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사람이 없다"는 착각 -  「인재없음」 북콘서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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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사람이 없다"는 착각 - 「인재없음」 북콘서트 요약

"쓸 사람이 없다"는 착각 - 오용석 최고문화전문가가 말하는 조직문화의 진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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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피스트 officialSep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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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 AI Connect 2026 — 데이터로 여는 HR의 다음 단계, 2026.11.6 코엑스 오디토리움 3F

지난 9월 14일, 신간 「인재없음」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저자는 삼성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삼성그룹 인사팀을 거쳐, 지금은 독일계 IT 기업 SAP코리아에서 조직문화를 총괄하고 있는 오용석 최고문화전문가.

제목만 보면 "우리 회사엔 쓸 사람이 없다"는 경영자들의 흔한 푸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이 자리에서 풀어낸 이야기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좋은 사람을 밖에서 애타게 찾아다니기보다, 회사가 먼저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들면 그것이 직원 경험이 되고, 다시 채용 브랜딩이 되어 좋은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는 것. 도발적인 제목은 그 역설을 위한 장치였다.

오용석

현) SAP Korea 기업문화총괄 최고문화전문가

현) 대한민국 정부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 (22~26년)

전) 삼성중공업 인사기획팀 인재육성파트 글로벌 리더십 라인장

삼성에서 10년, SAP에서 10년, 총 22년간 HR과 조직문화 현장을 지켜온 실무형 전문가입니다. SAP코리아 기업문화 총괄로서 75개국 중 하위권이던 한국 법인을 7년 만에 톱 5로 끌어올렸고, 2026년에는 SAP 전 세계 75개국 조직문화진단 1위를 달성했습니다. LinkedIn 2만 5천여 명의 팔로워와 소통하며 조직문화를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풀어내는 관점

말하지 못했던 것들 - 어머니 환갑잔치와 심리적 안정감

책에는 저자 개인의 오래된 에피소드가 하나 담겨 있다. 어머니 환갑잔치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었던 그 하루짜리 휴가를 끝내 상사에게 요청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아침에도, 점심시간에도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내일 과장급 이상은 토요일 출근"이라는 통보를 들었다.

소심해서가 아니었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새벽 5시 50분 출근, 밤 10시 퇴근,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회식이 당연했던 10년 전 삼성 인사팀의 공기 속에서, 퇴사 이후의 삶을 그려보기가 더 두려웠고 "결국 여기서 버티고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에 스스로를 가두었다는 것이다.

"부장님이 저를 못 가게 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당한 거예요."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 결국 이 모든 것이 요즘 HR에서 자주 언급되는 '심리적 안정감'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이직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모두 경험한 저자에게 가장 극적인 순간은 이직 직후에 찾아왔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SAP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6개월을 방황하던 그는, 이직 4개월 만에 협심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스텐트 시술을 받고 사흘 만에 퇴원한 그는, 곧바로 월요일 아침 사장 주관 회의를 직접 진행했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임원이 그를 조용히 불러 세웠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질책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화였다.

"죽을 뻔한 사람이 지금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여기 나와 있냐. 우리 회사는 그런 데가 아니니 당장 들어가서 쉬어."

무한 경쟁 속에서 몸을 갈아 넣는 것이 당연했던 국내 기업 문화와,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조직의 마음가짐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후 함께 일한 두 번째 사장은 첫날부터 이렇게 선을 그었다고 한다. "나는 성과를 올릴 테니, 문화가 떨어지는 건 자네가 책임지고 막아줘." 그 약속대로 7년을 마음껏 조직문화에 쏟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결정적 차이는 'KPI'

두 회사를 모두 경험한 저자가 꼽은 결정적 차이는 업무 분배 방식이었다. 국내 기업은 업무가 팀 단위로 할당된다. 한 명이 출산휴가를 가도 나머지 아홉 명이 불만 없이 그 몫을 나눠 처리한다. 반면 외국계는 개인의 KPI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빠지면 새로 채용하거나 남은 인원의 업무 범위를 늘려 승진·연봉으로 보상한다.

이 차이는 팬데믹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업무가 개인 단위로 쪼개져 있지 않은 국내 기업은 원격 근무 상황에서 관리에 애를 먹었지만, 외국계는 "평소 하던 일을 그냥 집에서 하는 정도"의 체감이었다는 것. 앞으로 재택·원격 근무를 확대하려면, 그 전에 개인 단위 KPI를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이직의 이유, 잔류의 이유 - 아들에게 배운 계산법

연봉을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직을 결심할 때는 연봉이 1순위지만, 이미 재직 중인 직원의 불만 1순위는 의외로 연봉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년에 받을 연봉은 어느 정도 예상이 서기 때문에, 재직자에게는 직무 만족도·조직문화·워라밸·성장 기회가 먼저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이직을 결심하기 전' 단계에서 직원을 붙잡는 리텐션의 영역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아들에게 배웠다는 계산법이었다. 이직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그에게 아들이 물었다.

