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리더에게 주는 질문_내 사람을 지키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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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리더에게 주는 질문_내 사람을 지키는 용기

나는 내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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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
이주형Oct 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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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람을 지키는 용기 / 『왕과 사는 남자』

1.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 :
“나는 위기의 순간에도 내 사람의 곁을 지킬 수 있는가?”

“회사에서 결정한 일입니다. 괜히 나서서 본부장님까지 어려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H사는 주요 고객의 한국 시장 철수와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주문 감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각 사업부에 감축 대상자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생산본부의 류 본부장에게도 정해진 숫자의 명단을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생산본부에는 이른바 힘 있는 본부들보다 많은 감축 인원이 할당되었다.

류 본부장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의 실적 부진은 특정 부서의 잘못이나 직원의 태만 때문이 아니라 경영환경이 악화된 탓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최근 평가점수가 낮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직원부터 정리하려 했다.

류 본부장은 회사의 상황과 방침을 이해했지만, 오랜 시간 불이익을 감수하며 수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 온 직원들을 내보내기는 어려웠다. 자신의 자리를 걸고 저항하려 했으나, 오히려 팀장들이 그를 설득했다. 경영환경이 단시간에 좋아지기 어렵고, 명단 제출을 거부해도 구조조정은 지속될 상황이 뻔한데 류 본부장까지 신뢰를 잃으면 남은 직원들을 지킬 힘도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류 본부장도 그 우려를 이해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이름을 적어 제출하는 순간, 그동안 자신이 책임질 테니 따라오라고 했던 말이 공허해질 터였다. 그는 본사에 구조조정 기준 재검토를 요청하고 임원 보수 감축과 외주비 절감, 근무시간 조정과 직무 전환 같은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래도 감원이 불가피하다면 시간을 두고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재취업과 보상 방안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내 사람을 지킨다는 것은 조직의 결정에 무조건 대항하는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결정 앞에서 공정한 기준과 대안을 요구하고, 피할 수 없는 고통의 과정에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잃을 것이 있음을 알면서도 지켜야 할 가치를 선택하는 태도다. 리더가 진짜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리더에게 자신의 사람을 지킬 용기가 있는지는 자신의 자리와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 드러난다.

2. 영화의 장면들 / 『왕과 사는 남자』 (2026, 한국)

(1) 영화의 줄거리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되어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 이홍위가 1457년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유해진이 광천골 촌장 엄흥도를, 박지훈이 이홍위를, 유지태가 한명회를 연기했다.

가난한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는 권세 있는 양반의 유배지가 된 이웃 마을이 풍족해진 것을 보고 청령포를 유배지로 만들면 자신의 마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아를 설득해 유배인을 맞는데, 바로 권력에서 밀려난 어린 선왕 이홍위였다.

이홍위는 자신을 지키려다 죽은 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다. 엄흥도에게도 그는 마을에 부를 가져다 줄 손님이 아니라 화를 부를지 모르는 존재다. 두 사람은 유배인을 돌보는 보수주인과 유배객으로 만난다.

함께 지내며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이홍위는 호랑이의 위협에서 주민들을 구하고 귀한 쌀밥을 나눈다. 엄흥도의 아들 태산에게 배움의 길도 열어준다. 마을 사람들은 폐위된 왕이 아니라 자신들을 살피는 한 사람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이홍위도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다시 삶의 온기를 찾는다.

엄흥도 역시 손익을 따지던 촌장에서 이홍위의 존엄을 지키는 사람으로 변한다. 두 사람은 신분을 넘어 벗이 되고, 이홍위는 감시할 유배객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사람이 된다. 이 변화는 매일의 밥상과 대화,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자 광천골에도 위협이 다가온다. 한명회는 엄흥도에게 복위 움직임을 밀고하라고 압박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족과 마을까지 위험하다. 엄흥도는 권력의 편에 설지, 이홍위의 곁을 지킬지 선택해야 한다.

역사는 이미 비극의 결말을 알려준다. 엄흥도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지막 부탁 앞에서 무너지지만 끝까지 이홍위 곁에 남는다. 그리고 아무도 시신을 거두려 하지 않을 때 죽음을 무릅쓰고 그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낸다.

역사 기록에는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한 사실이 남아 있다. 두 사람의 우정과 단종의 마지막 모습은 정사와 야사 사이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것이다. 영화는 엄흥도가 이홍위와 관계를 맺으며 그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얻는 과정에 주목한다.

(2) 영화에서 발견한 키워드

이 영화에서 발견한 키워드는 [내 사람을 지키는 용기]다.

‘내 사람’은 사적인 친분이나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리더에게 내 사람이란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책임져야 할 관계 안에 들어온 사람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존엄이 훼손되지 않게 하고, 부당한 힘 앞에서 보호하며,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엄흥도는 마을의 가난을 해결하려는 계산으로 유배지를 자처했고, 처음에는 정치적 위험을 몰고 온 이홍위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함께 지내며 그의 상처와 품격을 알게 되면서 관계가 달라진다. 책임은 직책뿐 아니라 사람을 내면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엄흥도의 용기가 의미 있는 것은 그에게 지켜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과 마을의 생계를 책임지는 촌장인 그가 한명회의 요구를 거부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해진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단순한 충성심보다 복잡하고 현실적이다.

