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 사라진 시대, 다시 사람을 키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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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사라진 시대, 다시 사람을 키운다는 것

한국 스타트업 채용 한파 속에서 찾아낸 희망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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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환 Sep 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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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길었다

2024년부터 시작된 채용 시장의 침체는 2025년을 지나며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 한파를 가속한 것은 다름 아닌 AI였다. 기업은 주니어가 하던 일을 AI로 메우기 시작했고, 신입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설 자리를 잃었다.

숫자가 이를 증언한다.

  • 미국에서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신입 채용 공고가 약 35% 줄었다.

  • 하버드의 한 연구는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신입 채용이 2023년 이후 분기마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 22~25세 청년의 고용은 AI 노출이 큰 직군에서 또래 대비 약 19%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경력자에게서는 이런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2025년 들어 월평균 68만 명에 이르렀다.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라는 청년들이 일터 대신 쉼을 택하는 현상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인 풍경이 됐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구직 눈높이는 통념과 달리 높지 않았다. 연봉이나 기업 규모에 대한 기대가 과해서 쉬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첫 계단이 사라진 구조에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이미 아는 겨울의 풍경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채용 시장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겨울을 준비하고 넘어설 실마리가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흐름'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비관에서 멈추지 않으려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진짜 성격을 정확히 봐야 한다. 최근 세계의 논의는 하나의 경고로 수렴하고 있다.

"신입을 소모품처럼 없애는 것이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전문가들은, 기업이 AI를 이유로 신입 자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없애면 미래의 관리자·리더·조직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파이프라인 자체를 파괴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맥킨지도 초기 경력의 '진입 지점'에서 성장 경로가 침식되기 시작하는 조짐을 지적한다. 예일대의 분석은 더 날카롭다.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 하필 초보를 전문가로 키워주던 바로 그 입문 업무라는 것이다. 즉 지금 기업들은 눈앞의 비용을 아끼려다, 5년 뒤에 쓸 시니어를 스스로 없애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이 바로 희망의 씨앗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아니라 '설계로 바로잡을 수 있는 실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앞서가는 조직들은 이미 방향을 틀고 있다. 이들은 초기 경력 인재를 비용이 아니라 AI 전환기의 전략 자산으로 본다.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조직의 미래를 만들 사람은, 결국 지금 키우는 신입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는 어떻게 겨울을 건너고 있나

이런 현상이 한국에만 있지 않다. 전세계가 청년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이미 여럿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고, 시스템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독일: 실직 후 지원에서 '재직 중 예방'으로. 독일은 노동자가 실업자가 된 뒤에 돕는 '사후 대응' 모델에서, 아직 일하고 있을 때 직업훈련을 제공해 실직 자체를 막는 '예방적' 구조로 전환했다. 재직자에게까지 직업훈련(바이터빌둥) 지원을 확대해, 산업 변화에 미리 대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 훈련 바우처(Bildungsgutschein)로 승인된 AI 교육 비용을 사실상 전액 지원하고, 전통적 도제 훈련(VET)에 AI 역량을 통합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가 실전 도제를 만든다. 싱가포르의 AI Apprenticeship Programme(AIAP)은 정부가 월 급여(스타이펜드)를 지급하면서 참가자가 실무형 AI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보게 한다.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는 방식이 아니라, 첫날부터 실제 프로젝트로 실력을 쌓는 구조다. '경력이 없어 뽑히지 않고, 뽑히지 않아 경력이 없는' 악순환을, 국가가 실전 경력을 만들어 끊어주는 방식이다.

이 사례들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입의 자리는 시장에만 맡겨두면 사라진다. 그러나 기업과 사회가 '첫 계단'을 의도적으로 다시 놓으면, 파이프라인은 복원될 수 있다. 관건은 방식이다. 예전처럼 '뽑아서 실무를 시키며 배우게 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 입문 업무를 AI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배움의 경로 자체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은 어떤 청년을 선택해 육성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 겨울에 기업은 어떤 청년을 뽑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여기서 이전에 다뤘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진다. '성장을 갈구하는 태도', 그리고 '동기와 직업윤리'가 결국 이 질문의 답과 만난다.

첫째, 스펙이 아니라 '판단력의 잠재력'을 본다. AI가 평균적인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드는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그 결과물이 좋은지 나쁜지 판별하는 안목이다. 화려한 스펙보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AI의 산출물을 의심하고 다듬을 수 있는 잠재력을 봐야 한다. 독일의 한 훈련기관 표현을 빌리면, 필요한 인재는 만능 재주꾼이 아니라 '깊은 제너럴리스트'로 기계가 내놓은 것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AI를 목발이 아니라 지렛대로 쓰는 사람을 본다. 같은 AI를 줘도, 의존하는 사람과 부리는 사람의 결과물은 다르고 그 차이는 반드시 읽힌다. 채용에서 봐야 할 것은 'AI를 얼마나 쓸 줄 아는가'를 넘어, 'AI 위에 자기 판단을 얹을 수 있는가'다.

