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숙’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에야 ‘성숙함’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부분인지를 깨닫고 있고요. 사람들마다 성숙함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제게는 ‘나와의 다름을 어떻게 판단하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라는 질문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시간이 가까이 오다보니 조금은 더 ‘성숙함’이라는 단어와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성숙함’을 갖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 속도에도 시간이 갈수록 더 가속도를 붙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과 제 주변에 성숙함을 갖추었거나,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1명씩 더 늘어나길 바래보며 글을 써봅니다.
예전에는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불편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거든요. 나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그분들의 대화 소리만 들려도 조금씩 내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제 주변에는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분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제가 피해서인지, 아니면 그분들이 절 멀리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불편한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보는 것과 아는 것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 에너지를 더 많이 빼앗아 가더라고요. 이 사람들의 말과 생각들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염병처럼 퍼져버리거든요.

솔직히 저도 오래전에는 내가 가진 생각과 정보만으로 판단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 정말 저와 오랜시간을 함께했던 HR 선배에게 "종화야.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 사람에 대해 네가 모르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탤런트 세션에서 네가 아는 것만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5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피드백을 이해하고 선배에게 사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한 기업의 CEO 기사를 보고 부정적인 내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그 기업의 조직문화와 기사에 실린 CEO가 자랑하는 조직문화가 많이 달랐거든요. 그런데 신수정 대표님이 그 글을 보시고 저를 위해 써주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일부 내용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 이름이 나온 것도 아니고, 사례도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내 행동을 보고 쓴 글이라고 해석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제가 썼던 글을 수정하고, 글을 수정하게 된 이유를 기록한 적이 었습니다. 후에 신수정 대표님을 뵈었을 때 이때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제 글을 읽으시고 써주신 글이 맞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피드백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와 그래서 이후에 제가 어떻게 행동을 바꾸었는지를 설명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쪽의 정보와 경험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관점을 One-sidedness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One-sidedness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판단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 글을 읽는 분들이 꽤 많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선입관과 편견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글을 읽자마자 바로 제 글을 수정했고, 제가 저지른 실수도 추가로 기록했던 거였습니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만으로 타인과 다른 조직을 평가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합니다. 중립적으로 사람과 상황, 행동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스스로 '내가 정답이 아니다'라는 말을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반복하고 있고, 실제 무의식적으로 내가 정답처럼 말을 했을 때는 빠르게 사과하고 행동을 수정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리더들의 편견에 쌓인 SNS의 글과 메시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OOO이 하면 무조건 맞아'라는 것은 없다고 믿고 있지만 최근에 본 글과 말 중에도 이런 표현들이 있었습니다.
"저쪽 편에 선 거냐?"
"리더십 강사가 가장 리더십이 없다."
"본부장님이 하시는 거니까."
"그분께 반대하거나 흠을 잡는 사람은 우리 편이라도 처단하겠다."
제 관점에서 그분들은 정말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신념을 듣는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받아들이도록 전달하시더라고요.
누구 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 전략에 동의한 것일 수도 있고,
리더십 강사 모두가 리더십이 없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이론적 지식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본부장님의 모든 결정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방법에 동의하는 것이고,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작은 정보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지금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제가 관심 갖지 않는 영역에서, 또 제가 모르는 곳에서 저와 다른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분들이 있기에 '내 생각이 정답이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One-sidedness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은 틀린 의견이 되고,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사람은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리더가 원하는 답을 찾기 시작하죠. 리더가 가진 One-sidedness는 개인의 편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새로운 의견을 제안하지 못하게 만들고, 조직이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기회마저 줄여버리거든요.
그렇다면 다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저는 그 반대편에 Adaptive라는 관점을 두려고 노력합니다. Adaptive는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정하는 적응적인 태도를 의미합니다. 제가 리더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나의 판단과 행동까지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팀장이 오랜 경험을 통해 ‘회의 시간에는 자신의 의견을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라는 업무 방식을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팀원 중 누군가는 ‘조금 더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맞다’ 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One-sidedness 관점을 가진 리더는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팀원의 행동과 의견을 "그건 리더십이 아니야." "너 왜 그렇게 소극적이야?" "빨리 실행하고, 빨리 피드백하는 방법이 정답이야" 라고 생각하며 팀원이 틀렸다고 판단을 합니다.
반면 Adaptive 관점을 가진 리더는 "내가 빠르게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 때문이지?" "팀원이 심사숙고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회의의 목적이 뭐였지? 그 목적에 맞는 가장 적합한 행동은 무엇이지?" “그럼 팀원에게 회의의 목적에 맞는 가장 좋은 방법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답을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에 맞춰서 찾아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죠.
두 리더 모두 경험이 있고, 나름의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사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판단을 위한 기준 중 하나로 사용합니다. 저는 이 차이가 ‘성숙함의 척도’이자 리더의 성장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것은 중요한 강점이지만 경험이 많다는 것과 모든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과거에는 맞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도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거든요.
Adaptive 관점을 가진 리더는 자신의 경험을 버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그 경험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Adaptive 관점을 가진 리더에게 세 가지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인정해야 다른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귀담아 들을 수 있습니다. 리더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어떻게 함께 답을 찾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역량인 시대이거든요.
두 번째는 다른 의견이 나온 이유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바로 반박하기보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뭘까요?" “그 방법으로 진행하게 될 경우,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우리 목표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와 같은 질문들을 하는 것이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경험과 정보, 역할이 다르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정보를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세 번째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의견을 듣더라도 이전과 똑같이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다름을 통해 배웠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통해 판단 기준을 수정할 수도 있고,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을 테고요. 물론 다른 의견이 언제나 더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말했는지가 아니라 그 의견이 조직의 목적과 목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고, 긔 의사결정을 통해 발생하는 위험 요인을 어떻게 줄이거나 제거할 것인지를 또 찾아 내는 것이거든요.
리더의 역할은 서로 다른 의견 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가진 정보와 근거를 살펴보고 조직 관점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의와 코칭을 할 때 "제 말 믿지 마세요. 정답이 아닙니다. 저는 우리 조직을 경험하지 못했고, 고객과 사람들도 모릅니다. 우리 조직을 경험하지 않은 외부인의 말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저와 이렇게 시간을 함께하도록 투자를 하는 이유는 제가 우리 회사에 없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불렀고, 그 다름을 들어보고 이전과 다른 적용점 한 가지를 찾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을 무조건 합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누군가에게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제 의지이기도 하고, 또 이렇게 강의와 코칭을 시작하면 내 앞에 계신 분들의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더 솔직하게 공유하거나, 제 의견에 ‘틀렸는데?’ 라는 생각을 조금은 덜 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분들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관점을 하나 더 갖게 하는 것과 그 관점을 하나의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돕는 것 뿐인거죠.
다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은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One-sidedness의 관점에서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판단의 중심이 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내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Adaptive의 관점에서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도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이 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내 생각을 더 넓히고,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판단하는 순간 배움은 멈추지만, 나와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기 시작하는 순간 새로운 배움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배움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때, 비로소 리더십의 영향력도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리더 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관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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