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담당자로 일하며 처우협의는 셀 수 없이 진행해왔다.
서류를 평가했던, 이력서를 직접 소싱했던 후보자가 인터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처우협의를 진행하게 될 때,
적게는 50~100만 원, 크게는 1,000~5,000만 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스스로 작아졌던 경험도 있다.
반대로 후보자의 마음을 움직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냈던 경험도 있다.
연봉 상승분을 줄이면서 나의 말에 동의하며 수락을 했던 경험들이 쌓여가며 느낀 점이 있다.
후보자를 입사 예정자로 이끌어내는 데 있어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 때의 감정과 교훈을 짧게 나마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신입은 비교적 단순하다.
학력과 직군에 따라 사내 내부 테이블 기준이 있다.
테이블이 시장 평균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는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보자가 우리의 기준을 수용하면 Yes, 아니면 No다.
그 이유는 경력이 없는 후보자를 채용해서 가지게 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력은 다르다.
직전 회사에서 어떤 연봉 계약을 맺었는지,
현 회사가 기본급을 낮추고 온갖 수당을 동원해 총액을 맞춰주고 있었는지,
연봉 외 현금성 복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를 검증하기 위해 3개년 원천징수영수증을 요청해 엑셀로 모두 검증해보고,
어느 시점에 연봉이 급격히 상승했는지, 꾸준히 상승해왔는지도 살핀다.
회사의 기준에서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상승률을 정리하고,
그리고 후보자의 희망 연봉과 내가 산정한 제안 연봉의 차이를 본다.
만약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면,
또 다시 조직 내 유사 직군, 동일 연차와의 연봉 차이도 계산해서 의사결정권자에게 승인을 받아온다.
나는 이 과정에서 늘 후보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결과(처우수준)를 기준으로 채용 평정을 진행해왔던 것 같다.
여기까지는 늘 같았다.
매년 시간이 흐르며 채용 평정의 시간은 줄어들고 숫자 계산은 빨라졌지만,
정작 후보자의 마음을 읽을 여유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처우 협의에서 서로 생각하는 기준의 차이가 생겼을 때,
충분한 동기와 로열티를 후보자 마음 속에 심어주지 못했고,
입사 포기로 이어지는 사례를 몇 차례 경험했고 또 다른 학습을 거치게 되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나는 사내 1차 인터뷰에 가급적 참여하려 한다.
업무 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을 때는 2차 인터뷰 전 후보자와 잠시 커피 타임을 갖는다.
그리고 처우협의에 들어가기 전,
1/2차 인터뷰를 진행한 면접관을 찾아가 후보자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듣고,
자리로 돌아와 평가표를 다시 읽는다.
사실 ‘읽는다’기보다 ‘정독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누군가는 ‘시간이 남아서 저렇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보자를 알고, 우리 회사를 제대로 알면
서로 솔직해진 처우협의 안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가급적 이 과정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다.
처우 제안을 보냈고 후보자가 거절했다.
조정을 요청한 것도 아닌, 거절.
그 거절 속에는 업무 혹은 회사에 대한 확신의 부족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 로열티는 단순히 연봉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산업 구조의 흐름과 우리 회사가 위치한 산업군에서의 발전 가능성까지 포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위에서 말한 나의 노력은 비로소 빛을 보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후보자의 태도에 따라 액션 플랜은 달라지겠지만,
나는 후보자에게 거절의 솔직한 이유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예상했던 이슈가 나오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유가 나오기도 한다.
나는 그 대화 속에서 우리 회사가 후보자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채용담당자로서 후보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전할 수 있는 선까지 충분히 전달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이 후보자가 우리 회사에 왔을 때 충분히 존중받고,
그동안의 커리어를 활용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자가 퇴사를 고민했던 지점을 다시 짚어준다.
그 부분이 우리 회사에서는 일정 부분, 혹은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화를 이어간다.
사람 혹은 회사 때문에 퇴사를 고민했던 점이 어느정도 해결이 되어가는지,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에 비전이 부족하다고 했던 부분이 해결되고 있는지,
커리어의 전환점에서 스탭업하고 싶은 욕구가 현 직장에서 어느정도 반영되고 있는지,
후보자를 잘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대화를 이끌어내며 그 마음을 읽고 충분히 공감하며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한다.
※ 현업과 충분히 소통하고 인사팀 차원에서 검증하여 충분히 제공 가능한 부분인지 점검하고
한 순간에 후보자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 단계의 대화에서 많은 후보자들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제안을 거절했던 분들을 우리 회사로 이끌어왔고, 새로운 조직으로 안내해왔다.
추가적으로 후보자가 최종으로 거절했다. 과연 그 것은 실패일까?
일과 사람의 인연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HR에서 인재풀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시간이 흘러 그 분이 다시금 입사를 고민할 수 있는 타이밍,
우리가 다시금 그 분이 필요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소싱하여 회사로 모셔올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채용 담당자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대화를 통해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어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조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 확신을 얻을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채용 후 1년…
신규 입사자가 소정의 성과를 달성하고 조직 내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침없는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조직을 점검하고 환경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HR이 고민해야 하는 넥스트 온보딩이 아닐까?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며
내 안에 한 문장이 계속 쌓여간다.
채용담당자는 갑이 아니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