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균 박사는 SK아카데미 교육기획을 거쳐 헤이그룹 등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6년간 일했다. 이후 SK경영경제연구소, SK 사대대학인 mySUNI를 거쳐 현재 SK아카데미 리서치 펠로우로 있다.

그는 HR에 '스킬' 개념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짚는다. 첫 번째는 제조·건설 현장직 대상 직능급(스킬 취득 시 보상), 두 번째는 헤이그룹이 주도한 컴피턴시 기반 HR(고성과자 행동 특성을 채용·평가/보상·육성에 활용)이었다. 2020년대 등장한 세 번째 물결은 '스킬 기반 HR 조직'으로, 직무를 세부 태스크 단위로 쪼개 필요한 스킬 기준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구성하는 과업별 스킬 보유자들이 조직의 경계를 넘어 이합집산한다는 점에서 HR을 넘어 조직 차원의 이야기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논의 주체도 CHRO에서 CEO로 옮겨가고 있다.
스킬 기반 HR 조직이 부상하게 된 것은 회사와 개인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어질러티(Agility)'가 필요하다. 점점 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 회사는 난감하다. 직무명이나 부서명만으로는 어디에 이 일을 맡겨야 하는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보지 않은 일은 대부분 맡기를 꺼리다보니 결국 일의 공백이 생긴다. 만약 회사가 구성원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관심사는 '임플로이어빌리티(Employability) '이다. 100세 시대 경제 활동은 더욱 오래 해야 하지만, 한 회사에 계속 있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시장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어필해야 한다.
이러한 회사와 개인의 니즈를 해소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바로 '스킬'이다. 스킬 기반 HR 조직의 핵심 인프라는 두 가지다. 개인의 스킬·경력을 분석해 커리어 경로와 학습을 추천하는 '커리어 디벨롭먼트 플랫폼', 조직의 공석·프로젝트에 AI가 적합 인재를 매칭하는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다. I사는 채용 시 학위보다 스킬을 우선하고, 반기별 스킬 진단·연 40시간 학습을 의무화하며, 희소 스킬 보유자에게 보상을 더 주고, 스킬 레벨 기준으로 이동·승진을 결정한다.
2025년도 각종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78%가 스킬 기반 HR을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응답은 2%뿐이다. 스킬과 역량(Competency)의 차이부터, 스킬 보유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 학습량으로 보상하는 게 맞는가까지 실행의 벽은 높다.
앞서간 기업들의 네 가지 교훈
권 박사가 세 차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얻은, "정답은 아니지만 생각해볼 포인트" 네 가지다.
첫째,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세세한 스킬들을 나열하는 방식은 자칫 아무도 보지않는 자료가 되기 쉽다. 경영진의 핵심 비즈니스 이슈에서 필요한 스킬을 역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둘째, 스킬과 컴피턴시 간의 개념적 구분보다는 이 스킬이 왜 중요한지 구성원들을 납득시키는데에 힘을 써야한다. 일본 H사는 '듀얼 비저빌리티(DualVisibility)' 원칙을 세웠는데 스킬의 전략적 중요성과 본인의 현재 수준을 함께 명확히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각 사업부는 매년 경영계획 수립 시 당해 년도에 강조하는 스킬까지 뽑고 있다.
셋째, 배운 스킬을 쓸 수 있는 '일의 기회'가 보상보다 중요하다. H사는 스킬 기반 HR 조직에서 최고의 동기부여 장치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른바 ‘프리덤 오브 초이스'로 선언한다. 이동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해당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스킬 수준 충족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젝트 경험과 학습 이수가 필수인데, 이런 식으로 학습과 이동을 철저하게 연계하고 있다.
넷째, 결국 경영진이 끌고 가야 한다. H사는 "모든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람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원칙 아래, 학습 환경(인풋)·경력 연결(스루풋)·인재 확보(아웃풋)를 경영진 KPI로 직접 관리한다.
마무리
"제가 말씀드린 건 정답이 아니라, 경험하며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일 뿐입니다. AI 시대에도 스킬 기반은 계속 화두가 될 텐데, 도입하실 때 한 번씩 짚어보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