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가 지나고 몸은 정직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잘 쉬고, 잘 먹고, 충분히 누린 시간은 체중이라는 수치로 환원되었습니다. 한동안 추위를 이유로 달리기도 자연스럽게 멈춰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운동화를 신고 양재천으로 나갔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크게 한 바퀴, 5km. 기록을 단축하겠다는 의지도, 거창한 다짐도 없었습니다. 그저 ‘다시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초반에는 몸이 무거웠고 호흡은 가빴습니다. 한동안 달리기를 이어가자 두껍게 입고 나간 옷 안쪽으로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앱이 3km를 알릴 즈음 리듬이 돌아왔고, 5km를 마쳤을 때는 힘들었지만 상쾌한 감각이 남았습니다. 그것은 큰 성취감이라기보다, “끝까지 해냈다”는 인식에 가까웠습니다.
이 경험은 한 가지 연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The Power of Small Wins>
이 논문에서 Teresa M. Amabile와 Steven J. Kramer는 수백 명의 지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수천 건의 일일 업무 기록(daily diary)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감정과 동기, 창의성을 가장 강력하게 고양시키는 요인은 외적 보상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에서의 ‘진전(progress)’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좋은 하루”로 평가한 날은 보너스를 받은 날이나 큰 칭찬을 들은 날이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과업에서 작더라도 한 걸음 나아갔다고 느낀 날이었습니다. 반대로, 일이 정체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진 날은 동기와 정서가 현저히 저하되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진전의 원칙(Progress Principle)’이라 명명합니다.
진전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심리적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입니다.
러닝 5km는 즉각적인 체중 감량이라는 보상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시 시작했다’는 진전의 경험은 다음 행동을 유도합니다. 오늘의 5km는 내일의 반복을 가능하게 하고, 반복은 체력을 축적하며, 체력은 다시 집중력과 정서적 안정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팩트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큰 성공은 빈번하지 않지만, 작은 진전은 매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맥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이 무기력을 느끼는 순간은 보상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고 인식할 때입니다. 반대로, 작더라도 의미 있는 전진을 체감하는 순간 에너지는 자생적으로 발생합니다.
진전은 감정을 변화시키고, 감정은 인지를 확장하며, 확장된 인지는 다시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계절 역시 급격히 바뀌지 않습니다. 봄은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하지 않습니다. 미세한 기온의 변화와 일조량이 축적되며 계절은 이동합니다.
삶과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 5km의 선택, 한 페이지 더 작성한 보고서, 미뤄두었던 대화를 시작하는 작은 시도. 이러한 미세한 진전이 축적될 때 우리는 어느 순간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인식합니다.
그 에너지는 보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루하루 나아가는 일.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한 방향성. 에너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보상이 아니라 진전에서 나옵니다.
오늘도 퇴근 후 달려볼까 합니다.
당신은 오늘 어디에서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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