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다가오면 총무 커뮤니티 단톡방에는 어김없이 같은 메시지가 올라온다. "올해 명절선물 어떻게 하세요? 매번 너무 고민입니다" 이 짧은 질문 뒤에는 수많은 고민이 숨어 있다. 예산, 직원 만족도, 회사 이미지, 세무 리스크,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직원들이 좋아할까?"라는 근본적인 물음.
10년 전이라면 한우 세트나 과일 세트로 충분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채식을 실천하는 직원, 1인 가구로 사는 직원, 명품 브랜드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만큼이나 '감사를 받는 방식'도 달라졌다.
회사는 비용을 들여도 "역시 우리 회사!"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직원들은 받은 선물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린다. 이 간극은 비단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회사와 직원이 '감사'를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현금 대신 선물 세트를 선호하는 데는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브랜드의 상징성이다. 대표이사의 서명이 들어간 카드와 함께 정성껏 포장된 한우 세트는 단순한 식자재가 아니다. 그건 "우리 회사는 이런 품격을 지향한다"는 메시지이자, 직원을 존중한다는 회사의 태도를 보여주는 증표다. 현금이나 상품권은 급여의 연장선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물 선물은 '특별한 감사'의 의례로 받아들여진다.
둘째, 조직 문화의 구심점 역할이다. 모든 직원이 같은 선물을 받으며 "우리는 하나의 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와 "선물 받으셨어요?"라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그 순간 조직의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
셋째, 회계적 투명성과 비용 효율이다. 대량 구매를 통해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좋은 제품을 확보할 수 있고, 세무상 증빙도 명확하다. 현금은 세금 처리나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실물은 복리후생비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냥 돈 주세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실용성이다. 명절은 교통비, 부모님 용돈, 친척 선물 등 지출이 폭증하는 시기다. 이때 각자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이야말로 진짜 도움이 되는 복지다. 아무리 고급 와인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는 애물단지일 뿐이고, 대용량 식용유는 1인 가구에게 부담이다.
두 번째는 선택의 자유에 대한 갈증이다. 특히 MZ세대는 회사가 선택해준 '정성'보다,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는 '자율'을 복지로 인식한다.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회사 이미지를 위한 선물"로 느껴질 때, 감사는 의무감으로 변질된다.
세 번째는 불필요한 낭비에 대한 죄책감이다. 필요 없는 선물을 받았을 때, 그걸 버릴 수도 없고 억지로 소비하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결국 중고거래 앱에 올리거나 지인에게 전달하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직원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고르게 하는 명절 전용 복지몰을 운영하자. 회사가 엄선한 5~10가지 상품 카탈로그(한우, 건강식품, 소형가전, 호텔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