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가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걷기 시작하는 아이는 어디든지 막 가버리고, 특히 계단만 보면 달려가서 오르려고 하는데, 제 첫째 아이가 23개월일 때 오사카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둘째를 임신하여 만삭이었던 아내가 쇼핑한다고 아이를 저에게 맡겨서 저는 오사카역에 있는 파나소닉 매장에서 살것도 아니지만 실컷 윈도우쇼핑을 하고 육교를 건너서 아내가 있는 쇼핑몰에 합류하려고 걸어가는 중이었습니다. 퇴근시간의 오사카역은 정말 사람이 많고, 특히 육교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대부분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동해야 하지만 아이는 손만 잡으려고 하면 손을 어떻게든 뿌리치거나 뒷짐을 지고 걷는 것이었습니다.
넘어질까, 다른 어른들에게 치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옆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육교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 다다른 것이었습니다. 첫째는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위험한 내리막 계단에서도 손을 잡지 않고 그 짧은 다리로 (다리는 아빠 닮음) 한 계단 한계단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부모라면 그냥 애가 싫다고 울더라도 여기서 안아주고 내려갈 것 같습니다. 아이가 둘인 지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한손으로 들고 내려갔거나 육교가 아닌 엘레베리터를 고수했을 듯 합니다. 그때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이가 자주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옆에서 지켜보자 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아빠로서 아이가 넘어지거나 다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계단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허리를 굽혀서 아이 가슴 앞에는 제 왼손을, 그리고 뒤에는 제 오른손을 20센티미터 정도 띄워서 같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반 정도 내려왔을 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3분의 2쯤 내려왔을 때는 손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긴장도는 계속 100프로를 유지하고 있었고, 결국 아이가 끝까지 안전하게 내려왔을 때 저는 허리를 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라는 것은 결국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