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Z세대 같은 말을 학술 용어처럼 정착시킨 곳, 퓨 리서치센터.
2023년, 퓨에서는 더 이상 세대 라벨을 기본 값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Pew Research Center, 2023).
이런 결정에 무게를 더한 사례도 있다.
우리는 흔히 밀레니얼과 Gen Z가 잡 호핑(job hopping)에 익숙하다는 통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X세대 역시 비슷한 빈도로 직장을 옮겼다(Fortune, 2023).
세대 차이로 포장됐던 게 알고 보면 시대적 상황과 환경에서의 보편적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도 비슷하다. MZ세대로 묶이는 응답자의 68%가 "동일 세대 간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한국리서치, 2022). 같은 라벨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들에게 붙은 라벨을 부정하고 있다.
과거엔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매체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같은 정보와 문화에 노출됐다.
비슷한 나이대에 속해 있으면 같은 것을 보고 듣기 때문에
세대끼리의 공통된 정서와 기준, 언어가 생겼고, 이게 '세대'라는 그룹의 토대가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같은 나이라도 알고리즘이 사람마다 다른 정보 환경을 만든다.
재테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테크 콘텐츠에만 노출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포츠 콘텐츠에만 집중적으로 노출된다.
반면, 나이가 달라도 같은 플랫폼과 알고리즘 안에 있으면 노출되는 경험이 수렴할 수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던 시절에는 '같은 나이=비슷한 환경'이라는 전제가 어느 정도 맞았겠지만
지금 시대는 아니다. 같은 나이라도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나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즉,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세대 내 동질성, 세대 간 이질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Alshammari & Alshammari, 2025). 나이는 더 이상 세대 간 특성을 구분하는 좋은 변수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학계의 시선도 비슷하다. 사회학자들은 세대 라벨이 16~19년 치 출생자를 한 덩어리로 묶어버려 측정 도구로는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Lindner et al., 2024).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묶일 만큼 그 안의 삶은 더 이상 비슷하지 않다는 뜻이다.
경계가 약해질수록 그 경계로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대 담론이 주목 받는 건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해서 직관적으로 설명할 때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갈등을 다룰 때 가장 직관적이다.
퓨 리서치센터의 마이클 디모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대 논의는 유사성보다 차이에 집중한다. 합의보다 갈등이 더 주목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세대 구분 자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57%에 그치지만,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매년 80%를 넘긴다(한국리서치, 2025).
복잡한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 사람들은 가장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기준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이 단순화 현상은 조직에서도 쉽게 찾아보고 들을 수 있다.
"MZ 직원들은 워라밸을 중시한다." "요즘 애들은 피드백에 예민하다."
HR 일을 하면서 이런 문장을 참 많이 듣고, 또 무심코 자주 써오기도 했다.
돌아보면 이 라벨의 출처가 어디인지, 어떤 기준과 근거로 라벨의 특성을 만들어낸 것이지 정확히 확인해 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간 세대 차이라는 너무나도 쉬운 담론을 조직 내 이슈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너무나도 심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세대 차이가 유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진짜' 유효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