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에 제정된 토니상은 해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연극, 뮤지컬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해 시상하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시상식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5년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모두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세계적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21세기 후반의 서울 메트로폴리탄에는 버려진 헬퍼봇들이 지내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주인들로부터 버려진 은퇴한 헬퍼봇들만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알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지금껏 몰랐던 복잡한 감정들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로봇에게는 사랑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지만,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 관해 있을법한 이야기로 풀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작품의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본다.
박천휴 작가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 캐릭터'인 로봇이 나오는 오리지널 스토리가, 유명 소설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 브로드웨이에서 굉장히 낯설고도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배경, 로봇 주인공, 오리지널 스토리, 무명의 창작진 등등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강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약점으로 변하거나, 결점으로 여겼던 부분이 장점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다윗과 골리앗’ 저자 맬컴 글래드웰은 우리가 강점과 약점에 대해 오해할 때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약자라는 입장은 종종 문을 열어 기회를 만들어주고, 약자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들을 가르치고 깨닫게 해주며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약점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을 간절하게 하고, 기꺼이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게 하며, 전에 없던 독창적인 방식을 어떻게든 찾아내게 한다. 그래서 다윗들을 ‘작은 거인’이라 칭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이 약점이었다.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걸프전을 일으킨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합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상대 후보들은 그의 이름을 트집 잡았지만 그는 "부모님은 저에게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아프리카식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관대한 나라 미국에서는 이런 이름도 성공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당당히 대응했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2022년 8월 세계 청소년 여자핸드볼선수권에서 비유럽 국가 최초로 우승한 대표팀 김진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경기 전 우리가 몸을 풀면 다들 우리만 쳐다봤다.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팀이 같은 핸드볼을 했다. 우리는 빨리 움직이면서 협동하는 우리만의 핸드볼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대체로 뛰지 않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다리를 풀고 스텝·패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키 크고 팔 길고 힘과 기술력까지 뛰어난 유럽팀을 상대로 똑같이 경쟁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빠른 속도와 강한 체력, 짧고 정확한 패스, 척척 들어맞는 리듬으로 돌파했다. 중거리슛은 밀린 반면, 속공과 스틸은 압도적이었다.
대회 MVP로 뽑힌 키 160㎝ 김민서는 키 차이가 많이 날수록 공격이 더 쉬웠다고 했다. 공격할 때 그가 자세를 낮추면,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 막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너무 빠르고 너무 달라서, 작은데도 잘하니까 멋있다고 응원 많이 받았다. 작은 체격은 스포츠 세계에서 약점으로 통하지만, 약점이 결과적으로 승리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는 학창 시절 키가 작아 늘 벤치 신세였다. 그는 책에서 “필사적으로 살길을 찾았다. 내가 가진 조건으로도 꼭 필요한 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벤치에 앉아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공이 오는 지점을 예측하는 눈썰미를 키웠다. 감각을 익히려고 공을 끼고 밥 먹었고, 잘 때도 끌어안고 잤다. 단신 선수가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역할은 수비라고 결론 내리고, 혼자서 수도 없이 벽에 공을 던져 받아내는 훈련을 했다.
고2 때부터 기적처럼 키가 크면서 ‘수비 뛰어난 공격수’로 단숨에 빛을 발했지만, 그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고자 노력해오지 않았다면, 내게 주어진 기회를 어쩌다 찾아온 운이라 생각하며 두려워했을지 모른다. 아무리 작은 장점이라도 무게중심을 두고 키워나가면 단점을 돌파할 수 있다. 그것을 완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은퇴하고 야구 해설자로 활동 중인 유희관 선수.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볼이 느린 투수(직구 평균 구속 128㎞)이다. 그런데 이 구속으로 8년 연속 10승, 통산 101승을 거뒀다. 유희관은 약점인 느린 구속을 무리하게 올리는 대신 장점인 좋은 제구력을 더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볼 넷이 별로 없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타이밍을 뺏는 스킬은 누구보다 탁월했다. 김성근 감독은 “공은 느리지만 머리 회전은 누구보다 빠른 선수이다.”라고 평가한다. 만약 유희관이 강점이 아닌 약점 보완에 집중했다면 130㎞ 언저리의 구속으로 100승 이상을 거두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강점 활용보다 약점 보완에 더 신경 쓰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2001년 갤럽 조사에서 '강점을 토대로 일하는 것과 약점을 고치는 것 중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미국 국민들은 강점 활용이 41%였고, 일본과 중국 국민들은 약점 보완이 압도적으로 높은 76%라고 응답했다.
통계에 따르면 새해 결심의 80%에 달하는 항목이 매년 똑같다고 하는데, 대부분 약점을 고치려는 시도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약점을 보완하거나 개발한다고 해서 그 약점이 강점으로 바뀌거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약점이 없는 평범한 수준에 도달할 뿐인 것이다.
핵심은 강점은 집중하여 계속 활용하고 약점은 관리하는 것이다. 약점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우리의 DNA가 반영된 약점은 우리 자신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강점을 활용하고 더 갈고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