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학·석사 과정에서도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인간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 관심은, 지금의 HRD 업무에서도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습자의 행동 변화와 몰입을 유도하는 교수설계 과정에서, 심리학적 관점은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현재 저는 HRD 담당자로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에 걸친 Learning Journey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 속에서 저는 70/20/10 모델을 기반으로, 학습자가 충분한 경험(70%), 상호작용(20%), 형식적 교육(10%)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교수설계 업무를 하면서 종종 학습자의 몰입 부족이나 수동적 참여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던 중 동기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실무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이었습니다.
먼저, 자기 결정 이론이란 – 인간은 본질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위해 세가지 기본 심리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율성 (Autonomy)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느낌
강제나 통제 없이 스스로 행동할 때 동기가 높아짐
유능감 (Competence)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
도전적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강화됨.
관계성 (Relatedness)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소속감, 인정, 지지받는 경험이 동기를 높임.
그럼 어떻게 자기결정이론을 교수 설계에 접목하였을까요?
자율성 (Autonomy)
Learning Journey 내에서 학습자가 직접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오너십을 가지고 이끌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학습자가 학습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부서 내에 어떤 기여를 할지 팀 내에서 상의 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데드라인 내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통해 자율성을 강화합니다.
유능감 (Competence)
시뮬레이션 교육이나 모듈화된 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작은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합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적절한 난이도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도전적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틈이 날 때마다 “여러분은 유능하고, 회사에서 주목하는 인재이기에 이 교육에 선발되었습니다.” “부서장이 여러분을 추천했습니다.”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유능함을 인식하고,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돕습니다. 물론… 약간의 하얀 거짓말도 섞여있습니다.
관계성 (Relatedness)
글로벌 조직의 특성을 살려, 다른 국가의 임직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높입니다.
또한 교육때 최고 임원들의 참여를 최대한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 시작 시 최고 임원이 직접 환영 인사를 전하거나, 프로젝트 발표에 참석하여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학습자에게 지지를 표현합니다. 이는 학습자가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지원을 받는다는 느낌을 줍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그것을 의도적으로 실무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업에 쫒기기보다는, 한걸음 물러서서 학습자의 심리적 욕구를 고려한 설계를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작은 차이가 학습자의 몰입과 성장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