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역설 중 하나는 '근본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인재는 저평가되고,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며 수습하는 인재가 칭찬받는 현상'에 대해 재미있는 우화를 통해 접근해보려 합니다.
조직내 골칫거리인 문제가 소멸하여 아무 일도 터지지 않는 평화로운 상태는 역설적으로 담당자의 무능이나 태만으로 오인받기 쉽습니다. 이러한 조직 평가의 착시와 비극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대 우화가 바로 ‘농부와 두 마리 고양이’ 이야기가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농부는 창고에 쌀을 모으고 있었는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쌀 창고에 쥐가 들끓자, 농부는 높은 비용을 치르고 똑똑한 흰 고양이를 영입합니다.
흰 고양이는 헌신적으로 일하여 불과 일주일 만에 창고의 쥐를 ’0마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심지어 쥐구멍을 막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창고에는 당분간 완벽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얼마되지 않아 농부는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흰 고양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이제 골칫덩어리인 쥐도 없는데, 왜 매달 고가의 사료와 유지비를 지출해야 하지?"
결국 흰 고양이는 농부에게 해고되었고, 당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쥐들이 다시 창고를 점령했습니다.
농부는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쥐를 잡을 줄 안다는 검은 고양이를 급히 채용합니다.
검은 고양이는 무슨일인지 쥐를 사멸시키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농부가 출근할 때쯤, 잡아 온 쥐 한 마리를 툭 던져놓으며 생색을 내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쥐는 여전히 창고 쌀을 축내고 있지만, 농부는 눈앞에서 정량적 실적을 보여주는 검은 고양이를 보며 감격합니다.
"역시 검은 고양이야! 평생 내 창고를 지켜주렴! 츄르도 사와야겠다."
오프피스트에서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고양이였는지, 앞으로 어떤 고양이가 되고 싶으신가요?
이 잔혹극의 원인은 검은 고양이의 영악함에만 있지 않습니다. 누가 그를 나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보여주기식 행위'만을 측정하는 1차원적 평가 시스템에 있습니다.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 프레임워크로 보면,
성과는 쉽게 Activity, Output, Outcome 3단계로 구별해봅니다.
구분 | 검은 고양이 (이슈 관리자) ![]() | 흰 고양이 (이슈 해결자) ![]() | |
|---|---|---|---|
Activity | 비즈니스 공간에서 사방으로 | 비즈니스 환경에서 개별적으로 | |
Output | 매일 쥐 1~2마리를 제시함 (KPI 대시보드 수치 지속 상승) | 제시할 쥐가 0마리임 (이슈를 제거하여 건수 없음, 쥐 안옴) | |
Outcome | 창고 쌀은 지속 손실 진행 중 (근본적 원인은 미해결 상태 유지) | 창고의 완벽한 평화와 안전 (창고의 쌀 손실율 0% 달성) | |
농부의 | 열정적이고 성과의 측정이 명확 | 이슈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할일 없어보임 | |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시성 편향(Visibility Bias)’ 또는 ‘현저성 편향(Salience Bias)’이라고 부릅니다. |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성과 측정의 핵심을 관통하는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어떤 지표가 평가의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올바른 측정 도구가 될 수 없다."
농부의 성과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부가 '잡아 온 쥐의 수'를 KPI로 삼는 순간, 검은 고양이는 쥐를 사멸시키는 대신
'매일 쥐 1마리를 진열하는 꼼수'를 선택했습니다.
단편적 지표(Output)를 채우느라 진짜 목표인 '곡물 보존(Outcome)'을 저버린 것입니다.

흔히 경영서나 보고서에서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잘못 설계된 지표는 조직 전체에 거대한 착시를 일으킵니다.
누군가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판 위에서는 목적 달성이나 기대했던 본질적 효과는 희미해지고,
오직 지표를 채우기 위한 '숫자 만들기'만 남게 됩니다.
단순히 눈앞의 Output만을 좇는 성과 관리는 조직에 아무런 Benefit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쥐 100마리를 잡아 온 실적표가 아무리 화려할지라도, 창고의 곡식이 매일 축나고 있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허영 지표에 불과합니다.
이를 현실 경영의 언어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창고는 회사이고, 곡식은 회사의 순이익과 자산입니다.
조직에 진짜 가치를 제공하는 실질적 Benefit은 단지 '잡아 온 건수'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조직이 실제로 얻거나 지켜낸 가치(비용 절감, Risk 소멸, 순이익 보존)에서 나옵니다.
만약 조직이 이러한 현실을 구분해 내지 못한다면, 노력조차 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조직에 진짜 이익을 안겨준 핵심 인재는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 결국 이탈합니다.
반면, 문제를 지속적으로 남겨둔 채 돌아간다면 바쁘게 일은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비효율적인 채용만 늘어나 조직은 비대해지고, 부서 간 담장을 쌓는 사일로(Silo) 현상은 심화하며, 회사의 실질적 효익은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제 리더와 조직이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오늘 눈앞에 몇 건의 실적을 가져왔는가?가 보다,
그 일을 통해 오늘 우리 조직과 고객이 실제로 얻게 된 실질적 베네핏은 무엇인가?"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