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이렇게 개나리가 폈지? 이제 진짜 봄이구나.'
해마다 '개나리'가 핀 것은 운전을 하다가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러 돌아보면 아파트 화단에도 어느새 노랗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개나리들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란색을 보면 '이제 겨울도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때 고개를 들면 나무 위 하얀 '목련'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예쁜 목련은 눈에 담기 바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비가 와서 목련을 제대로 못 본 분들이 많더군요. 땅에 떨어진 목련은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에게는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떨어진 꽃잎이 땅에 찰싹 달라붙어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거든요.
그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벚꽃'이 시작됩니다. 벚꽃은 영문 이름(Cherry Blossoms)도 참 예쁩니다.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벚꽃을 즐기는 커플에게 먼저 다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 제안하는 대범함도 가져다줍니다.
올해는 개나리와 성급한 벚꽃이 동시에 피어 노랑과 하얀 세상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벚꽃이 지며 '이제 봄도 끝나가네'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 살랑 봄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어린 시절 즐겨 씹던 향기로운 껌 향기가 납니다.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리면 어느 한 쪽에 수줍게 자리 잡고 있는 연보라빛 '라일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부러 꽃을 흔들어보고 직접 향기도 맡아보게 만드는 유일한 봄꽃입니다.
'이젠 다 끝났나?'싶을 때 또 길가에 예쁜 핑크빛 향연이 펼쳐집니다. '철쭉'이 올라온 것이죠. '진달래'도 핑크인데 꽃만 보이면 질달래고 초록 잎들과 함께 보이면 철쭉이라 구분한다고 하네요.
지금 한참인 철쭉이 지면 다 끝났나 싶을 때 '영산홍' 붉은 바다가 펼쳐지고 곧 장미의 계절이 펼쳐질 겁니다. 우리 집 근처엔 올팍 장미 광장이 있어 해마다 황홀한 장미 축제를 누릴 수 있어 올해도 벌써부터 설렙니다.
이 장미의 계절 뒤엔 일년 중 가장 예쁜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겠지요.
저는 꽃을 잘 모릅니다. 사람 이름은 잘 기억하는데 꽃 이름은 도무지 외워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계속 하루가 다르게 인사를 걸어오는 꽃들을 보는 낙이 쏠쏠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라든지 여성호르몬 때문이라든지 어떤 조언이나 멘트도 환영합니다. 모두 사실일테니까요.
그런데 꽃을 들여다볼수록 그 꽃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수줍지만 전화를 걸거나 카톡, 디엠이나 댓글 등으로 안부를 묻게 됩니다.
한참 일할 때, ‘좀 더 일찍 주위 사람들을 저마다 색과 향기가 다른 꽃처럼 바라봤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인생이라 사실 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하게 내게 온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고, 나를 스쳐간 인연들이 모두 오묘하게 때에 따라 각자의 빛깔을 냈던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스쳐 보낸 지난 인연들도 모두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그렇지만 항상 너무 빨리 나이 들고, 너무 늦게 깨닫는 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