판단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향후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혼자 생각하고 움직이는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다. 그래서 질문도 달라진다.


정보와 통찰을 구분하는 연습

본인의 업무 근육을 키우려면 리더에게 질문할 때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글, Chat GPT가 답을 줄 수 있는 정보는 당연히 검색을 해보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 정보를 물어보는 구성원도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바심이 나고 답답했다. 간단한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설명하는 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한다니! 그렇지만 그 답답함의 이면에는 내가 말하지 않은 기대가 숨어 있었다. 내 관점에서의‘당연함’을 상대와 합의한 적이 없었다. 어떤 내용을 미리 확인하면 좋은지,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오기를 원하는지, 리더에게 어떤 판단과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정보와 통찰을 구분하라고 이야기했다. 정보는 검색, 사내 자료, 프로세스 문서 또는 동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통찰은 리더가 가진 경험과 조직적 맥락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 검색이나 사내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 데 1on1을 쓰는 건 ROI 관점에서 구성원 손해이다. 그만큼 리더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맥락을 들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좋은 1on1은 리더의 통찰을 최대한 끌어내고, 자신의 판단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온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는 구성원 본인의 선택이다.

실무자가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가져오면, 다음의 질문을 건넸다.

“먼저 어디까지 찾아봤어요?”

“찾아본 내용 중 우리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은 무엇이었어요?”

“제가 답하기 전에 본인 생각부터 들어볼게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두 개만 만들어볼래요?”

“이 문제가 다음에 다시 생기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초반에 시간을 들이면, 구성원은 조금씩 달라진다. 질문을 가져오기 전에 자료를 확인하고, 본인이 제안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의견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리더십은 끊임없이 맹점을 성찰하고 상대와 상황에 맞춰 행동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시니어 리더들과의 1on1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몇 가지밖에 없다.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


내 접근은 공정하지 않았다. 경력이 있어도 특정한 방식의 1on1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이전 리더가 1on1을 어떻게 운영했는지에 따라 구성원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1on1은 업무보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질문 시간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커리어와 고민을 이야기하는 자리일 수 있다. 그래서 첫 1on1에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서로의 기대를 확인하는 것이다. 1on1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체득하는 업무능력에 가깝다. 상대방에 따라 대화방식과 리더의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가끔 스스로 확인해야겠다.


소영
장소영
조직과 개인의 변화-성장-성과를 지원하는 HR파트너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인사팀장을 거쳐, 글로벌 기업 독일 본사에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인사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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