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민한 리더십과 현재 배우는 주제는 [여성리더십]입니다. 언젠가 책으로도 쓰고 싶을 정도로 정말 할말이 많은 주제이기에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1. [여성리더십]이라는 한 꼭지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논문결과에서 나오는 것처럼 여성이 조직에서 마주하는 장벽들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복병이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 장벽 앞에서 좌절하거나, "여성이라서", "워킹맘이라서"라는 한계 뒤로 숨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저를 되돌아 보면 저는 그냥 제 역활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그 어떤 유리천장이나 조건 앞에서도 핑계를 대거나 도전을 주저해 본 적이 없고, 가정에서는 아내로써 엄마로써의 역활을 남편에게 요구하기도 하고 조율해 가면서 밸런스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내 이름 석 자와 실력 앞에 누구보다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요즘 젋은 직원들을 보면 이제 맞벌이는 너무 당연하고, 남편들의 육아 참여도나 아내의 커리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맞벌이를 하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남자 후배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워킹맘 혹은 아내의 행복지수는 남편의 육아/가사 참여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와이프를 누구보다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그리고 이건 내 경험담이라고!) 이미 무섭게 변하고 있고, 회사의 조직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리더가 스스로 한계를 가두지만 않는다면 그 어떤 장벽도 돌파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커리어에서 제 성장을 도와 주신 분들은 모두 남성 분들이었고 실력으로 검증된다면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기에 보호를 받기에 남성 동료들에게 역차별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 뿐이거든요.
2. 연구논문들을 보면 확신, 경쟁심, 독립심, 성취지향 같은 것들을 '남성성'의 특징이라고 분류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특성들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제가 자라온 환경이 준 삶의 무기였습니다. 부모님은 딸만 있는 집안이었음에도 저를 그 어떤 아들보다 철저하게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워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나약한 여자'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남자들이 거칠게 해내는 일들을 똑같이 해내며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무기가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이 바로 노동조합 전담 노무 팀장으로 거친 현장을 누빌 때였습니다. 첫회사에서 그 당시 매년 파업을 하는 강성 노조(지금은 아니지만) 전 직원 중 본사인력을 제외한 노조원, 가입율이 85% 되는 인원 중 2개의 노동조합(한국노총,민주노총등 노조전임자만 8명)을 상대하는 일이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교섭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 노무팀장 하나의 영향으로 교섭테이블은 더 젠틀해 지고 소프트해졌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 그리고 제 상사분들의 지원과 지지는 함께 있었습니다. 여자인 제가 가진 강점(소통스킬, 공감능력, 빠른 일처리, 명확한 의사결정등등)을 노조 전임자들도 더 좋아해 줬고 아직도 연락을 주시곤 합니다. 척박한 남초 회사에서 유일한 홍일점 일했던 경험이 많아서 인지 몰라도 나보다 띠 동갑 이상이 나이 많은 이상의 직상 선배들과 일하면서 저는 어떤 불합리함에도 기죽지 않고 또박또박 내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그 과정에는 분명 남자 동기들과 남자 선배들의 은근한 시기와 질투가 따라왔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것을 내 실력의 증거 삼아 은근히 즐겼습니다. 그 서슬 퍼런 질투 속에서 제가 깨달은 일터의 본질은 아주 단순합니다.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에서 내가 필요하고, 내가 잘하는 '성과'가 확실하다면, 조직은 결국 나를 키워주고 내 커리어를 만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는다면, 세상에 깨부수지 못할 벽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3. 최근에 가입한, 여성 임원 비중을 높이고 여성 리더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WIN(Women in Innovation)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의 위대한 여성 선배님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깊은 연대감과 용기를 얻습니다. 그 선배들 역시 모두 아이를 치열하게 키워낸 엄마들이었고, 그 척박했던 시절을 뚝심 있게 버텨내며 지금까지 조직 안팎으로 거대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저 또한 현장에서 성별의 한계에 부딪혀 흔들리는 여성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든든한 롤모델이 되고자 늘 단호하고 따뜻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언젠가 자랍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육아와 일의 병행이 숨이 턱 막힐지라도, 이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넘겨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벽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나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도록 리더로서 나만의 대체 불가능한 확실한 무기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남성을 어설프게 모방하지도, 여성이라는 연약함 뒤로 숨지도 않는 이 떳떳한 태도야말로 미로를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 연구에서도 남성성이나 여성성 어느 한쪽에 치우친 리더보다, 두 가지 성향을 유연하게 꺼내 쓰는 '양성성(Androgyny)'을 가진 리더가 가장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걸어온 이 길은 제 개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제 부모님이 저를 독립적으로 키워 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셨듯, 일과 가정을 지혜롭게 조화시키며 당당한 리더의 경영자의 옷입은 제 모습 자체가 제 딸에게, 그리고 우리 조직의 수많은 젊은 워킹맘들에게 또 다른 성장의 환경이자 든든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유리천장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타협하지 않고, 내 안의 실력을 믿으며 나다운 영향력을 증명해 내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고 개개인의 삶에 갇혀 있던 한계의 틀을 깨부수고, 진짜 리더십의 무기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