현실에서는 가까운 사이라 해서 무조건 편을 들면 조직은 파벌과 불공정에 빠질 수 있다. 보호의 기준은 친밀함이 아니라 존엄, 공정, 책임이어야 한다.

(3) 인상 깊은 영화 속 장면들

<장면 1> 이홍위가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한 밥상에서 쌀밥을 나누는 장면

“지켜야 할 관계는 상대의 존엄을 인정하는 순간 시작된다”

이홍위는 호랑이의 위협에서 주민들을 구하고 귀한 쌀밥을 나눈다. 아무리 폐위되었다고는 하나 한때는 임금이었던 사람이 일반 백성과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한 밥상에 둘러앉는 모습은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사람은 직위와 평판만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 내면을 볼 수 있을 때 직위와 역할을 넘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엄흥도는 왕이 아니라, 왕의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남은 한 사람의 품격과 외로움을 보았기에 이홍위를 외면할 수 없었다.

리더도 구성원을 지키려면 먼저 그들을 알아야 한다. 이름과 성과 등급을 넘어 어떤 책임을 감당하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며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필요한 도움을 판단할 수 있다.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면 2> 한명회가 엄흥도에게 이홍위의 복위 움직임을 밀고하라고 압박하는 장면

“용기는 안전한 답이 사라진 순간 무엇을 포기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일이다”

한명회의 요구는 엄흥도를 잔인한 선택 앞에 세운다. 한명회의 계략에 협조하면 가족과 마을을 지킬 가능성이 커지지만 이홍위를 배신해야 하고, 거부하면 자신이 책임지는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가 따른다.

리더의 용기는 모든 선택에 대가가 따를 때 드러난다. 신념을 앞세워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것도, 현실을 이유로 부당한 요구에 순응하는 것도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엄흥도의 고뇌는 사람을 지키는 판단의 무게를 보여준다.

조직에서도 리더는 전체의 방침과 이와 상반되는 구성원의 삶 가운데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난처하더라도 무조건 반대하거나 복종하는 대신 결정의 근거와 영향을 확인하고, 부당한 부분을 말하며, 대안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 자신의 평판과 자리가 흔들릴 수 있음을 감수하는 것이 도덕적 용기다.

<장면 3> 엄흥도가 아무도 거두지 못하는 이홍위의 시신을 목숨 걸고 수습하는 장면

“진짜 책임은 더 이상 보상받을 수 없는 사람의 곁에도 남는다”

이홍위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를 지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는 더 이상 왕도 아니며, 그의 시신을 수습하는 행동은 엄흥도에게 명예나 권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의 명령을 거스른 사람으로 처벌받고 가족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모두가 두려움에 물러선 순간 엄흥도는 그의 시신을 거둔다.

이 장면에서 지킨다는 말의 본질이 드러난다. 유리할 때 가까이 있는 것은 관계일 수 있지만, 상대가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을 때 존엄을 지켜주는 것은 책임이다. 엄흥도는 이홍위의 운명을 바꾸지 못했고, 직접 그의 목숨을 끊어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버려진 존재로 남겨두지 않았다. 이홍위도 그런 엄흥도의 입장과 행동을 이해했을 것이다.

리더가 모든 구성원의 고통을 없애거나 모든 사람을 조직에 남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을 혼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정당한 절차와 예우를 지키며 이후의 삶을 준비하도록 돕는 것 또한 사람을 지키는 리더십이다.

3. 리더십 인사이트

앞에서 소개한 H사의 류 본부장은 자신의 힘으로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고, 모든 직원을 계속 고용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없다. 회사의 생존을 외면한 채 자신의 부서만 지키는 것은 다른 구성원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회사의 방침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직원 편과 회사 편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투명하게 검토하고, 그 고통이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과를 모두 바꾸지 못하더라도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구성원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① ‘내 사람’의 범위를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책임으로 정해야 한다

리더가 말하는 ‘내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면 보호는 곧 편애가 되고 불공정한 관리의 시작점이 된다. 리더의 책임은 개인적 호감과 관계없이 자신의 결정과 권한의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에게 미쳐야 한다. 목소리가 작고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엄흥도에게 이홍위는 원래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배객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그의 삶을 맡고, 한 사람으로 알아가면서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 내용은 “저도 그 안에 있습니까?”, “그대는 아닌가?”라는 명대사에 잘 녹아 있다. 리더 역시 조직 안에서 쉽게 소외되거나 위험을 혼자 감당하는 사람까지 책임의 관계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② 사람을 지키는 일은 일상의 존중에서 시작된다

위기의 순간에만 구성원을 위해 나서겠다는 다짐은 오래가기 어렵다. 평소에 내면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성과와 역할로만 대했다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신뢰는 결정적인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작은 약속과 소소한 관계가 쌓여 만들어진다.

