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 #4] 왜.. 어쩌다 …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나?

[심리적 안전감 #4] 왜.. 어쩌다 …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나?

생각은 AI에게 넘겼는데, 왜 하필 감정인가
조직문화HRBP코칭전체
애진
김애진Nov 5, 2026
802

Ai 시대가 도래하고, 여기저기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고의 외주화, 즉 인간의 고유 영역이던 '생각'하는 일이 어느새 Ai에게 넘어갔고, Ai는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하며 실행까지 하는, 하나의 '뇌'를 가진 또 하나의 인(간이 사용하는)류가 되었다.

그런데 우린, 참 아이러니하게도 '감정', 즉 인간의 가장 감각적인 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왜.. 어쩌다 …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나?

이거.. 우리만의 문제인가? 해외도 그러한가?

2026년 ICF Converge(뉴욕)의 발표 세션들을 보면, 코칭은 경청과 질문 같은 기본 역량을 넘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감정까지 듣는 경청으로 점점 더 통합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5년 ICF Converge(샌디에이고)에서는 발표의 대부분이 Ai & Coaching, 그리고 뇌신경과학과 Burn Out이었다. 미국은 이미 Ai 도입이 현실이고, 그 다음 질문, 즉 "그럼 사람은?"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했다.

ATD 도 다르지 않다.
2023년부터 리더의 감성지능과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26년에는 Ai에 따른 조직구조와 채용의 변화를 다루면서 동시에 구성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실제적인 방안,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을 실행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역량을 이야기했다.

기술이 앞서갈수록, 이야기는 오히려 사람의 마음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럼, 실제 조직은 어떠한가?

팀장들과 코칭을 하며 마음을 파고 내려가다 보면 조심스럽게… (차마 대놓고는 못하고) 꺼내는 말들이 있었다.
"솔직히 문서는 제가 제일 잘 만듭니다"
"왜 하라고 하면 지금 안 하죠?"
“10년 차 된 직원에게 언제까지 하라고 말해야 해요?”
"음… 고객사 방문… 했다고 하는데, 주차장 영수증 찍으면 다 나오거든요. 거짓말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해요?"

모두 영업에서 Top을 찍은 사람들..
그들이 팀장이 되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객사보다 '구성원'이 힘들다고 했다.

팀장이 되어 인센티브도 못 받고, 자신의 실적도 깎이고, 관리하던 고객사를 넘겨주었는데 결국 컴플레인이 걸리고.. 그 끝에 하게 되는 말은 "전 팀장이랑 안 맞나 봐요. 그냥 다시 영업으로 돌아갈래요."

웃으면서 말했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들의 마음은 어떠한가?
그들은 .. 화가 나 있고, 억울해 하며, 뜻대로 안되는 상황에 당황스러워 했다.

그런데 마음.... (그런 감정 따윈 누구나 격는것인데)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

맞다. 팀장들은 '직원 관리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실제적인 방안을 함께 찾고 논의하며 그들만의 정글 숲을 함께 헤치고 나가던 중에, "마음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은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들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냥 뭐 해 나가야죠"라고 말했다.

대표가 되고, 나도 나의 정글을 헤치고 나가며 '마음?'을 묻게 되는데.. 종종 '마음 따위, 그냥 해 나가는 거지…'라는 대답을 나도 나에게 하게 된다. 마음을 묻는 건 지금 이 마당에 사치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보다는 '수학의 정석' 같은 해결책이 담겨 있고, 적용하면 '답'이 나와서 사사삭! 문제가 해결되는 비법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심정이다.

…….

마음… 정확히는 마음의 감정.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affect), 또는 정동이라고 한다.

얼음에 손이 닿으면 피부가 '차갑다'고 알려주듯, 감정은 외부 환경의 변화와 정보에 순간순간 반응하는 우리 안의 신호 체계다. 심리학적으로 감정은 생존을 위한 장치이다. 지금 이 상황이 위험인지 안전인지, 생각보다 먼저 판단하는 가장 원초적인 신호가 감정이다.

