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진단 과정에서 자주 발견되는 리더의 고충을 들어보면, 몇 가지 반복되는 증상들이 있다.
소통이 잘 안 된다”, “신뢰가 부족하다.”
“성과 압박이 너무 크다, KPI와 전략이 따로 논다.”
“사람이 부족하다, 역량 격차가 심하다.”
“부서 간 협업이 어렵다, 사일로가 심하다.”
“우선순위가 너무 많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 Doctor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활동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원에서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며 기대하는 치료를 이야기 하는데,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서 검사를 해 보면 진짜 원인과 병명이 전혀 다른 데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많은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엄한 곳(?)에서 찾고, 엉뚱한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조직에서 리더들이 직면하고 풀어야 할 많은 문제도 이와 비슷한 현상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소통 부족의 본질은 소통 그 자체가 부족했다기 보다, “복잡한 전략과 우선순위가 일관성 있게 해석되지 못해 메시지가 흩어지기 때문”일 수 있다. 성과 압박의 본질도 “장기 전략과 단기 KPI를 연결해주는 구조 없어 리더가 홀로 버티는 과정”일 수 있으며, 인재 부족의 본질은 “채용 문제가 아니라 학습·승계·배치 설계의 부재”일 가능성이 있다. 협업 실패의 본질은 단순히 “관계가 나빠서가 아니라 공동 KPI를 소유하는 구조가 부재하기 때문” 일 수 있으며, 우선순위 과잉의 본질은 “무엇을 버릴지 결정해주는 조직적 필터가 없기 때문” 이다. 결국 진짜 문제는 복잡해진 환경을 흡수하고 정렬해줄 메타-시스템의 부재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을까?
같은 환경, 같은 문제를 마주하지만, 리더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하위 그룹의 리더들은, “소통 부족(85.8%), 성과 압박(69.8%), 인재 부족(55.5%)”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변화 노력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현상을 호소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탁월한 리더는 같은 문제를 직면하지만, 변화를 위한 전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2.81배, 전략–성과는 2.40배, 정렬은 4.50배 더 높게 행동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들은 문제를 현상으로 호소하지 않고 구조로 번역하고 행동으로 바꾸었다. “인력의 부족과, 충원 필요”로 정의하기 보다, 위임·승계·공동 KPI 설계·프로세스 표준화 같은 구조적 실험으로 연결하며, 스스로 시스템과 구조를 설계하고 해결하는 관점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경우, 시스템의 부재를 탓하며, 회사가 부족한 시스템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회사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CEO인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HR인가? 회사는 결국 나를 포함한 구성원의 의사결정으로 작동된다. 특히 리더는 회사라는 시스템의 일부이며, 그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실험하고 시도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이다.
조직이 직면하는 진짜 문제는 소통, 성과압박, 인재 부족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것들은 어쩌면 드러나는 증상일 뿐이며, 진짜 문제는 복잡해진 환경을 정렬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며, 그 시스템은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 각자가 자신이 속한 작은 단위에서 시작할 때 만들어 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오랜 시간 관찰한 탁월한 리더는, 결코 시스템 소비자가 아니라, 설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