영화에서 엄흥도와 이홍위의 관계도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가족과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 속에서 깊어진다. 리더는 구성원의 성과뿐 아니라 업무의 부담과 성장의 기회, 삶의 존엄을 평소에 살펴야 한다. 일상의 존중이 있어야 위기의 보호도 특혜가 아니라 관계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진다.

③ 부당한 힘 앞에서 질문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나도 어쩔 수 없어. 까라면 까야지 뭐”라며 위에서 받은 지시를 아래에 전달하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결정이 현장에 미칠 영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면서도 침묵한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통로를 잃는다. 리더에게는 불편한 사실을 최종 결정권자에게 말하고 결정의 재검토를 요구할 책임이 있다.

용기 있는 이의제기가 감정적인 반항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확한 사실과 원칙, 실행 가능한 대안을 갖고 말해야 한다. 류 본부장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비용 절감 방안과 직무 전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을 지키려는 선의가 조직을 살리는 판단과 연결될 때 설득력을 얻는다.

④ 보호와 비호를 구분해야 한다

내 사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잘못을 숨기거나 기준을 낮추면 다른 구성원이 피해를 본다. 성과가 부족한 사람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주지 않고, 규정을 어긴 측근을 감싸며, 책임을 다른 부서에 돌리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비호다. 이런 행동은 당사자의 성장도 막고 조직의 신뢰도 무너뜨린다.

진정한 보호는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 바라본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되, 한 번의 실패로 인격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회복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공정한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사람과 조직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리더는 언제나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없다. 승진에서 탈락한 사람,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과도 마주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인사부서나 이메일 뒤에 숨겨 전달하면 행정은 끝날 수 있지만 리더의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엄흥도는 이홍위의 죽음을 막지 못하지만 그의 마지막을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죽은 뒤에도 존엄을 지키며 자신의 도리를 다 한다. 조직의 리더도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일수록 직접 설명하고 구성원의 감정을 수용하며 다음 길을 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 함께할 수 없게 된 사람까지 존중하는 태도가 남은 구성원에게도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내 사람을 지키는 용기는 모든 사람을 구해내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해도 부당함을 말하고 공정한 기준을 세우며, 피할 수 없는 아픔 속에서도 사람을 혼자 두지 않는 태도다. 진짜 용기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말이 자신의 안전과 충돌할 때 드러난다.

이 영화가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내 자리와 평판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에도 나는 지켜야 할 사람과 함께하며 원칙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가?”

4. 성찰을 위한 질문들

1. 내가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기준은 친분과 충성인가, 아니면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인가?

2. 우리 조직에서 부당한 결정이나 위험을 혼자 감당하고 있지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인가?

3. 나는 상부의 결정이 구성원에게 미칠 영향을 사실과 대안을 갖고 말할 수 있는가?

4. 구성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잘못이나 낮은 성과를 감싸며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가?

5.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어려운 순간에도 직접 설명하고 마지막까지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있는가?

☞. 작가의 영화 메모

우리 가족이 이 영화를 함께 보며 모두 대성통곡한 장면이 있다. 엄흥도가 직접 이홍위의 목숨을 끊는 장면이다. 이홍위가 마지막 가는 길을 엄흥도의 손에 맡기고 싶다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부탁을 받아들인 엄흥도의 모습은, 이후 목숨을 무릅쓰고 이홍위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과 함께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끝까지 한 사람의 곁을 지키는 엄흥도를 보며, 오래전 내가 모셨던 한 사장이 떠올랐다.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던 시절, 회사가 매각되는 경험을 했다. 당시 사장은 임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매각 작업이 끝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고, 일상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모든 직원이 인수 회사로 승계되는 것이 계약 조건이라고도 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임원은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과 CFO, CHRO 등은 이미 그때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그 사장은 정기 승진 발표도 금요일 오후 6시에 하도록 했다. 주말을 보내고 나면 아픔도 조금은 잦아들 것이라는 이유였다. 승진하는 사람보다 누락되는 사람이 더 많으니,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불편하다며 자신은 승진 발표 10분 전에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른 리더들은 저녁에 승진에 누락한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주며 위로해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승진 발표 직전에 조용히 회사를 빠져나가던 그의 뒷모습을 잊지 못한다. 직원들이 느낄 실망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하여 그 순간을 회피하던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내가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모든 직원을 승진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어려운 결정 뒤에도 직원들을 마주하는 태도였던 것 같다.

퇴사 후 나는 그에게서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의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돌아보게 된다.


주형
이주형
경영관리/조직문화/피플전문가, 비즈니스코치, 작가
재무,인사,기획,전략 등 경영관리 전문가이자 피플 전문가, 전문코치(PCC/KPC)/전문퍼실리테이터(CPF)/전문채용면접관/작가(15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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