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books에 AX라는 경영서적은 없다

아마존 books에 AX라는 경영서적은 없다

우리가 생각할 것은 '비즈니스 전환'이지 AI 전환이 아닙니다
성과관리Tech HR인사기획리더십리더임원CEO
밀)
김진영(에밀)Jul 24, 2026
3529

저는 얼마 전 문득 궁금해져서 아마존 도서 검색창에 AX를 쳐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경영 도서, ‘AX’라는 제목의 책은 없었습니다. 단지 AI Transformation이라는 책이 몇 권 있었을 뿐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결론적으로 AX는 K-조어이며, 벤더와 시장이 급하게 벼려낸 유행어에 가깝다는 겁니다. 물론 유행어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유행어를 경영의 목적지로 착각하는 순간, 리더는 엉뚱한 곳에 돈과 사람을 쏟아붓게 됩니다. 오늘은 이 두 글자에 휘둘리지 않고, 그 안의 고갱이를 붙드는 법을 살펴 보겠습니다.

95%라는 숫자가 던지는 질문

먼저 냉정한 통계 하나를 짚고 가겠습니다. MIT가 2025년 발표한 기업 AI 실태 보고서(GenAI Divide)에 따르면, 기업들이 생성형 AI에 300억~40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기업의 95%가 손익계산서에 측정 가능한 변화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도입은 폭발적인데 성과는 감감무소식인 거죠. MIT가 밝힌 95% 실패의 진짜 이유를 뜯어보면, 실패의 공통분모는 늘 도구가 아니라 설계였습니다.

딜로이트의 2026년 조사도 비슷한 결을 보여줍니다. AI로 매출을 키우겠다는 기업은 74%인데, 이미 그 열매를 따고 있는 곳은 20%에 그쳤습니다. 기술은 이미 회사 곳곳에 깔렸는데, 정작 사업의 모양새는 그대로인 겁니다.

그러면, 왜 이런 엇박자가 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AX를 '기술을 붙이는 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마차에 엔진 하나 얹으면 자동차가 될 거라 믿은 셈이죠. 하지만 자동차는 엔진을 붙여서가 아니라, 마차를 버려서 탄생했습니다.

부서마다 AI를 붙일수록 회사가 삐걱대는 이유

구체적인 장면 하나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최근 제가 들었던 어느 소비재 기업 이야기입니다. 마케팅팀은 AI로 ‘수요 예측과 타깃 광고를 고도화’해서 주문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목표 초과 달성! 박수 받았죠. 같은 시기 생산팀도 AI를 도입했는데, 이쪽 알고리즘의 목표는 '재고 최소화와 안정적 생산량 유지'였습니다. 역시 KPI 달성, 칭찬 받았습니다.

문제는 두 팀의 성공이 만나는 지점에서 터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마케팅이 불붙인 수요를 생산이 받쳐주지 못해 품절 대란이 벌어진 거죠. 양쪽 부서는 저마다 A를 받았는데, 회사는 고객 이탈이라는 F를 떠안았습니다. 부서마다 AI를 붙일수록 회사는 망가진다는 이 역설을, 서강대 윤석빈 교수는 'AI+의 역설'이라 부릅니다. 부분 효율의 합이 전사 성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여기서 핵심을 짚고 갑시다. AX가 실패하는 건 AI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각 부서에 너무 성실하게, 그러나 따로따로 붙였기 때문입니다. 전사의 목적이라는 뼈대 없이 도구만 촘촘히 심으면, 잘 돌아가는 부품들이 서로를 갉아먹습니다. 기술 도입이 곧 전환이라는 착각, 이게 발목을 잡는 겁니다.

학계에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통찰은 새롭지 않습니다. 학계는 진작 결론을 내려두었죠. 안드레 하넬트(Andre Hanelt)와 동료들이 2021년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에 발표한 디지털 전환 문헌 종합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279편의 논문을 통째로 훑은 이 리뷰는, 디지털 전환의 본질이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유연하게 재설계하는 변화'(malleable organizational designs)에 있다고 못 박습니다. 기술은 방아쇠일 뿐, 진짜 전환은 조직 구조·전략·일하는 방식이 함께 바뀔 때 비로소 일어난다는 거죠.

