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 바레이저(Bar-Raiser)로서 한 구성원의 온보딩 과정을 마무리하는 미팅에 참여했다.
업무 역량은 뛰어났지만 동료들과의 이슈로 한 차례 온보딩 종료가 연장된 그 구성원 A에게 그 미팅은 한 달만에 다시 돌아온 두 번째 미팅 자리였다.
생각지도 못한 온보딩 기간 연장의 경험을 한 번 겪은 탓인지 미팅 자리에 참여한 A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팅 전, 구성원이 소속된 BU를 담당하고 있는 HRBP 와 온보딩 프로그램 담당자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번 미팅이 다소 부담될 수 있는 자리일 것임을 예고했다. 그들이 공유해 준 A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불미스러운 사건’이 되어 조직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이슈사항‘이 되어 있었다.
미팅 자리에서 만난 리더 또한 보통의 미팅과는 다르게 입을 열었다. 본인의 조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며, 동시에 구성원에게 리더로서 잘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이미 구성원 A와 리더는 미팅에 들어오기 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듯 했다.
본래 이 미팅의 목적은 우리의 Core Value를 중심으로 온보딩 과정에서 경험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 대화를 나누는 것. 두 번째 미팅 자리라 하더라도 자칫 조직 안에서의 이슈에 초점을 맞추어 대화가 진행되면 소모적이 되기 쉽다. 온보딩의 최종 미팅은 반드시, 참여하는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미팅에서의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본래 리더이지만, 이번에는 리더분께 양해를 구하고 내가 진행 역할을 맡아 구성원에게 궁금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었다.
“조직에서 일어난 일은 차치하고 저는 실은 OOO님의 개인적인 생각에 더 관심이 있어요. 우리에게 중요한건 OO님이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그리고 무엇을 배우고 깨달으셨는지에 대한 것이예요.”
이렇게 시작한 대화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완점, 강화되어야 하는 행동,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커리어 목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A와 해당 리더가 겪은 일은 결코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이슈사항’이 아니었다. 이 일은 A의 ‘경력 과도기’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구성원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조직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할과 행동 차원에서 꽤 큰 변화를 수반한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의 범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본인의 권한도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며 직책에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역할 확장을 강조하며 개인의 주도성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자신의 역할 범위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 역시 매우 뛰어난 업무역량(실제로 A는 동료 피드백 결과에서 업무 역량 영역은 거의 만점을 받았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조직 적응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이전까지 꽤 보수적인 조직에서 일을 해왔던 A에게는 개인적 차원의 task performance를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한 성장과 성취를 이루어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