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게 배우는 AI 시대 K-HR 원형〉 ①급무와 선무를 가르는 조직으로 전환하라

〈세종에게 배우는 AI 시대 K-HR 원형〉 ①급무와 선무를 가르는 조직으로 전환하라

개선이 아니라 전환을, 혁신이 아니라 혁명을
조직문화조직설계리더임원CEO
경묵
김경묵Jun 22, 2026
88210

AI 조직은 급선무를 구분한다

AI가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치고 있다. 사실상 강요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강요하는 방향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안달이 난 듯 보인다. 그렇게 AI는 우리의 일하는 프로세스를 바꾸고 있다. ‘바꾼다’는 말은 사실 두 가지를 가리킨다. 하나는 Change이고, 다른 하나는 Transform이다.

Change = 급무 중심 조직

개선·변화, 점진적 혁신 / 기존의 틀 안에서 더 잘하는 것 / 급무 — 긴급한 일, 눈앞의 일 /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외형적 변화 / “어떻게 더 잘할까?” — 답을 찾는 조직

Transform = 선무 중심 조직

전환·변혁, 급진적 혁명 / 틀 자체를 바꾸는 것 / 선무 — 근본적인 일 /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본질적 변화 / “무엇이 되어야 하나?” — 목적을 묻는 조직

우리 주변의 조직을 보면, 급무가 늘 선무를 밀어낸다. 시끄럽고 급한 일이 조용한 근본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이 혁신에 머물 뿐, 끝내 혁명의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무의 원형(原型)은 600년 전 세종에게 이미 있었다. 우리가 찾는 K-HR의 뿌리다.

세종은 급무와 선무를 구분했다

세종은 일을 급무(急務)와 선무(先務)로 나누어 조직화했다. 급무는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긴급한 일이고, 선무는 먼저 손대야 할 근본의 일이다. 중국의 성인 맹자가 한 덩어리로 묶어 ‘급선무(急先務)’라고 한 말을, 세종은 둘로 쪼갰다. 큰 전환을 할 때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않도록 하는 국가 경영의 원리로 삼은 것이다.

핵심은 일을 주도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데 있다. 급무는 담당자(신하)가 주도하고, 선무는 경영자(왕)가 주도하는 구조로 디자인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은 신하의 몫이지만, 나라의 틀을 짜는 일,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경영자의 몫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일은 선무였기에, 세종 자신이 끝까지 주도했다. 필자가 《세종 이도 다이어리》 책에서 들여다본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최만리를 필두로 기존 틀을 유지하려는 신하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 새 문자를 밀고 간 그는, 조선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K-HR의 원형이 있다.

리더의 자리는 급무가 아니라 선무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눈앞의 실적에 매달려 급한 일만 처리하는 경영자는, 담당자의 일을 대신하는 ‘대리급 리더’인 셈이다. 이런 말을 꺼내면 으레 논쟁이 인다. 조직 안에서는 시끄러운 급무가 묵묵한 선무를 잡아먹는 일이 늘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은 점진적 혁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AI가 몰고 오는 급진적 혁명(선무) 앞에서 취약한 구조를 드러낸다. 묵묵한 전환을 추진하지 못하고, 시끄러운 개선(Change)에 머무는 것이다. 느리지만 의미 있는 전환(Transform)을 이끌어내려면, 이제 조직 안의 HR이 나서야 할 때다.

세종의 권유, “개선이 아니라 전환을, 혁신이 아니라 혁명을”

AI 시대의 출구방향은 분명하다. 급무와 선무를 구분하는 조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기능을 한 부서에 뭉뚱그리지 말고, 처음부터 갈라서 디자인해야 한다. 선무(Transform) 기능은 반드시 조직 안에 두어야 한다. 조직의 목숨과도 같은 질서와 정체성을 다루는 일이므로, 내부의 핵심 인재와 AI 전문가가 직접 끌고 가야 한다. 반면 급무(Change)는 원칙과 매뉴얼로 처리되는 개선의 일이 많기에, 별도의 조직으로 묶어서 시너지와 효율을 강화하거나, 일부는 바깥에 맡겨서 조직을 가볍게 하는 것도 무방하다.

여기서 HR이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무엇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가 아니다. ‘무엇이 선무를 잡아먹고 있는가’이다. 우리 주변의 조직은 대체로 눈에 보이고 당장 측정되는 급무의 성과를 보상한다. 반면 선무는 본래 느려서 단기 실적에 잡히지 않는다. 그 결과 선무에 배치된 사람조차도 결국 급한 일로 끌려 들어간다. 이제 선무의 평가와 보상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평가와 보상의 잣대를 만드는 주체가 바로 HR이다. 그러므로 HR의 첫 과업은 선무가 살아남을 시간을 제도로 보장하는 것이다. 선무를 맡은 인재가 급무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도록 별도의 평가 지표와 윗선의 후원을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선무를 끌고 가는 사람은 세종이 그러했듯 늘 외롭다. 근본을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조직의 반발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 외로운 한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만들어 주는 일 — 그것이 HR이 떠안아야 할 가장 인간적인 선무다.

결국 HR 스스로가 먼저 전환해야 한다. 사람을 채우고 규정을 관리하는 급무의 부서에 머물 것인가, 인재를 길러내고 조직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선무의 부서로 거듭날 것인가. 조직의 내일을 걱정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느리고 가장 근본적인 선무다. HR이 선택하는 순간, 조직 전체의 혁명적 전환이 시작된다.

개선이 아니라 전환을, 혁신이 아니라 혁명을. 이것이 AI 시대에 세종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 번째 K-HR의 원형이다. 이 전환 방식은 2000년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에, 이건희 회장이 사용한 삼성전자의 전환 방식이기도 하다. 삼성은 그 결과로 30배 성장했고, 초일류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재를 시작하며 세미나를 엽니다.

신청링크

https://opst.me/4lfBMG


경묵
김경묵
창의성은 서사를 기능으로 바꿔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20년 근무했고,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논문을 게재한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이다. 지금은 서사를 기능으로 바꿔내는 소프트한 창의성과 세종실록 그리고 The AX Wave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산다.<세종 이도 다이어리>를 출간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