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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인 조직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 구성원 A가 준 교훈

수평적인 조직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 구성원 A가 준 교훈

커리어 성장에서 오는 모드 전환의 시기
인가
브랜딩인가HR인가Aug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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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직장에서 바레이저(Bar-Raiser)로서 한 구성원의 온보딩 과정을 마무리하는 미팅에 참여했다.

업무 역량은 뛰어났지만 동료들과의 이슈로 한 차례 온보딩 종료가 연장된 그 구성원 A에게 그 미팅은 한 달만에 다시 돌아온 두 번째 미팅 자리였다.

생각지도 못한 온보딩 기간 연장의 경험을 한 번 겪은 탓인지 미팅 자리에 참여한 A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팅 전, 구성원이 소속된 BU를 담당하고 있는 HRBP 와 온보딩 프로그램 담당자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번 미팅이 다소 부담될 수 있는 자리일 것임을 예고했다. 그들이 공유해 준 A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불미스러운 사건’이 되어 조직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이슈사항‘이 되어 있었다.

미팅 자리에서 만난 리더 또한 보통의 미팅과는 다르게 입을 열었다. 본인의 조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며, 동시에 구성원에게 리더로서 잘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이미 구성원 A와 리더는 미팅에 들어오기 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듯 했다.

본래 이 미팅의 목적은 우리의 Core Value를 중심으로 온보딩 과정에서 경험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 대화를 나누는 것. 두 번째 미팅 자리라 하더라도 자칫 조직 안에서의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대화가 진행되면 소모적이 되기 쉽다. 온보딩의 최종 미팅은 반드시, 참여하는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미팅에서의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본래 리더이지만, 이번에는 리더분께 양해를 구하고 내가 진행 역할을 맡아 구성원에게 궁금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었다.

“조직에서 일어난 일은 차치하고 저는 실은 OOO님의 개인적인 생각에 더 관심이 있어요. 우리에게 중요한건 OO님이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그리고 무엇을 배우고 깨달으셨는지에 대한 것이예요.”

이렇게 시작한 대화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완점, 강화되어야 하는 행동,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커리어 목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A와 해당 리더가 겪은 일은 결코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이슈사항’이 아니었다. 이 일은 A의 ‘경력 과도기’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구성원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조직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할과 행동 차원에서 꽤 큰 변화를 수반한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의 범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본인의 권한도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며 직책에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역할 확장을 강조하며 개인의 주도성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자신의 역할 범위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 역시 매우 뛰어난 업무역량(실제로 A는 동료 피드백 결과에서 업무 역량 영역은 거의 만점을 받았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조직 적응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이전까지 꽤 보수적인 조직에서 일을 해왔던 A에게는 개인적 차원의 task performance를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한 성장과 성취를 이루어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장려되는 조직에는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조직의 문제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관점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기에 논의와 설득,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 언제나 뒤따른다. 리더도 안건에 따라 직접적인 지시를 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조언과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정도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은 비즈니스와 조직의 상황을 잘 읽으며 동료/리더와 평소 주파수를 잘 맞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경력 7년차에 접어든 A는 이제 커리어 상으로 ‘준 시니어’의 도입에 들어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경험이 쌓인 시니어는 단지 개인 수준의 능력만으로 성과를 만들지 않는다. 그보다 팀의 다이나믹과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동료와 리더의 공감을 얻는데에도 큰 노력을 기울인다. A는 준 시니어에 진입하고 있는 커리어 시기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로 이직을 하여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일하는 근육을 습득하는 낯선 과도기의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인생 주기에 따라 환경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듯 커리어 주기에도 가끔 모드(mode)전환의 시기가 도래한다.

결과적으로 이 미팅은 구성원A와 참여한 리더 모두에게 의미있는 피드백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되었다. A는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구성원과의 101 대화를 통해 본인의 역할과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확인하기로 하였다. 리더 역시 A 뿐만 아니라 소속 부서의 구성원들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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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기 전에 이미 그에 대한 도덕적 입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판사가 아니라 꼭 변호사들처럼, 어떤 사례를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에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믿어야 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근거를 사용한다. 이러한 성향은 증거를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증거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심리학자 리 로스는 이것을 '소박실재론'이라고 불렀다. 순진한 현실주의자가 '나는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본다.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배리 슈워츠, 우리는 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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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인가HR인가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ㆍ작가 ㆍ지금은 프리워커
HR과 브랜딩의 경계에서 조직의 습관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조직개발(OD)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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