"아빠, 그럼 한 달에 얼마 더 버는 거야? 아빠는 그 돈에 워라밸을 팔 수 있는 거야?"

연봉 인상분을 12개월로 나누고, 세금까지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생각보다 소박해진다. "한 달에 실수령액 55만 원을 더 받으면서 지금의 워라밸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순간, 막연했던 결정이 훨씬 현실적인 저울질이 된다는 것이다.

퇴사자 인터뷰보다 스테이 인터뷰

청중 한 명이 던진 질문도 날카로웠다. "퇴사자 인터뷰보다 스테이 인터뷰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반대 관점이 필요한 경우는 없을까요?" 저자의 답은 명확했다. 퇴사자 인터뷰는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고, 실제로 그 내용을 근거로 회사가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이유로 나갔으니 조심하자" 정도의 경영진 보고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반면 스테이 인터뷰는 지금 남아 있는 직원, 즉 앞으로도 함께할 사람들을 위한 인터뷰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성장, 워라밸, 승진, 그리고 '컬처핏', 회사에도 저마다의 페르소나와 색깔이 있는 만큼, 나와 결이 맞는 회사를 고르고 지키는 일이 곧 조직문화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회사 규모가 다르면 조직문화 전략도 달라야 한다

"스타트업의 좋은 조직문화를 대기업에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단호했다. 안 된다는 것. 스타트업의 무제한 휴가 같은 제도는 대기업 규모로 '스케일업'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대기업의 제도는 작은 조직 단위로 '스케일다운'해서 적용할 수 있다.

규모별 특징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 스타트업: 리더의 말투와 표정, 심지어 화내는 모습까지 그대로 조직문화로 투영된다. 리더의 행동을 매뉴얼화해 무엇이 조직에 도움이 되고 무엇이 해가 되는지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 150명 이하 중소기업: '던바의 수(Dunbar's number)'에 따라 한 명의 리더가 통제 가능한 규모라, 방식이 고착화되어 있어도 변화 속도는 빠르다.

  • 150~300명 구간: 부서 분화가 일어나며 정치와 사일로가 생기기 시작한다.

  • 500명 이상 중견기업: 시장에서 이기는 무기는 갖고 있지만 대기업만큼의 거버넌스(인력개발원, 컴플라이언스 교육 등)는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핵심가치·인재상 같은 장기 슬로건보다, 2~3년 안에 실행 가능한 단기 캐치프레이즈가 더 효과적이다.

  • 대기업: 조직이 크고 거버넌스가 무거워 움직임 자체는 느리지만, 시장 트렌드 변화에는 오히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반응한다.

복지와 조직문화, 어떻게 구별할까

블라인드 등에서 자주 뒤섞이는 두 개념, 복지와 조직문화를 저자는 하나의 잣대로 구분한다. 성과에 영향을 주는가. 무제한 간식이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것은 복지다.

이 구분은 경영진 설득 전략과도 직결된다. 성과와 연결된 안건은 '투자'로 읽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지출'로 읽힌다. 회사의 보상 총액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출로 분류되는 순간 새 제도는 기존 제도를 없애야만 만들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재택근무를 도입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왜, 평판 떨어지게?"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를 위해 원격 근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경영진은 오케이 한다.

같은 제도라도 어떤 언어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승인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다.

직급을 없앤다고 서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장. "직급을 없애면 위계도 사라진다"는 말은 착각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4~5년 전 카카오·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도입한 '내부 레벨제'가 대표적 사례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7~8단계가 사라진 대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12~18단계의 더 세분화된 위계가 생겼다는 것. 승진해도, 누락돼도 티가 나지 않을 뿐 서열 자체는 오히려 더 촘촘해졌다.

여기에 직무급제(직무별로 다른 보상 체계), 프로젝트 단위 TF 조직의 절대평가, 평가-보상 비율 조정, 그리고 최근 화두인 '스킬 레벨링'(SAP는 800개 기술 요소를 전 직원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소개하며,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직급 단순화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자유로운 발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성과 지향적 HR 제도로 넘어가기 위한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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