그리고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오랜 시간을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 가는 다리의 기린도 태어나서 몇 분 뒤면 일어나 걷지만, 인간은 걷기까지 1년이 걸린다. 10살이 되어도 혼자 살아가기는 어렵다.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곳이 정글이 아니라 사회라는 고도화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 긴 시간을 잘 지내려면… 어린 인간은 부모와 잘 지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 애착이라는 것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감정이다. 아기가 기저귀가 꽉 차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고, 울어서 표현하고,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편안해져서 미소 짓는다. 엄마의 까꿍 놀이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가 이 신기한 자극에 까르르 웃는다. 그렇게 엄마와 아이는 '관계'라는 것을 형성한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한다.

아기가 기저귀가 꽉 차서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물론 매번 그럴 수는 없지만) 하루 종일 축축한 엉덩이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아이는 '울어도 엄마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축축함에 익숙해져 아무 표현도 하지 않거나, 엄마가 올 때까지 목이 빨개지도록 악을 쓰고 우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기저귀를 갈아주러 온 엄마의 반응이다.

잔뜩 화가 치민 얼굴로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왜 이렇게 울어! 넌 왜 그렇게 날 귀찮게 해"라고 하는 엄마.
무표정하게 아무 말 없이 투닥투닥 기저귀만 갈고 가 버리는 엄마.

비슷한 반응이 1년, 2년, 3년… 반복되면 아기의 뇌는 자극과 감정, 반응의 신경망을 두텁게 두텁게 쌓고, 나중에는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

한 아이는 '순응해야 해, 그래야 이 엄마와 살아갈 수 있어'를 택한다. 혼나면 혼나는 대로, 무표정이면 무표정대로 받아들이지만, 마음 한편은 늘 불안하다. 그리고 점점 침묵하고, 무표정해지고,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낀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극단을 회피 애착이라 부른다.

또 다른 아이는 '저항해야 해,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를 택한다. 더 크게 울고, 자라서는 엄마가 보인 그대로 "엄만 왜 그래?" 하고 악을 쓴다. 불편한 상황이 올 때마다 불안하고, 억울하고, 더 심하게는 먼저 화를 낸다. 불안 애착이다.

물론 이것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가정한 단순화이고, 실제로는 훠얼씬 더 복잡한 기제들이 얽혀 한 사람의 내면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두 아이…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회의 시간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팀원. 피드백 한마디에 먼저 날을 세우는 팀원. 우리는 그들을 '소극적'이라거나 '예민하다'고 부르지만, 어쩌면 그들은 오래전에 배운 생존 방식을 지금도 성실하게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렇게 우린 '안전감'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다.

내가 느낀 무언가를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여기는 안전하다' 혹은 '여기는 위험하다'는 감각이 형성되고, 나의 반응도 그에 맞게 자동화된다.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도 이와 꼭 닮아 있다.

개념의 출발은 조직 연구지만(Schein과 Bennis에서 시작해 Edmondson이 발전시킨), 작동하는 원리는 같다. 안전감이라는 말 자체가 '안전하다는 감정(감각)', 내가 무언가를 꺼내 놓아도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는 감각을 말한다.

여기서 우린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안전감은 1회의 사건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최소 10년… 긴 시간 동안 부모와 아이는 웃고, 울고, 편안해하고, 깔깔거리는 수만 번의 상호작용 속에서 얽히고설켜 안전감이라는 통합적인 감각을 만든다. 이 시간 동안 아이에게는 성과보다 관계 자체가 가장 중요하고(때론 결과를 재촉하는 부모도 있지만), 부모는 그 느린 발달을 예상하기에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조직에는 그럴 만한 시간이 있는가?
그리고 조직은 결과에 대한 압박을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아주 천천히, 최소한으로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조직과 구성원은 지지고 볶아도 떨어지지 않는(유지될 수밖에 없는) 관계인가?

…

아니다.
조직은 위의 전제 질문들에 대부분 NO!라고 대답하게 된다.

우리가 감정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

예전에는 개개인의 '사람'보다 '조직'이 먼저 존재했다. 사람이 느끼는 감각 따위는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이었고, 그래도 결과(생산성, 성과)는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조직을 지탱하던 중요한 축, 사람이 더 이상 견디며 머물지 않는다.

