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커뮤니티
왜 우리는 타인의 말에 취약할까?

왜 우리는 타인의 말에 취약할까?

압박에서 벗어나는 힘, 내면의 안정성
기타전체
세진
김세진Dec 9, 2025
7318

본 아티클의 NBA 사례는 마이클 거베이스의 저서 <스포트라이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멘탈을 흔드는 타인의 말, 트래쉬 토크

1997년 NBA 결승 1차전의 4쿼터.

유타 재즈와 시카고 불스의 치열한 승부는 경기 종료까지 단 9.2초만을 남겼다.

점수는 82 대 82, 동점.

그 순간 자유투 라인에 선 선수는 유타 재즈의 에이스이자 당시 정규 시즌 MVP였던 칼 말론.


말론은 NBA 역사상 자유투 성공 수가 가장 많은 선수로 기록될 정도로 꾸준함과 강한 멘탈을 지녔으며,

우편배달부(Mailman)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떤 상황에서도 팀에 꾸준히 득점을 배달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상대 팀에는 그 유명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가 있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두 전설의 라이벌 구도는 경기장의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했다.

NBA All-Time Points Total (생애 득점) Leaders Top 25... : 네이버 블로그

그날의 승패는 말론의 자유투에 달려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자유투 하나라도 성공하면 유타 재즈가 앞서게 되며,

남은 9.2초 동안 마이클 조던의 기적 같은 플레이만 나오지 않는다면 승리는 유타 재즈의 것이었다.

자유투 라인으로 걸어가는 말론에게 뜨거운 조명이 쏟아져 내렸고, 관중석의 함성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당시 디저렛 뉴스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브래드 록은 이렇게 회상했다.
‘경기장은 귓청이 터질 듯이 함성으로 요동쳤죠. 그 소리가 며칠 동안 귀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시카고 불스의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고 고함을 지르며 말론의 집중을 흩뜨리려 했다.

하지만 우편배달부, 칼 말론은 꾸준함과 강한 멘탈의 소유자였다.


바로 그때, 말론에게 조용히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시카고 불스의 스몰 포워드 스코티 피펜.
그는 말론 옆을 스치며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던졌다.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엔 배달하지 않아 (Mailman doesn’t deliver on Sundays)’

멘트도 타이밍도 절묘했다.

스코티 피펜은 마이클 조던처럼 트래쉬 토크로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 멘트만큼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NBA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트래쉬 토크 중 하나로 회자된다.


말론은 평소처럼 공을 한 번 튕긴 후 두 번 돌려 쥔 뒤, 아내와 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첫 자유투를 던졌다.

칼 말론 (r283 판) - 나무위키

탕.

첫 번째 슛이 튕겨 나갔다. 82대 82. 변함없는 동점.

관중석은 환호와 절망의 소리가 뒤섞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라인에 섰고, 두 번째 자유투를 던졌다.

탕.
또다시 빗나갔다.

NBA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그것도 경기의 운명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 연속으로 자유투를 놓쳤다.
경기의 흐름은 단숨에 시카고 불스 쪽으로 넘어갔고, 곧이어 공은 마이클 조던의 손에 들어갔다.
9.2초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버저가 울리기 직전, 조던은 정확한 점프 슛을 꽂아 넣으며 경기를 끝냈다.

말론이 자유투를 놓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피펜의 트래쉬 토크 때문일 수도, 경기 내내 격렬한 몸싸움에 약해진 집중력과 체력일 수도,

혹은 이전 경기에서 입은 손바닥 부상 때문일 수도. 혹은 그저 운이 나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말론은 웬만한 압박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득점을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드물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압박이란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인에게 압박은 어떤 모습으로 올까?

우리는 NBA 선수처럼 엄청난 압박이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역시 상사의 한마디, 동료의 평가, 팀 내 미묘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며 쉽게 흔들린다.

회사에서도 유사한 장면은 거의 매일 벌어진다.

Case 1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자료를 정리하려는 순간, 팀장이 다가와 말한다.
“이거 지난번에도 지적 받았던 부분인데 확인했어요?”


단순한 확인의 말일 수 있지만, 이미 긴장된 상태에서는 순식간에 집중력을 흔들어 버릴 수 있다.
머릿속은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가 아니라 ‘혹시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으로 가득 찬다.

Case 2

한참 몰입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옆자리 친한 동료가 한 마디 툭 던진다.

'“음… 이 정도면 괜찮네요. 무난한 것 같아요.”
대단한 비판도 아닌데, 계속 머리에 맴돈다.


‘무난하다는 게 부족하다는 뜻인가?’, ‘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려나?’
별 의도 없는 말일 수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진다.

