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다. 열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충분히 쉬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은 여전히 무겁다. '이제 좀 쉬었으니 다시 힘내야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몸은 덜 깨어 있고,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충분히 쉰 것 같은데, 왜 여전히 지쳐 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이렇게 버거울까.
▷ 휴식은 몸을 쉬게 하지만, 마음을 깨끗이 비우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쉰다'는 것을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여긴다. 하지만 진짜 휴식은 멈춤이 아니라, 방향을 재점검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몸은 누워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떠올리고 비교, 두려움, 후회 같은 생각들이 쉼 없이 올라온다면 그건 '잠깐의 정지'일뿐, '회복'은 아니다.
결국 우리의 피로는 과로 때문만이 아니라, 의미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희미해질수록 우리는 에너지를 쉽게 잃는다.
▷ 불안의 근원은 '의미의 공백'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의 무의미함이다."
휴식이 끝나고 찾아오는 막연함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내가 다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단순히 해야 해서 하는 일, 남이 시켜서 하는 일, 성과만을 위해 달려가는 일은 잠시의 쉼으로는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의미를 잃은 상태에서의 휴식은 마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은 채 기계만 꺼놓는 것과 같다. 겉보기엔 쉬는 것 같지만, 다시 켜면 금세 방전된다.
▷ 의미가 있으면 불안이 사라질까?
의미는 두려움을 없애는 약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의미가 없는 두려움은 우리를 흔들지만, 의미가 있는 두려움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리더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긴장을 "이 일은 그만큼 가치 있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두려움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이다.
▷ 진짜 회복은 '의미와의 재연결'에서 시작된다
다시 시작하는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내가 오늘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흐릿하다면, 그저 하루를 버티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반대로 의미가 명확하면, 피로 속에서도 힘이 잘 빠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당신의 의미라면, 회의에서 나눈 피드백 한 마디가 그저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동료의 다음 단계를 여는 열쇠가 된다.
전문성을 쌓아가는 것이 당신의 의미라면, 오늘 마주한 난관은 좌절이 아니라 한 단계 깊이 들어가는 기회가 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신의 의미라면, 오늘 처리한 업무 한 건 한 건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누군가의 불편을 덜어준 순간이 된다.
똑같은 일도, 어떤 의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에너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당신이 팀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뿐 아니라 팀에게도 이 질문을 건네보자. "오늘 우리가 다시 시작하는 이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짧은 질문 하나가 일의 온도를 바꾸고, 팀의 방향을 바로 세울 수 있다.
▷ 의미를 찾았다면, 이제 그것을 '살아내야' 한다
의미는 '이유(reason)'이고, 행동은 그 의미의 '증거(proof)'이다.
많은 사람이 '의미를 아는 것'에서 멈춘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 의미를 살아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아는 한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팀원들의 성장이 제 일의 의미라는 걸 깨달았을 때, 제 행동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빨리 처리하려고 제가 직접 해결했는데, 이젠 시간이 걸리더라도 팀원에게 기회를 주고 옆에서 지켜봅니다. 그게 제 의미를 살아내는 방식이더라고요."
의미는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행동의 반복 속에서 선명해지는 빛이다.
"이 일이 내게 성장의 의미라면, 오늘의 실수에서 배움을 찾는 태도를 선택하자."
"이 팀이 내게 함께의 의미라면, 동료의 수고를 알아봐 주는 말 한마디로 그 의미를 드러내자."
'왜'라는 이유를 찾았다면, 이제 '어떻게'라는 실천으로 옮길 차례다.
쉬었는데도 지쳐 있다면,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이 흐려졌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진짜 필요한 건 잠이 아니라, 의미의 회복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하루의 선택 속에서 조금씩 살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