셋째, 동기와 태도를 갖춘 사람을 뽑되, 그 동기가 시들지 않게 키운다. 스킬은 가르칠 수 있어도 동기는 주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태도를 갖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채용의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뽑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흥미·재미·의미가 살아 있도록, 자율성과 성장의 경험을 설계해줘야 동기가 유지된다.

육성의 핵심은 'AI를 감독형 학습 파트너로 두는 것'이다. AI에게 입문 업무를 통째로 넘기면 신입은 배울 기회를 잃는다. 대신 신입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AI는 그 과정을 돕고 검증하는 조력자로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예전에 '실무를 하며 저절로 쌓이던' 판단력을, 이제는 의도적으로 설계된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신입에게 필요한 것은 편한 일이 아니라, AI가 옆에 있는 채로 '해볼 만한 도전'을 반복하는 환경이다.

청사진: 다시 첫 계단을 놓기

정리하면, 이 겨울을 넘는 청사진은 이렇게 그려진다.

1. 관점을 바꾼다. 신입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 시니어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지금 첫 계단을 없애는 기업은 5년 뒤 리더 부재를 겪는다.

2. 경로를 다시 설계한다. AI가 가져간 입문 업무를 대신할, 판단력을 키우는 새로운 학습 경로를 만든다. 도제형·프로젝트형 실전 육성이 핵심이다.

3. 사회와 함께 첫 계단을 놓는다. 독일·싱가포르처럼 기업의 신입 채용과 육성을 사회가 뒷받침한다. 개인의 '쉬었음'을 게으름으로 탓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진입로를 복원한다.

4. 선택 기준을 바꾼다. 스펙이 아니라 판단력의 잠재력, AI를 지렛대로 쓰는 감각, 그리고 지속되는 동기와 직업윤리를 갖춘 청년을 선택하고, 그 강점이 자라도록 키운다.

'쉬었음 청년' 68만 명은 실패한 세대의 증거가 아니다. 첫 계단이 사라진 구조가 만든 결과이며, 동시에 우리가 다시 놓아야 할 계단의 크기를 알려주는 지표다. 스펙은 역대 최고라는 이 세대에게 부족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기회다. 그리고 기회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첫 계단을 놓아줄 때 비로소 생긴다.

겨울이 길었던 만큼, 봄을 준비한 쪽이 가장 먼저 앞서 나갈 것이다. 신입을 없애는 데 몰두한 기업이 미래의 인재난에 시달리는 동안, 지금 사람을 키운 기업은 AI를 부릴 줄 아는 다음 세대의 리더를 갖게 될 것이다. 다시 사람을 키운다는 것, 그것이 이 겨울을 건너는 가장 확실하고, 가장 희망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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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원문: TheVC, "한국 스타트업 취업 시장 2026 상반기 동향" (thevc.kr/discussions/korea_startup_employment_2026_h1)

- Forbes (2026), "Why Entry-Level Hiring Is Down 80% At Companies Adopting AI" — 하버드 워킹페이퍼 기반, AI 도입 기업 신입 채용 급감. https://www.forbes.com/sites/carolinecastrillon/2026/05/29/why-entry-level-hiring-is-down-80-at-companies-adopting-ai/

- Forbes (2026), 스탠퍼드 분석 인용 — 22~25세 AI 노출 직군 고용 약 19% 저조, 경력자는 격차 없음. https://www.forbes.com/sites/vibhasratanjee/2026/08/31/were-hiring-a-generation-for-ai-fluency-and-well-judge-them-on-everything-else/

- World Economic Forum (2026), "What's the greatest risk in replacing early-career roles with AI?" — 신입을 소모품 취급하면 미래 리더 파이프라인 붕괴. https://www.weforum.org/stories/jobs-and-the-future-of-work/ai-decimate-entry-level-jobs-expert-insights/

- Yale Insights (2026), "Who Trains Junior Employees in the Age of AI?" — AI가 초보를 전문가로 키우던 입문 업무를 대체. https://insights.som.yale.edu/insights/who-trains-junior-employees-in-the-age-of-ai

- MIT Technology Review (2026), "It's time to address the looming crisis in entry-level work" — 정부·기업의 초기 경력 인재 육성 유인 필요.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6/05/26/1137865/its-time-to-address-the-looming-crisis-in-entry-level-work/

- Seoul Economic Daily (2026), "Before AI Takes Your Job, Do This: Lessons From Germany and Japan" — 독일의 사후 대응→예방적 재직자 훈련 전환. https://en.sedaily.com/society/2026/04/06/before-ai-takes-your-job-do-this-lessons-from-germany-and

- AI Apprenticeship Programme (AIAP), Singapore — 급여를 지급하는 실전형 AI 도제 프로그램. https://aiap.sg/apprenticeship/

- 국내 보도(2025~2026) — '쉬었음 청년' 월평균 약 68만 명, 한국은행의 구직 눈높이 분석 등


현지환
프로액티브 한 문제해결자
L&D 직무를 졸업하며, 개발자에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교육과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얻은 모든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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