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면담이 오히려 성과를 저해한다.
성과평가에서 코칭으로: HR이 바꿔야 할 면담의 패러다임
"면담 끝나고 나니 더 힘들어졌어요."
일전에 코칭한 직원이 팀장님과 면담을 마친 뒤 오히려 동기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리더는 분명 "격려 면담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직원이 받아들인 것은 "너는 부족하다"는 말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의 일반적인 성과 면담은 결과 점검과 피드백 전달에 치중합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줍니다. 더 잘하라는 의미의 면담 시간을 직원들은 '평가 통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조직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의무적 절차'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면담이 동기 부여는커녕 불신과 무력감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는 성과를 말하면서, 정작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 면담은 평가가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다
성과 관리의 본질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동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성과 면담은 과거의 결과를 정산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설계하는 코칭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멘탈 코칭의 관점에서 보면, 성과가 낮았던 직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적'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따지는 대신,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 함께 찾아야 합니다. 면담의 초점은 "무엇이 부족했나"에서 "어떻게 회복하고 성장할 것인가"로 먖춰져야 합니다.
실제로 조직심리학 연구들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지적받을 때보다,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 방법을 논의할 때 더 큰 동기를 얻는다고 합니다. 비난은 방어를 낳지만, 질문은 성찰을 낳습니다.
HR과 리더가 바꿀 수 있는 네 가지 접근법
성과 면담을 성과 코칭으로 전환하기 위한 네 가지 관점의 전환을 제안합니다.
1. 피드백에서 피드포워드로
피드포워드로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함께 설계합니다.
"3분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네요. 계획 수립이 미흡했어요."
이런 피드백은 직원을 과거에 묶어둡니다. 과거는 분석의 재료일 뿐, 판단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4분기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떤 지원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2. 성과 점검에서 에너지 점검으로
성과에서 수치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의 몰입도와 멘탈 상태입니다.
"최근 업무하면서 가장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가장 에너지가 소진되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무엇이 당신을 다시 일어나게 했나요?"
이런 질문은 성과의 이면에 있는 심리적 자원을 점검하게 합니다. 번아웃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도 있고, 강점이 발휘되는 업무 영역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3. 일방 전달에서 코칭 대화로
코칭 대화의 핵심은 열린 질문입니다. 답을 리더가 제시하는 대신, 직원 스스로 답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왜 못했어?"라는 질문은 변명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방해가 되었나요?"라고 물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장애물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시도는 무엇인가요?" "다음 분기에 딱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4. 단기 목표에서 장기 성장으로
분기 목표 달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더 큰 맥락 속에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역량이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앞으로 1년, 3년 뒤 당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의 업무가 그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커리어와 학습의 관점에서 현재 성과를 재해석할 때, 실패는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았습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실천 제안
조직 전체의 면담 문화를 바꾸려면 HR의 구조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첫째, 성과 면담 가이드라인에 멘탈 코칭 질문 리스트를 포함하면 어떨까요? 리더들이 무엇을 물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질문 예시를 제공하면 면담의 질이 달라집니다.
예시 질문:
"최근 3개월 중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업무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주세요."
"다음 분기, 제가 어떤 지원을 하면 당신이 더 잘 성장할 수 있을까요?"
둘째, 리더 교육에 코칭 대화법을 필수 과정으로 반영해봅시다. 단순한 평가 스킬이 아니라, 경청·질문·공감의 기술을 훈련하고, 롤플레이를 통해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셋째, 평가 시트 자체를 재설계하세요. "목표 달성률"만 묻지 말고, "회복력", "몰입도", "동기 수준" 같은 지표를 추가하세요. 측정 대상이 바뀌면, 대화 주제도 바뀝니다.
성과를 말하는 방식이 조직 문화를 만든다
성과 면담은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창입니다.
성과 면담이 평가 통보에서 멘탈 회복과 동기 재점화의 장으로 바뀔 때, HR의 역할도 확장됩니다.
올해의 성과 평가는 조금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요? 지적하는 대신 질문하고, 평가하는 대신 코칭하고, 숫자 대신 사람을 보는 면담. 작은 변화가 내년의 성과를, 나아가 조직 문화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최고의 코칭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존 휘트모어, 『코칭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