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설계하는 사람들 북세미나 리뷰
logo
Original

실패를 설계하는 사람들 북세미나 리뷰

실패를 설계하는 사람들, 그날 밤의 기록
교육HRBP리더십전체
al
오프피스트 officialOct 26, 2026
1705

임창현

현) SK아카데미 Research Fellow

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전) SK이노베이션 인력개발팀장

조직 내 리더십 현상을 탐색하고 연구 및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탁월했던 리더가 실패하는 리더십 디레일먼트 (leadership derailment)와,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 요건으로서 학습 민첩성 (learning agility), 조직/맥락별 최적화된 Best Fit 리더십을 연구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 개발과 리더십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답없는 세상에서 리더로 살아가기]와, [AI와 중장년의 커리어 전환], [실패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나가던 사람들이 왜 떨어져 나갔을까

임창현 박사님은 책 소개보다 "내가 왜 이 주제를 붙들게 됐는지"부터 꺼냈다. 본업이 임원 진단, 그러니까 리더십 어세스먼트다. 진단 데이터로 교육도 하고 연구도 한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진단으로 설명이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략적이고 추진력 있고, 실제로 성과도 낸다. 어려운 일을 맡기면 반드시 해낸다. 문제는 그 사람 밑의 조직이 무너지고 있었다는 것. 똑똑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다. 이 사람을 승진시켜야 할지 내보내야 할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이 있는 현상이었다. 리더십 디레일먼트(derailment). 미국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이 오래 연구해 온 주제다. 지능이 높고, 성과가 좋고, 몰입도 높고, 매력 있고, 야망도 큰 사람들. 이 다섯 가지가 '탈선한 리더'의 공통점이었다는 게 반전이었다. 너무 잘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답"이라고 믿게 되고,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맥락이 바뀌는 순간 성공 경험이 오히려 실패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계속 성장한 사람들은 뭐가 달랐을까. 그 질문의 답으로 나온 개념이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다.

실패 한 번의 값

학습 민첩성의 교과서적 정의는 "경험에서 배우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이다. 박사님은 이걸 현장 말로 바꿨다. 실패를 통해 빠르게 배우고,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가.

여기까진 새로울 게 없다. 재밌었던 건 그다음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인터뷰하면서 박사님이 발견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었다. 실패가 싸야 한다는 것. 돈이든 시간이든 평판이든, 한 번 실패할 때 치르는 값이 크면 사람은 시도 자체를 안 한다.

그래서 박사님은 학습 민첩성을 문장 대신 공식처럼 정리했다. 실패 한 번의 단가를 낮추고,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시간을 줄이고, 실패했을 때 입는 손상을 줄이는 것. 셋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서, 하나만 0이 돼도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강연 중간에 박사님이 객석에 던진 질문이 있다. 지난주, 지난달에 나는 무엇을 시도했고 어떤 실패를 했고 무엇을 배웠나. 나도 속으로 답해 보려 했는데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가설을 갖고 일부러 해 본 시도가 없었던 거다. 박사님 본인도 AI에 글을 넣어 보면 "책에 쓰신 대로 해 보시라"는 답이 돌아온다며 웃었다.

위기감을 키우면 사람이 바뀔까

에드거 샤인의 두 가지 불안 이야기도 나왔다. 뭔가를 배운다는 건 익숙하지 않은 걸 해 보는 일이고, 그 자체가 불안이다(학습 불안). 반대로 지금 안 바뀌면 위험하다는 불안도 있다(생존 불안). 사람은 생존 불안이 학습 불안보다 클 때 움직인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위기감을 키운다. 긴장도를 올리면 각성할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런데 생존 불안이 커지면 학습 불안도 같이 커진다. 결국 사람들은 더 움츠러든다. 남은 방법은 학습 불안을 낮추는 쪽뿐이다. "실패해도 괜찮아"를 느끼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실패 한 번의 값을 낮추는 것.

박사님이 힘주어 말한 건 이게 말이나 태도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다 바꿀 수 있었던 건 하나를 안 바꿨기 때문

박사님이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은 정말 모든 걸 바꿨다. 제품도, 화면도, 가격도. 유료로 출시하려던 앱을 아예 무료로 돌린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유연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궁금했는데, 답은 반대편에 있었다. 가운데에 절대 안 바뀌는 게 하나 있었다.

