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부서와 회의를 떠올려 보시겠어요.
처음엔 분명 일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공기가 달라집니다. 누군가 말끝을 흐리고, 누군가는 팔짱을 끼고, 누군가는 말꼬리를 잡습니다. 회의는 어정쩡하게 끝났고, 결론은 "일단 좀 더 검토해 보죠"였습니다. 그리고 회의실을 나서면서 팀장님은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여기서부터가 문제의 시작입니다. 논쟁의 대상이 업무에서 사람으로 넘어간 순간이거든요. 그리고 대부분 이 지점에서 잘못된 처방을 내립니다. 갈등을 줄이려고 하는 겁니다. 말을 되도록 짧게 하고, 민감한 주제를 회의 안건에서 빼고, 웬만하면 합의를 유도하며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해집니다.
스탠퍼드의 캐슬린 아이젠하트 교수 연구팀은 기술기업 12곳의 최고경영팀을 밀착 관찰했습니다. 모두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조직이었고, 팀 규모는 5명에서 9명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임원들을 개별 인터뷰하는 동시에, 실제 회의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결과는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4개 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이견이 거의 없었습니다.
4개 팀: 치열하게 논쟁했지만 관계가 상하지는 않았습니다.
4개 팀: 논쟁이 곧바로 인신공격과 적대감으로 번졌습니다.
두 번째 그룹과 세 번째 그룹의 차이는 회의 시간이나 논쟁의 강도가 아니라 동료를 부르는 단어였습니다.
관계가 상하지 않은 팀에서 임원들은 서로를 "똑똑하다", "팀플레이어", "업계 최고"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적대적인 팀에서는 "조종한다", "비밀스럽다",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같이 치열하게 논쟁했는데, 한쪽은 존중이 남았고 한쪽은 원한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성과에 대한 첫 번째 반전이 나옵니다. 세 그룹 중 서로 이견이 거의 없었던 첫 번째 그룹의 성과가 가장 낮았습니다. 이들은 핵심 이슈를 통째로 놓치거나, 자기 조직이 처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을 아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전제를 의심하지 않았고, 다른 대안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쟁사가 이들이 무엇을 할지 다음 수를 예측하기 쉬웠습니다.
조용한 팀은 아무도 진심으로 참여하지 않는 팀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였던 화목한 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서로 관계가 상하지 않은 네 팀이 공통적으로 쓴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에 집중하라
많은 리더가 데이터를 많이 다룰수록 논쟁거리가 늘어 싸움이 커진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데이터가 객관적이고 최신이기만 하다면, 많을수록 사람들이 감정이나 사람이 아니라 업무 사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관계가 좋았던 한 회사의 경영팀은 스스로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매주 수주와 수주잔고, 마진, 개발 마일스톤, 현금, 불량률을 들여다봤습니다. 또 다른 회사는 신임 CEO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채용한 사람이 개발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담당자였습니다.
반면 갈등이 심했던 팀들은 직감과 추측에 의존했습니다. 숫자를 보더라도 수익률처럼 이미 시간이 흘러 가공되어 나온 결과 지표를 봤습니다. 한 CEO는 업무 운영 중 나오는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자신의 목표는 “때에 따라 다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팩트는 누군가의 환상도, 추측도, 욕심도 아닙니다. 그래서 팩트는 논의에 감정을 들어오지 않게 합니다. 반대로 팩트가 없으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동기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팩트가 비어 있는 자리를 추측이 채우고, 추측은 언제나 상대의 의도에 대한 의심으로 흘러갑니다.
심리학은 이것이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인지의 기본 설계라고 말합니다. 프로닌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는 내로남불처럼 타인의 편향은 선명하게 보면서 자기 편향은 보지 못합니다. 이것이 대인 갈등과 집단 갈등의 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갈등 중인 두 사람은 각자 이렇게 확신합니다. '나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데, 저 사람은 감정적이다.' 둘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70개 경영팀을 분석한 결과, 업무 이견이 인간관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좌우한 변수는 집단 내 신뢰였습니다. 신뢰가 낮으면 사람들은 과업 갈등을 관계 갈등으로 잘못 판단합니다. 신뢰야말로 관계 갈등 비용 없이 과업 갈등의 이점만 취하는 열쇠였습니다.
신뢰가 낮은 팀일수록, 팩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합니다. 팩트가 없으면 빈칸을 의심이 채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