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HR Insight에서 주최한 HR人사이톡 웨비나에 참여해 <협업을 작동시키는 성과평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웨비나 이후에도 트레바리나 리더십 교육을 거치며, 현장의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7-8월 상반기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협업을 어떻게 독려하고 평가할 것인지, HR 및 리더 관점에서의 어려움과 딜레마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협업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측정이 어려운데, 그 안에서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여러 팀을 도와주는 협업형 인재가 오히려 본인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평가가 낮아지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OKR을 운영하다 보면 본인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고, 부서 간 협업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기는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질문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하나의 고민으로 느껴졌다. "조직은 원팀이란 가치를 강조하지만, 평가는 여전히 개인 간 성과를 공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업을 장려하자니 공정성이 흐려지는 것 같고, 개인별 정량적 성과를 강조하자니 협업이 강조되지 못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최근 대화를 바탕으로 협업과 평가를 함께 작동시키기 위해 HR이 고민해야 할 몇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협업이 되지 않는 조직을 보면, 흔히 태도 문제로 해석하기 쉽다. "부서 이기주의가 강하다", "서로 돕지 않는다", "개인 목표만 챙긴다"는 식이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굳이 협업할 필요가 없거나 되려 손해 보는 조직 차원의 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이 "협업이 중요하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직접적인 비즈니스 실적만 인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팀 문제를 해결하거나, 동료를 도운 기여는 잘 드러나지 않기에, 본인 목표에만 집중하는 건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협업을 강조해도 구성원은 결국 평가에 맞춰 행동한다.
실제로 지인이 유명 커머스 기업으로 입사했는데, 타 부서를 한번 도왔다가 리더에게 "네 크레딧은 네가 챙겼어야지"라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이런 조직에서 협업 행동이 강화될 수 있을까? 로버트 액설로드는 저서 <협력의 진화>에서, 협력이 지속되려면 "협력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유명한 팃포탯(Tit-for-Tat, 맞대응) 실험의 메시지도 단순하다. 아무리 선의로 시작해도, 협력이 반복적으로 손해로 돌아오면 결국 협력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 구성원들은 왜 협업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우리의 평가와 보상 구조는 협업해야 할 이유를 만들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조직 차원의 구조설계, 어떻게 해야 할까?
협업 행동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은 많다. 최근에는 동료 리뷰, 핵심가치 평가,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결과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함께 보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다만 협업을 단순히 "좋은 태도"나 "친절한 행동" 정도로만 보면, 평가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단순히 '협업하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원팀을 위해 '협업을 잘하는 것'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즉, 좋은 협업은 결국 조직으로서 성과의 질을 높이거나, 성과가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행동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그 의사결정은 더 늦어지거나 더 나쁜 방향으로 났을까?
이 사람이 관여한 뒤로, 반복되던 갈등이나 중복 업무가 실제로 줄어들었는가?
이 사람이 만든 방식이나 기준이, 그 사람 없이도 전사 차원에서 쓰여지고 있는가?
이렇게 보면 협업은 단순히 "친절하다""도와줬다"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인 기여로 해석될 수 있다. 캘리브레이션 미팅에서도 단순히 "협업을 잘했는가?"보다 "그 협업이 어떤 임팩트를 만들었는가?"를 봐야 한다. 여기서 동료 리뷰의 한계도 드러난다. 리더의 제한된 관점을 보완하기 위한 도구로서, 동료 리뷰의 관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리더에게 어떤 기대치를 받았는지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동료 리뷰 답변의 층위는 '일하는 방식과 팀워크'의 관점으로 좁혀야 한다. 관찰하지 못한 역량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라고 제출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리더는 유독 후한 동료, 유독 박한 동료, 일부만 보고 쓰는 동료를 감안하여 리뷰를 읽어야 한다. 여러 관점을 동일하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중치를 다르게 매기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즉, 동료 리뷰는 리더의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만들어주는 재료에 가깝다.
웨비나에서 기억 남는 질문 중 하나는 협업이 활성화될수록 성과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협업이 많은 조직에서는 성과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며, 조직 성과를 특정 개인의 단독 성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변별력은 단순히 "누가 더 많은 산출물을 냈는가"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조직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을 떠올려봤다. 다소 직관적인 답이었지만, 웨비나 참석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첫째, 누가 더 어려운 문제를 맡았는가.
비슷한 결과처럼 보여도 문제의 난도는 다르다. 이미 정리된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것과, 아무도 풀지 못한 모호한 문제를 구조화한 것은 다르다. 평가는 최종 임팩트뿐만 아니라 시작할 때의 불확실성 및 난도를 함께 봐야 한다.
둘째, 누가 더 큰 리스크를 감수했는가.
어떤 기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어려운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고, 갈등이 예상되는 주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도록 초기에 방향을 바꾸는 일은 산출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없었다면 조직은 더 큰 비용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누가 그런 기여를 했는지,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누가 다른 사람의 성과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협업형 인재의 기여는 본인의 결과물보다 주변 사람의 성과를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과 함께하면 일이 빨라지는가, 논의의 질이 높아지는가, 팀 간 조율 비용이 줄어드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좋은 평가는 단순히 결과물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만들어진 맥락을 해석하는 일에 가깝다. 이를 위해 평가자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HR은 그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은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그 판단을 논의하고, 기록하여 조직의 기준과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여기까지가 협업을 "어떻게 관찰하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조직 구조의 문제임을 이해하고, 동료 리뷰를 잘 설계하고, 조직 차원의 변별력을 고민하는 것. 결국 협업을 평가에 담아내기 위해선, 관찰과 해석이 중요하다. 하지만 관찰과 해석이 잘 되어도 남는 질문이 있다. 예를 들어 협업형 인재는 어떻게 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개인 OKR을 운영하는 조직에서 협업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AI 시대에, 협업은 여전히 같은 의미를 가질까? 2부에 이어서 다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