정서를 읽는 AI를 만들던 회사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말에서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해 마음을 돕겠다는 회사였다. 생각만큼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고, 데스밸리까지 갔다. 최대 투자자가 "돈 되는 거 하라"고 압박했을 때 대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이거였다고 한다. 이걸 바꿔도 우리가 우리인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을 만든 대표도 비슷했다. 인터페이스도 가격도 비즈니스 모델도 다 바꿨지만, 시각장애인이 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게 한다는 기준 하나는 그대로 뒀다.

박사님은 코닥을 예로 들었다. 스스로를 필름 회사라고 정의하면 필름보다 나은 게 나오는 순간 끝이다. 고객의 추억을 남기는 회사라고 정의했다면 필름도 디지털도 그냥 방법이었을 거다. 오래 나를 지켜준 성공 방식일수록 방법이 아니라 정체성처럼 느껴진다는 게 함정이다.

실패는 밖에 나가야 보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속도였다. 틀렸다는 걸 늦게 알수록 시간과 돈과 노력이 쌓이고, 실패는 비싸진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 골라 보는 경향이 있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는 실패를 만나기 어렵다. 반증은 밖에 있다.

휠체어 전동 키트를 만든 토도웍스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주문 제작을 하던 엔지니어 대표가 딸 친구를 위해 접이식 수동 휠체어에 다는 모터를 만들어 줬다. 그 아이가 마트도 가고 여행도 다니자,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그거 어디서 샀냐"고 묻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 대신 만들어서 내놓았더니 시장이 필요한 걸 알려준 셈이다. 지금도 대표실엔 소파 대신 3D 프린터가 있고, 회의가 막히면 다 같이 가서 만들어 본 뒤 다시 회의한다고.

카이스트 출신 창업자 이야기도 있었다. 대학가 쓰레기통이 금방 넘치는 걸 보고 태양광으로 쓰레기를 압축하는 쓰레기통을 만들었다. 사업화 전에 구청 청소 봉사를 열흘 동안 새벽마다 나갔는데, 거기서 진짜 문제를 들었다. 버리는 쪽이 아니라 수거하고 처리하는 뒷단이 100년 전과 똑같다는 것. 그는 사업을 수거 프로세스 쪽으로 틀었고, 지금은 미국 시장에서 센서 기반 플랫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박사님은 이걸 "결정은 하되 확신은 유보하라"는 말로 정리했다. 결정을 미루면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대신 확신은 잠시 내려놓고, 작게 나가서 확인해 본다.

아무 데서나 실패하면 안 된다

마지막은 어디서 실패할 것인가였다. 아마존의 '되돌릴 수 있는 문과 없는 문' 이야기가 나왔다. 되돌릴 수 있으면 바로 해 보고, 아니면 한 번 더 깊이 본다. 실제로는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사람들은 그 앞에서 되돌릴 수 없는 문처럼 망설인다. 되돌릴 수 없어 보이는 결정도 쪼개 보면 시험해 볼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다.

박사님이 말한 나쁜 실패는 두 가지다. 값이 너무 커서 다시 시도할 수 없는 실패,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 모르는 실패. 감당할 수 있고, 다음에 쓸 정보가 남는 실패가 좋은 실패다.

리더에게 남긴 말도 있었다. 내가 하면 30분인데 팀원이 사흘째 붙잡고 있을 때, 답을 주면 오늘 문제는 풀린다. 그런데 조직은 아무것도 못 배우고 내일 또 같은 문제를 들고 온다. 리더가 줄 건 정답이 아니라 도전적인 목표와 기준, 그리고 안전하게 넘어질 수 있는 판이라는 얘기였다.

강연은 세 가지 질문으로 끝났다.

  1. 우리 조직에서 실패 한 번의 값은 얼마인가. 감당할 만한가.

  2. 우리가 틀렸다는 걸 얼마나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가.

  3. 실패한 사람이 평판을 크게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al
오프피스트 official
오프피스트 공식 계정입니다.
오프피스트를 대표하는 공식 계정입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