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과하는 일 [Book Review]

실패를 통과하는 일 [Book Review]

퍼블리 박소령님의 자서전을 읽고 받은 인사이트 공유, 창업, 도전, 희노애락, 성공, 좌절, 교훈 등
HR 커리어코칭리더십기타전체
승원
연승원May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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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PUBLY) — 커리어 지식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때 많은 이들의 즐겨찾기에 올라있던 그 서비스다. 그 퍼블리를 창업하고 10년간 이끌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박소령님이,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가감 없이 기록한 책을 펴냈다. (25년 9월)

한때 자주 들락거리던 사이트였고, 지금도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는 구독자로서, 퍼블리의 지난 10년 스토리는 단순한 창업기 이상으로 생생하게 와 닿았다. 퍼블리라는 회사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박소령이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성공을 손에 쥐어 보고, 또 그것을 잃어가는 과정을 몸으로 통과한 CEO의 목소리는 현장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생생함으로 다가왔다.

이렇게나 솔직할 수 있을까? 이렇게 소상하게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보여줘도 되는 것일까? 한 사람의 겉면뿐 아닌 내밀한 내면까지 사실적인 언어로 어떤 가면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일단 반하게 되었다. 아주 멋있고, 아주 신기하기도 했다.
아직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텐데 — 사업 파트너들, 현재도 운영 중인 비즈니스, 현재진행형인 많은 것들 — 이토록 과감한 용기를 냈다는 것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목차 소개]

프롤로그 — 끝에서 다시 쓰는 시작
Scene #1 — 창업자가 그만둘 때
Scene #2 — 창업자가 시작할 때
Scene #3 — 펀드레이징
Scene #4 — 공동창업: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 vs. 끝을 함께하는 사람
Scene #5 — 전시 CEO로 산다는 것
Scene #6 — 자원배분의 문제: 100억 원 이상의 돈이 생겼을 때
Scene #7 — 레이오프
Scene #8 — 주주 관계의 본질
Scene #9 — 끝을 향한 여정 Part 1
Scene #10 — 끝을 향한 여정 Part 2
에필로그 — 나다운 길을 걷기 위해

저서 중 아주 흥미롭게 읽은 대목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저자는 자신의 사업이 크게 성공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를,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계몽주의적' 비즈니스라는 아이덴티티에서 찾는다. 책 49쪽 즈음에 나오는 데,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그 사업이 인간의 어떤 본성을 건드리느냐가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경의 7가지 죄악에 글로벌 서비스를 하나씩 대입해 보면 이렇다.

교만: 인스타그램
시기: 페이스북
분노: X (구 트위터)
나태: 넷플릭스
탐욕: 링크드인
탐식: 옐프
색욕: 틴더

인간의 욕망 — 좋게 말하면 본성, 솔직하게 말하면 죄성 — 에 직접 닿는 서비스일수록 글로벌적 규모의 성공을 이룬다는 관점이다. 물론 이 매핑이 완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 시각이 주는 인사이트는 무겁게, 그리고 오래 남았다.

책에는 그 외에도 여러 장면들이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사람에 대한 실망과 배신, 아끼는 직원들을 구조조정해야 할 때의 눈물, 매출이 경신될 때 몸을 타고 오르는 도파민 같은 것들. 모두 직접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다.

저자는 100억 단위의 투자를 받은 뒤 그 자금을 신규 서비스에 집중 투입했는데, 훗날 그 선택을 아쉽게 회고한다. 퍼블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콘텐츠가 정말 좋아서, 사람들이 콘텐츠로부터 뭔가를 얻고 배웠으면 해서' — 즉,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반면 신규 서비스에 베팅했던 이유는 '누군가 그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고, 대세처럼 보이고, 기회가 보여서'였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남들이 하고 있으니 뒤처지기 전에 올라타야겠다는 심리. 어쩌면 이 차이 하나가 사업의 성패를 갈랐던 건 아닐까라고 반성한다.

내가 정말 가슴 뛰는 분야인지 아닌지는, 몰입의 밀도도, 시간을 쏟는 방식도, 자신감의 질도 모두 달라지게 만든다. 물론 모든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은 지구상에 아주 소수이고, 인생의 운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지만 재주가 없어서(잘 하지는 못해서) 고민인 사람도, 잘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고민하는 동안에도 인생과 커리어의 시간은 그럭저럭 흘러간다는 것만이 팩트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찍어본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책 —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무겁고 자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치 당당한 제목 —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실패'라는 단어가 들어있는데도 그것이 실패처럼 읽히지 않는다. 멋진 커리어우먼의 도전기로, 위축 없는 고백으로 들린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반어법적인 자신감이 페이지 내내 은은하게 전달된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아름다운 시간으로 빚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저자가 무척 부럽고,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끝 부분에 적힌 내용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이따금 나는 나 자신을 난기류에 휩쓸린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심한 난기류에 온몸이 덜덜 떨리더라도, 조종간을 꽉 붙잡고서 목적지에 반드시 도착하고 말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다. '나는 도착할 수 있다'라는 막연한 믿음보다 '나는 도착하고야 말겠다'라는 굳은 각오가 나에겐 이를 악물고 버티게 하는 연료였다. 드디어 땅에 착륙했던 날의 안도감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저서 中 p.327)

이 글을 읽는 많은 직장인들은, 각자의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로서 오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화창하고, 어떤 날은 예고 없이 난기류를 만난다. 운에 따라 평탄한 하늘을 나는 사람도 있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다. 

내 비행기의 조종석에서 내가 직접 운전대를 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떻게든, 그러면 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한 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것이 보일 책이라고 확신한다.

  • 어느 창업자의 놀라울 만큼 솔직한 기록에서, 한 사람의 단단한 자긍심을 발견한, Wonnie


승원
연승원
행동하는 철학가
HR로 시작한 커리어, 어느덧 십수년째 이 길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소통이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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