한 걸음 더 나아간 연구도 있습니다. 아옌다 켐프(Ayenda Kemp)가 2023년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실은 '상황적 AI'(Situated AI) 이론입니다. 켐프는 AI 그 자체로는 경쟁우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똑같은 모델은 경쟁사도 살 수 있으니까요. 차별화는 AI를 우리 회사의 맥락에 앉히는 세 가지 작업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우리 데이터와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그라운딩(grounding), 어디까지 맡길지 경계를 긋는 바운딩(bounding), 그리고 기존 업무를 새 판으로 다시 짜는 리캐스팅(recasting). AI는 사오는 것이고, 경쟁력은 우리 스스로가 앉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두 연구가 한목소리로 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전환의 주어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겁니다. 이 대목은 지난 호 AI는 취약한 리더십을 드러낸다에서 짚었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AI는 동인이 아니라 촉매제라, 조직에 숨어 있던 약점을 되레 크게 드러낼 뿐이라는 얘기였죠.

롤스로이스는 엔진이 아니라 '비행시간'을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전환의 진짜 주어인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오래됐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사례가 英 롤스로이스입니다. 이 회사는 한때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발상을 뒤집습니다. 엔진을 파는 게 아니라 '비행시간'을 팔기로 한 거죠. 1962년 시작한 파워 바이 더 아워(Power by the Hour)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항공사는 엔진을 사는 대신 비행시간당 고정 요금을 내고, 유지·보수 책임은 롤스로이스가 통째로 떠안는 구조입니다.

업(業)의 정의가 바뀌자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제조사에게 고장은 새 부품을 팔 기회지만, 비행시간을 파는 회사에게 고장은 곧 손실입니다. 자연히 엔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고장을 미리 막아내는 일이 사업의 핵심이 됐죠. 오늘날로 치면 완벽한 AI 활용 사례지만, 출발점은 알고리즘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 것, 그게 먼저였습니다.

이게 AX와 비즈니스 전환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AX를 목적으로 삼으면 질문이 '어디에 AI를 넣을까'로 좁아집니다. 비즈니스 전환을 목적으로 삼으면 질문이 '우리 업을 어떻게 다시 세울까'로 넓어지고, AI는 그 답을 이루는 여러 수단 중 하나로 제자리를 찾습니다. 순서가 뒤바뀌면 아무리 비싼 모델을 사도 이쁜 쓰레기만 쌓입니다. 이 표현, 지난 호 AI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에서 이미 경고드린 바 있습니다.

실행 방안 네 가지 (사실 AI 이전부터 중요하게 나왔던 것들입니다)

현장에서 쓸 수 있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AX라는 두 글자 대신, 리더가 챙겨야 할 고갱이는 이 넷입니다.

첫째, 기술 스펙이 아니라 사업 결과로 목표를 세우세요. 'AI 챗봇 도입'은 목표가 아닙니다. '상담 재문의율 20% 감축' 같은 실제 목표입니다. 회의 안건을 도구나 사용량에서 실무 KPI로 바꾸는 것만으로, AX 예산의 절반은 헛발질을 면합니다.

둘째, 업을 다시 정의하는 질문을 먼저 던지세요. 우리는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 고객이 진짜 돈 내는 지점은 어디인가. 롤스로이스의 '비행시간'에 해당하는 우리만의 한 문장을 찾기 전엔, AI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마시길 권해드립니다.

셋째, 부서별 KPI가 서로를 갉아먹지 않는지 뜯어보세요. 마케팅과 생산이 따로 놀던 그 사례를 떠올리시고요. AI를 붙이기 전에, 부서를 가로지르는 단일 목표부터 세우셔야 합니다. 판을 깔지 않고 도구만 심으면 반드시 엇박이 납니다.

넷째, 데이터가 도는 선순환을 설계하세요. 제품이 데이터를 낳고, 그 데이터가 AI를 키우고, 똑똑해진 AI가 다시 제품을 끌어올리는 흐름 말입니다. 이 플라이휠이 없으면 AI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도구에 그칩니다.

AX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정표에 적힌 한 단어일 뿐입니다. 우리의 방향은 AX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환 with 기술'이며, AI는 여러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시작할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재설계여야 합니다. 그래서 AI 출현 이전에도 있었던 PI(프로세스 혁신),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을 잘했었는지 반추하는 게 중요합니다. (DT, DX를 실패했던 조직이라면 뼈앞픈 반성과 대책 없이 AX 추진은 핋패합니다)

아마존에 AX 책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이 정리해준 정답이 없다는 건, 우리 조직의 답을 우리가 직접 써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행운을 기원합니다.


밀)
김진영(에밀)
비즈니스 코치
『위임의기술』 『팀장으로산다는건』 저자, 전략-운영-리더십-성과 with AI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