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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은 왜 갑자기 ‘흑백요리사’가 됐을까

우리 조직은 왜 갑자기 ‘흑백요리사’가 됐을까

잘하는 사람들만 모였는데, 왜 더 어려울까
조직문화전체
승란
이승란Jan 26, 2026
16217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해진다.
흑과 백이 맞붙는 대결에서, 결국 승자는 늘 한 명이라는 것.

그리고 시즌이 바뀌면 우승도 바뀐다.
시즌1에서는 ‘흑’이 우승했고, 시즌2에서는 ‘백’이 우승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단순히 흑수저·백수저 같은 구도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누가 더 고생했으니 이겨야 한다거나,
누가 더 완성됐으니 이겨야 한다거나,
그렇게 단정한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흑백요리사가 더 흥미로운 이유는,
승부가 “누가 더 낫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지금 이 주방에서 통하느냐”로 갈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직도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흑백요리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나는 스타트업 안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가 성장할 때의 속도도 경험했고,
성장 이후 잠깐 주춤할 때의 공기도 경험했다.

신기하게도 조직이 주춤하는 순간,
문제는 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잘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더 어렵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자꾸 엇갈리는 느낌이 들었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회사도 커지고 체계도 생겨가고 있는데,
왜 이상하게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 드는지.

그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우리는 단지 “사람”을 더 모은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성공 방식을 한 공간에 모아버렸다는 것.


1. 성장한 조직은 ‘다양한 실력’이 아니라 ‘다양한 성공 방식’이 모이는 곳이다

많은 리더들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사람을 뽑으면 해결될 거예요.”
“실력 있는 사람이 들어오면 조직이 좋아질 거예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커질수록 ‘실력’이라는 단어는 단순하지 않다.
성장한 조직에는 다양한 종류의 강자가 들어온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실력자들이 들어왔다”가 아니라,
각자가 성공해온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서 조직문화의 균열이 시작된다.


2. 흑백요리사2가 보여준 3개의 원형: 재도전형, 열망형, 탐험형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순간은
대개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순간에 더 많이 흔들린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왜 이 팀에서는 계속 불편하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잘해왔기’ 때문이다.

흑백요리사2 TOP3 캐릭터로 치면 조직 안에는 대개 이런 사람이 동시에 존재한다.


(1) 최강록: 재도전형 — ‘묵묵히 증명하는 사람’

최강록의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다.
그는 재도전했고, 결국 우승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요란한 한 방’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조직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 눈에 띄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

  •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쌓는다

  • 실패해도 다시 설계해서 다시 한다

  • 결과로 말한다

이 사람들의 강점은 지속성이다.
그리고 이들은 팀이 흔들릴 때 가장 오래 버틴다.

하지만 이 유형이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다.

주변이 너무 빨리 변할 때,
“내 방식은 너무 느린 건가?”라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이들의 속도는 느린 게 아니라,
깊이를 만들기 위한 리듬인데도 말이다.


(2) 요리괴물: 열망형 — ‘승리에 진심인 사람’

요리괴물은 밑바닥부터 올라온 서사가 강하다.
그의 추진력은 단순한 실력이 아니라
“이번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열망이다.

조직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 강한 목표지향

  • 압도적인 에너지

  • 승부욕, 성과욕

  • “이건 이겨야죠”라는 태도

이들은 팀이 지쳐갈 때
오히려 팀을 전진시키는 엔진이 된다.

그런데 이 유형의 그림자도 있다.

  • 속도가 빨라질수록 주변의 체력이 무시될 수 있고,

  • 승리에 몰입할수록 과정의 온도는 차가워질 수 있다


그래서 조직에서 종종 이런 갈등이 생긴다.

“저 사람은 결과만 보고 밀어붙여.”
vs
“이 상황에서 아직도 감정 얘기할 때야?”

열망형은 틀린 게 아니다.
다만 조직이 성숙해지는 시점에는
혼자 빠른 사람의 속도가 팀의 속도가 되지는 않는다.


(3) 후덕죽: 탐험형 — ‘정점에서도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

후덕죽이 특별한 건 “최고의 자리”에 오래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진짜 특별한 건, 그 자리에서도 요리를 즐기고
새로운 맛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 경력과 실력이 이미 증명된 사람

  • 하지만 “내 방식이 정답”이 아님을 인정한다

  • 오히려 계속 새로운 방식에 열려 있다

  • 실험을 즐긴다

이들이 있는 팀은 공기가 다르다.
‘성공한 사람’ 특유의 경직이 아니라
가벼운 자신감이 흐른다.

이 유형이 조직문화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성취 이후에도, 즐겁게 다시 시작할 줄 안다.”


3. 문제는 캐릭터가 아니라 ‘같은 주방에서 다른 게임을 할 때’ 생긴다

조직이 성장하며 낯설어지는 순간은
사람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승리 조건이 바뀌어서다.

초기 조직의 승리 조건은 단순하다.

