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하면서 주기적으로 수행하는 과정 중 하나는, 리더와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최근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항은 구성원은 물론, 리더들조차 가장 주된 정서가 불안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가 본격화되면서 부터는 대체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직문화의 거장인 Edgar Schein 교수는 우리가 새로운 변화 앞에 경험하는 2가지 불안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나는 변화 자체가 주는 불안과 불편함이다. 변화 자체는 어쩌면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익숙하지 않는, 불편하고 실패 가능성이 큰 불안이 존재한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이다. 에드거 샤인 교수는 이를 학습불안(Learning Anxiety)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외에 또 다른 불안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 이것을 생존 불안(Survival Anxiety)이라고 한다.
우리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학습불안과 생존 불안이라는 두 가지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딥체인지는 생존불안이 학습불안보다 클때 일어난다(생존불안 > 학습불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고 불안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느낄 때, 그럴때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들은 구성원에게 변화를 강조할 때, 소위 Sense of Urgency를 강조한다. 생존불안을 더 크고 강하게 강조한다. 생존의 절박함을 느끼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라도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생존불안의 크기를 키우면, 학습불안도 같이 커진다. 실패할 때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시도 자체를 막고 더 움츠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 리더들이 생존불안의 크기를 키워 구성원의 변화를 도모하고 싶어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변화는 더 위축되고 멈추는 일이 발생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Schein은 오히려 학습불안을 낮출 것을 제안한다. 생존 불안을 키워 두려워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으니 해 보자는, 우리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안전판을 만드는 것, 그래서 학습 불안을 낮추는 것이 딥체인지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2000년대 전후 기업문화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가 심리적 안전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모든 사람과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이 작동되지 않고 있고, 더 복잡해 지고, 정답이 없는 세상으로 가면서 변화를 기대한다. 이 변화는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만이 아닌, 시도해도, 혹여 그 과정에서 실패해도, 내 말이 꼭 정답이 아니어도 그래도 괜찮으니 해 볼 수 있는 맥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때때로 나의 언어 레퍼토리를 돌아보면 지나치게 강한 생존불안을 자극하는 언어로 가득찬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변화를 자극한 말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위협의 언어가 되어 학습불안을 더 키우고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Reference
Schein, E. H. (2002). The anxiety of learning. Interview by Diane L. Coutu. Harvard Business Review, 80(3), 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