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속도만큼이나, 인사담당자가 감당해야 할 이슈들도 빠르게 늘어납니다. 초기에는 채용과 계약서 관리 정도로 시작하지만,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노동관계법령과 맞물린 실질적인 ‘노무관리’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문제는 그 시점을 ‘문제가 터지고 나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스타트업 HR 환경에서는 인사담당자 한 명이 채용부터 퇴사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혼자 책임지는 구조가 흔하다 보니, 한두 가지 법적 리스크만 놓쳐도 회사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사담당자분들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면서도 놓치기 쉬운 대표적인 노무 리스크 5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수습해지, 정말 ‘채용 불합격’으로 끝나도 될까?
수습기간은 채용 후 본채용 결정을 내리기 전의 시험기간으로 이해되지만, 법적으로 수습해지도 해고에 해당합니다. 즉, 수습기간이라도 계약 해지를 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수습기간 종료 시 단순히 “우리 회사에 맞지 않는다”,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통보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들은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는 평가 점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로서 실제 업무능력이 부족했는지, 개선 기회를 부여했는지를 함께 검토합니다. 따라서 수습기간 동안 업무 적격성 부족을 보여주는 구체적 자료(예: 업무 결과물, 피드백 기록, 개선요청 내역 등)를 남겨두고,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개선기회를 부여한 흔적이 있어야 수습해지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2. 계약직, 계약만료로 그냥 종료하면 끝?
대부분은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당연히 종료”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된 경우입니다. 이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번에도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실제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적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별다른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하면, 단순한 종료가 아닌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계약 갱신의 근거규정을 둔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계약 갱신의 근거규정이 없다면, 반복적으로 갱신된 계약의 횟수, 계약직 업무의 상시·지속성, 채용공고, 계약서에 기재된 표현(예: “재계약 가능성 있음” 등), 갱신에 대한 요건과 절차 설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
따라서 인사담당자는 현재 업무 구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자체 검증해보고, 인정된다면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사유를 입증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3 직장 내 괴롭힘 이슈 제기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이슈는 단순히 법 위반을 넘어서,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은 “정당한 지시를 했을 뿐인데 왜 괴롭힘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또는 관계상의 우위에 있는 자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언행으로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이며,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피해자의 경험과 상황 맥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례는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공개 질책
일방적 업무배제나 회의 배제
사적 용무 지시
단체 대화방에서의 비하성 발언
따라서 공식적인 신고행위가 아니더라도 구두 또는 서면 등을 통하여 피해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고충을 토로하거나 인사팀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 의심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면 즉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여야 합니다.
4.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기간제의 차별 이슈
초기에는 큰 문제 없이 운영되더라도, 팀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왜 나만 계약직이냐”, “같은 일을 하는데 수당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간제법은 정규직과 동종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정규직/계약직은 원래 달라’라는 인식 때문에 수당·복리후생 등에서 차이를 두는 사례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항목에서 차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대, 복지포인트, 명절선물 등의 복리후생
성과급 또는 격려금 지급 기준
건강검진, 문화생활비 지원
특히 최근에는 차별 시정신청이 실제로 들어오는 경우도 늘고 있고, 근로감독 시 시정명령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간의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면, 최소한 다음 두 가지는 갖춰야 합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 책임·권한의 차이가 무엇인지, 문서로 기준을 갖추고 그 차이를 둘 수밖에 없는 사유(업무 차이, 고용 안정성 등)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은 ‘나중에 문제될 수도 있는 잠재 리스크’로 보기 쉽지만, 일단 차별 문제가 발생하면, 그 효과가 해당 사례를 넘어 전체 기간제 근로자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중요합니다.
5. 프리랜서 계약이라고 연차휴가,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을까?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 일부 직군은 ‘프리랜서’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고 해서 반드시 법적으로도 프리랜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상사의 지시를 받고, 고정 보수를 받는 구조라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근로자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업무 시간과 장소의 구속 여부
업무 지시·감독의 실질 유무
취업규칙 등 규정 적용 여부
전속성(다른 고객과 거래 여부)
고정 보수 지급 방식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 소개한 5가지 이슈는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스타트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들입니다. 특히 인사담당자가 혼자서 모든 실무를 챙겨야 하는 구조라면, 더더욱 이러한 사안에 대한 선제적 인식과 정리가 필요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수습해지, 계약갱신, 기간제 차별, 복리후생 변경, 프리랜서 계약 등 각각의 주제를 하나씩 깊이 있게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