  • 살아남기

  • 매출 만들기

  • 고객 붙잡기

  • 일단 되게 하기

이때는 요리괴물 같은 열망형이 가장 빛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승리 조건이 바뀐다.

  •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 재현 가능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만들기

  • 확장 가능한 팀 만들기

이때는 최강록 같은 재도전형이 강하고,
후덕죽 같은 탐험형이 방향을 열어준다.

문제는 이 변화가 명확히 선언되지 않을 때다.

승리 조건이 바뀌었는데
조직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 순간, 사람들은 이렇게 느낀다.

“열심히 했는데 왜 인정받지 못하지?”
“실력 있는데 왜 대우받지 못하지?”
“왜 우리답지 않지?”

사람이 문제인 게 아니다.
룰이 정렬되지 않은 조직이 문제다.


4.성장기 조직문화의 핵심은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무엇을 ‘잘함’으로 볼 거냐”다

조직이 갑자기 흑백요리사가 되는 순간은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인 순간이 아니라,
실력의 기준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어떤 사람은 “속도”를 실력이라고 믿고
어떤 사람은 “완성도”를 실력이라고 믿고
어떤 사람은 “재현 가능성”을 실력이라고 믿고
어떤 사람은 “팀의 합”을 실력이라고 믿는다.

이 기준이 정렬되지 않으면
평가도 흔들리고, 인정도 흔들리고, 문화도 흔들린다.

그래서 결국 직원들은
회사보다 먼저 ‘우리’를 잃어버린다.


5. HR이 해야 할 일은 ‘문화 만들기’가 아니라, ‘승리 조건 합의하기’다

조직문화는 분위기가 아니다.
조직문화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보상하는지,
어떤 행동을 방치하는지의 결과다.

그래서 성장기의 HR이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1) “요즘 우리 조직의 승리 조건은 무엇인가?”

속도?
품질?
고객경험?
비용 절감?
안정성?
혁신?

이 질문이 흔들리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경기를 하게 된다.

2) 어떤 캐릭터를 ‘정답’으로 만들지 말기
열망형을 “너무 공격적”이라 치부하면 엔진이 죽고,
재도전형을 “느리다”라 말하면 깊이가 사라지고,
탐험형을 “뜬구름”이라 무시하면 미래가 막힌다.

3) 팀이 필요한 건 통일이 아니라 ‘정렬’
초기처럼 하나가 될 수 없다.
성장한 조직은 더 복잡해졌으니까.

필요한 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실력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6. 나는 요즘 ‘우리 같지 않다’는 말이 들릴 때, 더 늦기 전에 묻고 싶어진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초기멤버는 초기멤버대로 힘들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마음이 한 번씩 쌓인다.

중간에 합류한 멤버들은 또 다른 이유로 힘들다.
“나는 필요한 사람이라서 뽑힌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HR은
사람의 감정도 들어야 하고,
조직의 구조도 바꿔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조직은 갑자기 흑백요리사가 되는 게 아니라,
원래 흑과 백과 그 사이의 수많은 캐릭터로 구성된 공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더 자주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보다
‘서로 다른 성공 방식을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최강록처럼 묵묵히 다시 증명할 수 있고,
요리괴물처럼 뜨겁게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고,
후덕죽처럼 성취 이후에도 즐겁게 도전할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잘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지치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확장시키는 조직이 되어 있을까.


아웃트로: 시즌1과 시즌2는 끝났지만, 우리는 시즌3를 살고 있다

나는 아직도 가끔 조직 안에서 ‘예전의 우리 같지 않다’ 는 말을 들으면 마음에 걸린다.
그 말은 누군가의 예민함이 아니라,
조직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서다.

특히 스타트업은 그 장면 전환이 더 빠르다.
성장할 때는 모든 것이 속도로 해결되는 것 같다가도,
조금 주춤하는 순간엔 갑자기 “기준”과 “정렬”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직은 사람보다 먼저, 방식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흑백요리사는 시즌1의 결말이 닫혔고, 시즌2의 결말도 닫혔다.
흑이 이긴 시즌이 있었고, 백이 이긴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누가 더 옳아서가 아니라
그 시즌의 주방이 요구하는 힘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기엔 요리괴물 같은 열망이 필요하고,
어떤 시기엔 최강록 같은 재도전이 필요하고,
또 어떤 시기엔 후덕죽 같은 탐험이 팀의 공기를 다시 살린다.

그래서 내가 요즘 더 궁금한 건
“누가 맞냐”가 아니다.
지금 우리 조직은 어떤 시즌을 살고 있는가다.

시즌1과 시즌2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회사의 시즌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 지금, 시즌3의 첫 화에 서 있다.

이번 시즌의 승리는
누가 더 강한지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의 ‘잘함’이 같은 주방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울 때,
그때 비로소 우리 조직의 이야기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것 같다.


승란
이승란
미니멀을 지향하지만, 쉽게 비워지지 않는 사람.
사람의 경험을 살피고, 조직이 더 나아질 질문을 만드는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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