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런 것까지 외주를 준다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합류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바로 무궁무진한 아웃소싱의 세계였다.
강사 섭외부터 시작해 교육 운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전 회사에서 당연하게 직접 해왔던 일들을
이곳에서는 외부 파트너사와 함께 협업하며 풀어가고 있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들은 어땠던가. 과거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처음 다녔던 회사는 내 커리어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
그룹웨어부터 시작해서 인사평가 시스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학습 관리 시스템)까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용했었다.
두 번째로 다녔던 회사는
적절하게 자체 구축 시스템과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병용했다.
그룹웨어는 그룹 내 IT 계열사와 함께 구축한 시스템을 썼지만, LMS는 SaaS 형태를 사용했다.
그런데 현재 속해있는 세 번째 회사에 오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다방면으로 SaaS를 활용하고 있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체 개발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룹웨어는 Google Workspace였고, LMS도 역시 SaaS 형태였다.
경험이 미진했던 시절의 나는 내심 ‘여기는 개선해 나가야 할 게 많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업무 시스템의 완성형이자
일 잘하는 조직의 표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내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오만한 생각이었다.
세상에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조직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는 게 적절할 때도 있다.
규모의 경제라는 말처럼 조직 규모가 매우 크다면,
SaaS 형태의 구독형 서비스는 오히려 비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기업에서는 구독형 서비스가 훨씬 경제적이다.
초기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대신,
이미 잘 구축된 서비스를 구독하면 효율도 효과도 톡톡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팀 규모가 많이 커진 편이지만,
내가 막 합류했을 때만 해도 팀원은 나 혼자뿐이었다.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나는 이전 조직에서 일하던 방식 그대로 업무에 임했다.
규모가 컸던 이전 팀에서 하나하나 가내수공업으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 준비를 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했다.
그러다 보니 금세 지쳐버렸다. 내 몸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교육 기획부터 내용 설계, 운영 준비와 현장 지원까지.
교육이 완성되는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고 정교하다.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조직 상황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자
비로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걸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다 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정작 중요한 교육 콘텐츠와 교육생을 놓친다면 그야말로 다 잃는 꼴이다.
세 번째 회사에서 경험한 아웃소싱은 게으르거나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명민한 의사결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연차가 차오르고 업무의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모든 걸 자기 손으로 거머쥐려 한다.
"내가 다 해야 완벽해"
"내가 안 챙기면 구멍 나"
하지만 이런 욕심과 조바심으로 혼자서 모든 판을 짜고,
기획하고, 운영까지 다 해내려다 보면 결국 번아웃이 오거나 일 전체를 그르치게 된다.
조직에서 레벨업을 한다는 건, 내 업무 역시 지혜롭게 아웃소싱 할 줄 알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내가 지켜야 할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혼자 다 짊어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동료와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외부 전문가와의 소통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AI가 알아서 기획안을 써주며,
온갖 삐까번쩍한 SaaS 툴이 업무를 대신해 주는 시대다.
이제 기능도 업무도 손쉽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AI와 솔루션이 등장해도 절대 아웃소싱할 수 없는 단 하나가 있다.
바로 소통이다.
우리가 교육을 왜 하는지, 이 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동료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묻고 들으며 마음을 연결하는 일.
그것만큼은 어떤 훌륭한 서비스로도 대신할 수 없다.

시스템은 아웃소싱해도, 우리의 마음까지 아웃소싱할 수는 없으니까.
-양파쿵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