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같은 정보도 다른 결정이 되는가

왜 같은 정보도 다른 결정이 되는가

리더의 상태가 의사결정의 질을 만든다
리더십리더
ly
김소영 SallyJul 31, 2026
62211

기업에서 리더십 교육을 설계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리더를 만나며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왜 어떤 리더는 같은 정보를 가지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릴까?

우리는 리더의 의사결정을 이야기할 때 전략, 데이터, 분석력, 문제 해결 능력을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모두 중요한 역량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리더의 어려움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최근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무엇이었나요?"

흥미롭게도 많은 리더는 정보 부족보다 결정의 부담감을 이야기합니다.

"이 결정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고민됩니다."

"더 나은 답이 있을 것 같아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결정을 내리고도 계속 되돌아보게 됩니다."

리더에게 의사결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찾고, 회의를 늘리고, 보고서를 재검토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합니다.

하지만 리더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사실은

좋은 결정은 정보의 양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같은 정보를 어떤 상태에서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어떤 리더는 상황을 넓게 바라보며 사람과 조직을 함께 고려한 결정을 내립니다.

반면 어떤 리더는 압박 속에서 지나치게 방어적인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지연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제는 유연했던 판단이

오늘은 유난히 날카롭고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요?

저는 그 답이 리더의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의 질을 만드는 것은 '상태'다

최근 경영간부 승진자 과정에서 '리더십과 이너피스'를 주제로 임원들과 만났습니다.

교육을 마친 뒤 한 임원이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정을 더 잘하려고 정보를 찾는 데는 많은 시간을 썼는데,

결정하기 전에 제 상태를 정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습니다.

오늘날 기업은 리더의 의사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사고, 문제 해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AI 활용 등 다양한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조직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리더에게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전략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전략을 실행하는 리더의 상태는 얼마나 고려되고 있을까요?

피로가 누적된 상태, 긴장이 지속되는 상태,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같은 정보도 다르게 해석됩니다.

시야는 좁아지고 판단은 조급해지며 새로운 가능성보다 위험을 먼저 보게 됩니다.

때로는 결정을 미루거나 지나치게 방어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을 때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우선순위를 명확히 세우고,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함께 고려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의사결정은 사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왜 '상태'가 판단을 바꾸는가

"결국 결정은 이성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뇌과학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감정과 이성이 서로 분리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직관이 판단에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만 모든 감정이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뉴로리더십 연구자 데이비드 록은 사람이 위협과 압박을 느끼면 뇌는 방어적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폭넓게 사고하는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압박 속에서는 감정과 직관 역시 편향될 가능성이 높고,

중심이 안정된 상태에서 형성된 감정과 직관은 오히려 판단에 유용한 자원이 됩니다.

즉, 정보를 많이 아는 것과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리더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판단의 방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상태’는 더 이상 개인의 컨디션 관리가 아니라 의사결정 역량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리더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것과, 흔들려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상태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리더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실 계속 긴장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대화의 주제는 '더 잘 결정하는 방법'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상태'로 옮겨갔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에서 이 결정을 내리려 하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문제와 자기 자신 사이에는 건강한 틈, 공간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세 가지 질문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자각의 과정을 '전략적 멈춤(Strategic Pause)'이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구조화해 안내하곤 합니다.

방법은 호흡일 수도, 짧은 침묵일 수도, 셀프코칭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기법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 전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틈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 도구로 활용합니다.

첫째, 지금 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호흡은 어떤지, 몸에 불필요한 긴장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먼저 점검합니다.

몸은 생각보다 먼저 판단의 상태를 알려줍니다.

둘째, 지금 이 판단을 흐리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의 조급함은 이 결정 때문인지, 아니면 이전 회의나 다른 압박에서 이어진 감정인지를 구분해 봅니다.

감정의 출처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셋째, 이 결정에서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기준은 무엇인가?

실적인지, 신뢰인지, 사람인지, 장기적인 방향인지를 다시 묻습니다.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결정도 선명해집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짧은 멈춤이 있고 없고에 따라

같은 정보를 두고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수없이 보았습니다.


이제 HRD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

오늘날 조직은 리더에게 더 빠른 실행과 더 높은 성과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리더에게 충분한 전략과 도구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전략만 가르친 채, 그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의 상태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지는 않을까요?

앞으로의 HRD는 리더에게 더 많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가르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 프레임워크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함께 개발하는 것.

저는 이것이 앞으로 리더십 개발에서 함께 다루어야 할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태’란 단순한 기분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순간 자신의 몸과 감정, 사고를 인식하고 조절하며,

필요한 순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기조절 역량입니다.

리더는 매일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조직은 그 결정의 결과를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리더에게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결정할 것인가도 함께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좋은 의사결정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좋은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조직의 성과는 결국 리더의 결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리더의 상태를 개발하는 일은, 결국 조직의 성과를 개발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리더십 개발의 출발점은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나요?

참고문헌
  • Antonio Damasio,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1994)

  • David Rock, Your Brain at Work (2009)


ly
김소영 Sally
리더십•커리어 코치, 온유어컬러 대표
HRD 현장 경험과 코칭을 결합해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돕는 코치. 컬러심리·버크만 진단·코칭 대화법을 활용한 리더십·소통·웰니스 교육 및 커리어 코칭·채용면접 전문.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