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일을 하다 보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성과 압박, 세대 갈등, 이직률, 조직 몰입도…
그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결국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가 자리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최근 여러 조직의 문제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은 국내 대기업 CEO도, 유명 컨설턴트도 아니었다.
바로 e스포츠 선수 페이커(이상혁)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리더십은 거창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작동하는 ‘작은 태도들의 합’이기 때문이다.
이 작은 태도들이야말로
HR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변화의 단위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조직에서 ‘비난의 칼날을 겨누는 대상’을 너무 쉽게 찾는다.
문제가 터지면 원인보다 책임 전가가 먼저 오고, 그 순간 구성원들은 위축되고 방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페이커는 다른 선택을 한다.
“제가 더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이 한 문장이 팀의 에너지를 바꾼다.
허세 없이, 지시 없이, 화도 내지 않는다.
그저 먼저 책임을 쥔다.
이건 HR이 줄창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은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리더 한 사람이
“네 잘못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서 시작된다.
요즘 조직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뭔지 아는가?
바로 소통 방식이다.
MZ세대라서 문제가 아니라,
지적이 앞서면 누구나 방어적이 된다.
반대로 리더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했어?”
라고 묻는 순간 대화가 열린다.
페이커가 사용하는 방식은
사실 HR이 교육하는 코칭 대화법과 동일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대화법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상대의 의도를 ‘먼저 듣겠다’는 태도일 뿐이다.
리더의 말투 한 번 바꾸는 것만으로도
팀의 분위기는 의외로 크게 달라진다.
기업에서 가장 흔하게 신뢰가 깨지는 순간은 다음과 같다:
“리더가 말은 팀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개인의 성과에만 집중할 때.”
그러면 구성원은 즉시 눈치챈다.
그리고 팀은 각자도생 모드로 넘어간다.
페이커가 팀 중심의 플레이를 고집하는 이유 결국 팀이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리더의 판단 기준이 일관되면
팀원도 기준을 맞추게 되어있다.
이건 대규모 조직에서도 똑같다.
리더가 팀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순간
팀의 방향성은 자연스럽게 정렬된다.
조직문화는 회의실에서 정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은 리더의 말보다
리더의 ‘습관’을 훨씬 더 빠르게 본다.
페이커의 루틴이 팀 전체의 기준이 되었듯이, 회사에서도 리더의
시간 관리
피드백 방식
우선순위 설정
약속 지키는 태도
이런 작은 행동들이
조직문화의 실질적인 기반이 된다.
HR이 아무리 조직문화를 설계해도
리더의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문화는 변화하지 않는다.
조직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리더의 표정 하나가 구성원의 하루를 바꾼다.
불안한 팀장은
팀 전체에게 불안감을 전염시키고,
침착한 리더는
그 자체로 팀의 중심이 된다.
페이커는 이번 롤드컵에서 팀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순간에 음식과 커피를 여유롭게 마시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가 정말 목이 말라서,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조직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감정 절제를 우선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소한 자신은 흔들리지 않겠다는 선택.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감정 관리 능력은
생산성보다 선행되는 조직의 안정을 위한 하나의 본보기이다.
HR의 관점에서 보면
페이커의 리더십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기본적이다.
책임을 먼저 지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말하고
팀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루틴을 통해 문화를 만들고
위기에서 침착함으로 방향을 유지한다
이 모든 것은
기업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다.
페이커가 특별한 이유는
이 기본을 10년 넘게
흔들림 없이 지켜온 사람이라는 점이다.
HR이 육성해야 하는 리더도
결국 이런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일관된 사람.
우리가 바라는 건
또 다른 영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리더십의 표본이라고 본다.
페이커는 그 표본을 아주 성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리더와 또는 어떤 조직에서 인사 일을 하고 있는가?
보기 좋은 보고서와 달콤한 말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