Case 3

심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팀장이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모니터를 보거나, 회의 중에 한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내 자료 때문인가?’, ‘내가 뭔가 놓친 게 있나?’라는 생각이 들며 동공이 흔들린다.
팀장의 한숨이 사실은 전혀 다른 업무 때문이었음에도 말이다.

Case 4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재택 근무 상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고서를 메일로 제출한 뒤 두어 시간이 지난 뒤, 상사가 남긴 ‘잠깐 얘기 가능해요?’라는 짧은 메시지.
그 한 문장 만으로도 불필요한 상상과 긴장감이 몰려온다.

어떤 내용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머릿속에서는 나쁜 시나리오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말과 반응, 심지어 의도치 않은 분위기까지도 쉽게 ‘압박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외부의 반응에 이렇게나 우리의 마음이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판단 기준이 본인의 내면보다 외부에 더 많이 치우쳐있기 때문일 수 있다.

나는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럴 경우, 주변의 말과 반응에 쉽게 예민해지고 타인의 평가를 마치 나의 가치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즉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타인이 던지는 말 한마디를 더 쉽게 믿고 따르게 된다.

결국 우리가 타인의 말에 취약해지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 즉 내면의 안정성이 약하고 스스로에 대한 판단 기준이 외부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면의 안정성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1. 해석 다시 하기 -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Gross(1998)의 정서 조절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상황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때문에 흔들린다.
그래서 긴장되거나 압박스러운 상황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을 그대로 믿지 않고,
의식적으로 다른 해석을 만들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방법]

  1. 상대의 말이나 표정을 보고 떠오른 나의 생각을 적는다.

  2. 그 생각이 ‘사실’인지, 단순한 ‘추측’인지 구분한다.

  3. 같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해석을 두 가지 이상 적어본다.

  4. 그 중 실제로 확인해야 할 부분만 차분히 확인한다.

2. 신체 먼저 안정 시키기 - 90초 신체 회복 루틴

Porges(2011)의 신경생리 연구는 ‘신체가 안정되면 감정도 따라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압박 자극을 받았을 때 곧바로 몸을 안정 시키면 심리적 충격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방법]

  1. 4초 들숨, 6초 날숨을 두 번 반복 - 길게 내쉬는 호흡은 과도한 긴장을 빠르게 낮춘다.

  2. 어깨를 5초 수축 후 완전히 이완 - 어깨 주변 근육이 풀리면 몸 전체가 안정된다.

  3. 지금 해야 할 일을 한 줄로 재정의 - 생각을 단순화하면 인지적 혼란이 크게 줄어든다.

3. 내적 기준 강화하기 - 내적 준거점(Internal Locus of Evaluation)

우리가 외부 반응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기준이 내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Rogers(1961)와 Deci & Ryan(2000)은

내적 기준이 분명할수록 외부 피드백은 감정적 충격이 아니라 단순한 정보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즉, 내가 나를 바라보는 틀이 탄탄할수록 타인의 말은 추가 정보로 활용될 뿐, 나의 가치를 결정짓지 않는다.

[방법]

  1. 매주 스스로 평가할 자기 기준 2~3개를 정해둔다 - e.g., 명료성, 논리성, 실행력, 준비성 등

  2. 보고서나 발표 후 가장 먼저 자기 기준으로 평가한다

  3. 외부 피드백은 ‘추가 정보’로만 해석한다

  4. 출근 전 1분 동안 ‘오늘 내가 주도권을 가질 영역 3가지’를 적어본다 - 회의 준비, 일정 관리 등

이 세 가지 방법들을 연습하고 반복하면 ‘타인의 말 = 나의 가치 평가’라는 자동 연결이 끊어진다.

압박 속에서 불안한 건 당연하다. 그리고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칼 말론이 트래쉬 토크에 흔들렸던 것도, 우리가 상사와 동료의 반응에 긴장하는 상황도

결국 인간이 공유하는 동일한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압박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라는 반응은 충분히 훈련되고 관리될 수 있는 영역이다.

압박스러운 상황에 대한 해석을 새로 하고, 신체적 반응을 케어하며,

스스로에 대한 내적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비교적 단순한 전략만으로도

타인의 말과 반응과 같은 외부 자극에 대한 우리 마음의 흔들림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

무한도전] 길 자기만의 세상 jpg - 인스티즈(instiz) 이슈 카테고리

즉 압박은 통제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지는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안의 내 세상과 기준을 단단하게 만들수록, 타인의 말에 단단하게 반응할 수 있다.


The Other Game은 스포츠 씬 속 리더십과 마인드셋을 연구합니다.
본게임 너머, 경기장 밖의 ‘또 다른 게임’을 다루는 방식이 개인과 팀의 성장을 결정합니다.


세진
김세진
The Other Game
스포츠에서의 리더십과 팀 문화를 연구하여, 그 인사이트를 개인과 팀의 성장에 연결합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