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 세미나 단골 주제가 있습니다.
MZ세대의 특성, Z세대 관리법, 세대 간 소통 전략…
서점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직원들의 심리", "2030이 원하는 직장" 같은 책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공부하는데, 왜 현장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엉뚱한 것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HR 담당자 입장에서 세대론은 꽤 편리한 프레임입니다.
조직의 복잡한 문제를 설명해야 할 때, 세대 특성으로 포장하면 이야기가 단순해집니다.
"요즘 직원들은 수평적 소통을 선호한다", "Z세대는 즉각적인 피드백에 익숙하다".
경영진도 고개를 끄덕이고, 현업 팀장도 납득하는 것 같습니다. 진단이 빠르고, 보고서 쓰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함정입니다. 세대론으로 설명하는 순간, 문제의 무게중심이 '구조'에서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조직이 바뀌어야 할 이유 대신, 특정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습니다. 그리고 HR은 그 이해를 돕는 역할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요즘 직원들은 피드백을 못 받아들여요."
"MZ는 책임감이 없어요. 조금만 힘들면 바로 퇴사해버려요."
이 말들을 들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피드백을 못 받아들이는 게 세대 특성인지, 아니면 그 피드백이 일방적이고 근거가 없어서인지?
책임감이 없는 게 세대 문제인지, 아니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받지 못해서인지?
퇴사가 잦은 게 세대 성향인지, 아니면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고 인정받는 경험이 없어서인지?
세대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질문들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MZ가 원래 그래"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구조를 들여다볼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HR은 세대를 이해시키는 교육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조금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세대론은 HR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든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프레이밍되는 순간, 그것은 HR이 설계한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갈등이 됩니다. 그리고 HR의 역할은 그 갈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축소됩니다.
반면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면 HR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면 커리어 패스를 설계해야 하고, 피드백이 일방적이라면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인정 경험이 없다면 인정이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훨씬 어렵고, 성과가 바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세대론은 이 어려운 길을 우회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편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위험합니다.
세대론을 완전히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세대별 경험과 사회적 맥락이 다르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은 참고 자료일 뿐, 진단의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대론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구체적인 질문들이 생깁니다. 이 조직에서 성과를 내면 어떤 경로가 열리는지 구성원이 알고 있는가. 팀장이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것과 구성원이 인식하는 기대 사이에 간극은 없는가. 성과와 보상의 연결이 구성원 눈에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보이는가.
이 질문들은 MZ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느 세대든,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사람이 오래 버티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저 사람이 문제야"라는 말이 나올 때, 한 발 물러서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구조는 무엇인가요?"
세대 특성 교육을 설계하기 전에, 그 교육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정말 세대의 문제인지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세요. 팀장들에게 MZ 이해 교육을 제공하기 전에, 팀장이 구성원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보세요.
HR의 역할은 세대를 번역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대와 무관하게 사람이 일하고 싶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세대론이 HR의 주류 언어가 된 건, 어쩌면 HR이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방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설명하기 쉬운 언어 뒤에 숨는 것은 HR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