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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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좋아보인다고 다 갖다 쓰면 안 된다"는 말의 의미
조직문화리더십미드레벨시니어리더
가영
김가영May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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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구성원이 비판받거나 처벌받을 걱정 없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이 개념을 세상에 알린 이후, 많은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을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하다고 느낄수록 덜 노력하게 될 수 있습니다

책임 이론(Accountability Theory)에 따르면, 사회적 평가나 제재의 가능성은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유도하는 동력입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덜 조심하고 덜 노력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심리적 안전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안전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설계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에게는 '면역적 무시(immune neglect)'라는 심리적 메커니즘도 존재합니다.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의미를 합리화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인데요. 심리적 안전감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실패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그만큼 성장을 위한 동인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환경이 오히려 책임감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과 책임감은 함께 설계돼야 합니다.

출처: Eldor, L., Hodor, M., & Cappelli, P. (2023). The limits of psychological safety: Nonlinear relationships with performan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7, 104255.

심리적 안전감과 업무 성과 – 생각해본 적 있는가

Eldor, Hodor, & Cappelli(2023)의 연구는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기존 인식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심리적 안전 풍토와 업무 성과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선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은 일정 수준(5점 척도 기준 약 4점)까지는 성과와 양의 관계를 보이지만, 그 임계점을 넘어서면 오히려 성과와 음의 관계로 전환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패턴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일상 업무에서 두드러졌는데,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됩니다.

첫째, 과도한 안전감은 구성원의 관심을 핵심 업무에서 새로운 도전이나 실험적 활동으로 분산시킵니다. 둘째, 안전함을 바탕으로 기존 업무 방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가 증가하면서, 정작 기본적인 업무 수행에서 비효율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같은 안전감이 어떤 팀에선 창의성을, 어떤 팀에선 나태함을 만듭니다

Zhang & Wan(2021)은 심리적 안전감이 동시에 상반된 두 가지 경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중 경로 모델(dual-pathway model)을 이론적으로 제안했습니다.

긍정적 경로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면서 구성원이 더 자유롭게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즉 의견 제시, 학습, 창의적 시도를 하도록 독려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심리적 안전감의 효과입니다.

하지만 부정적 경로도 존재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지면 구성원이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거나 책임을 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업무 동기가 낮아지고, 집단 발언 행동과 학습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로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지는 조직의 문화적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조직에서는 긍정적 경로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조직에서는 부정적 경로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연구들이 HR에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좋아 보인다고 다 갖다 쓰면 안 된다."

한국처럼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두려움을 줄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 경로가 더 뚜렷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같은 조직 안에서도 세대별로 심리적 안전감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즉, 심리적 안전감의 효과는 조직의 문화적 맥락, 구성원의 특성, 업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조직에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황금 처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심리적 안전감보다 먼저 설계해야 할 것

출처: Eldor, L., Hodor, M., & Cappelli, P. (2023). The limits of psychological safety: Nonlinear relationships with performan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7, 104255.

  1. 심리적 안전감과 집단적 책임감을 함께 설계하세요

실증 연구에 따르면, 집단적 책임감(collective accountability)이 높은 팀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질 때, 안전감은 비로소 원래 의도대로 작동합니다. 기대 역할과 성과 기준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1. 업무 동기를 유지하는 구조를 병행하세요

심리적 안전감이 제공하는 편안함이 업무 태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명확한 성과 기준 설정, 상호 평가와 피드백 구조, 노력에 대한 인정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안전한 환경과 긴장감 있는 목표는 공존할 수 있습니다.

  1. 우리 조직의 문화적 맥락을 먼저 진단하세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팀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팀은 같은 심리적 안전감 개입에도 다르게 반응합니다. 보편적 솔루션보다 우리 조직의 맥락에 맞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HR이 현업의 Pain Point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제는 맹목적 도입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연구 결과를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 성과에 영향이 없다"거나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하지 않은 직무, 조직도 있다"는 식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여전히 조직 학습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조건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개념이 좋다고 하니 우리도 도입하자"는 접근과 "우리 조직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먼저 생각하자"는 접근 사이의 차이가 HR의 전문성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참고문헌]

Eldor, L., Hodor, M., & Cappelli, P. (2023). The limits of psychological safety: Nonlinear relationships with performan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7, 104255.

Zhang, Y., & Wan, M. (2021). The double-edged sword effect of psychological safety climate: A theoretical framework. Team Performance Manage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27(5/6), 377–390.


가영
김가영
산업심리학/경영학을 전공하며 사람과 조직을 탐구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산업심리학과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경영학을 전공하며, 그 접점에서 '진짜 일하기 좋은 조직'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실무의 최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HR의 본질을 고민하며 매달 신선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나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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