우린, 시간이 없고,
압박이 있고(산업 정체기를 넘어가고 있기에 경쟁은 더 심하고),

여기까지는 10년 전과 동일한데….

이젠 '필연적 관계', '장기간의 긴 관계', 어떠해도 유지되는 관계라는 것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고민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 사람들을 유지하지?"
사람, 정확히는 더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해야 조직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재가 원하는 조직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을 들이기 위해, 우리는 그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조직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좋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는가?

인재가 원하는 조직 …

구글은 성과가 높은 팀의 비밀을 찾기 위해 수년간 사내 180여 개 팀을 연구했다(Project Aristotle). 누가 팀에 있느냐보다 중요했던 것은, 팀이 어떻게 함께 일하느냐였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 것이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목표를 위해 시도하다 실패해도 그것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곳, 다른 의견에 반대해도 괜찮다는 감각. 그것이 보장되어야 다양한 시도가 자본이 되고, 더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재와 조직이 원하는 성과는 나와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그냥 '편안'한 것을 '안전'이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의 본질과 업의 본성, 목표 도달과 목적 달성이라는 근본 전제를 뺀 채 그냥 '안전'하기만 한 것은 무질서를 양산하고, 이는 다시 인재들이 떠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그럼 다시, 인재들이 원하는 조직은 …. 안전하되 생산성 있는 조직이다.
생산성이 어떤 상태에서 나오는지 연구해 보니, 한 사람이 일에 '몰입'할 때 나온다고 한다(칙센트미하이는 이를 Flow라 불렀다).
즉,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안전한 곳이다.

불안도 분명 일하게 만드는 에너지(동기)가 된다. 하지만 그 에너지로는 몰입에 한계가 있다.
위협을 느끼는 순간 뇌는 편도체를 중심으로 경보를 울리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는 전전두엽은 그만큼 자원을 빼앗긴다. 뇌의 일부가 '나를 지키는 일'에 쓰이는 동안, 문제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전의 상명하복으로도 어느 정도 결과는 나오지만, 조직이 원하는 극단적 상승 커브는 그려지기 어렵다. 지금처럼 창의적 사고, 통찰적 사고로 새로운 시각을 열어야 경쟁자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시대라면 더더욱.

생각은 Ai에게 맡길 수 있다. 그런데 Ai가 대신 생각해 줄수록, 사람에게 남는 일은 더 분명해진다. 한끗을 만드는 통찰, 통찰을 위해 몰입하는 것, 연결하는 것, 함께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바닥에는 '여기는 안전하다'는 감각, 감정이 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사고가 외주화되는 시대에 왜 하필 감정인가.

감정이야말로 외주화할 수 없는, 사람이 일하는 상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
조직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에 집중하게 되었다.
인간의 상태를 육체적 상태와 정신적 상태로 나누어 볼 때, 정신적 상태를 가장 즉각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 감정이라는 값이다.

그런데 여기서 막힌다.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조직 안에서 서로가 인간이기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꺼내야 한다. 그러기엔 너무 많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그런 …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억울함이 먼저 든다.

"마음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에 멈춰 섰던 그 팀장들.

그들은 구성원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정작 자기 감정을 누군가 다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영업 Top이던 시절에도, 실적이 깎이고 고객사를 넘겨주던 날에도. "다시 영업으로 돌아갈래요"라는 말은, 어쩌면 감정 따위 묻지 않아도 숫자가 나를 증명해 주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감정을 어떻게 인정하고, 말해 주고, 다루어야 할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것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어떤 감정을 어떻게 대해 줘야 할지 …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감정을 배제하고(또는 억누르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리더 자신이다.

구성원의 감정을 묻기 전에, 아무도 묻지 않았던 리더의 감정부터.
(개인적으로 난 그들을 돌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우린 리더의 감정 상태에 더 포커스하게 된다.


애진
김애진
리얼그로스 대표, 마인드카페 마포공덕 원장
KSC/P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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