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남긴 리더십의 질문

월드컵이 남긴 리더십의 질문

좋은 선수만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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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오윤Jul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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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수많은 환호와 기대 속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사람도 선수이고, 골을 넣거나 실수하는 사람도 선수다. 경기가 끝난 뒤 카메라가 가장 먼저 향하는 곳도 대부분 선수들의 얼굴이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름은 따로 있다. 바로 감독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답답함을 느꼈다. 경기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당연히 질 수도 있다. 월드컵이 결코 쉬운 무대도 아니고, 상대 국가 선수들 모두 자기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패배 그 자체보다 패배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보이지 않았고, 흐름이 바뀌어야 할 때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선수들은 뛰고 있었는데 팀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약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수보다 감독을 먼저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공을 차지 않는다. 그런데도 패배의 대부분 책임은 감독에게 향한다. 감독은 팀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고, 그날 출전할 선수를 고르는 사람이며, 역할을 부여하는 사람이다. 경기 중 위기를 읽고 전술을 바꿔야 하는 사람도 감독이다. 선수 한 명의 실수는 경기의 일부이지만, 팀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리더십의 문제다.

 

우리가 일하는 조직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은 직원이다.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보고서를 쓰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직원이다. 하지만 성과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팀장을 본다. 왜 이 부서는 방향을 잃었는지, 왜 좋은 인적자원이 있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지를 묻는다. 리더는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일이 제대로 되도록 만드는 책임을 가진 사람이다.

 

좋은 리더십은 좋은 사람을 모아 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선수가 많다고 좋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표팀 역시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 곧 팀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좋은 선수들이 모였는데도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리더에게 향한다. 그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가, 각자에게 어떤 역할을 맡겼는가.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을 지시했는가.

 

리더의 첫 번째 책임은 방향이다. 방향이 불분명하면 노력은 흩어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열심히 해보자’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할 것인지, 지금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가 구성원에게 잘 전달되어야 한다.

 

두 번째 책임은 기용이다. 리더십에서 사람을 쓰는 문제만큼 민감한 것도 없다. 축구에서 선수 선발과 출전 명단은 늘 논란이 된다. 왜 저 선수가 빠졌는지, 왜 저 위치에 세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회사도 같다. 누가 이번 프로젝트를 맡는지, 누가 승진하는지 등은 조직 전체에 신호를 보낸다. 그 결정이 납득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기준을 의심한다. 실력보다 친분이나 관계가 앞선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의 에너지는 빠르게 식어간다.

 

세 번째 책임은 위기 시 변화에 대한 판단이다. 축구 경기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변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감독의 능력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직 역시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 환경이 바뀌고 때로는 법령도 바뀌고, 인사발령, 이직 등으로 구성원도 바뀐다. 이때 리더가 기존 방식만 고집하면 조직은 뒤처진다.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체면보다 판단이다.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실수보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질문이 남아 있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원하는가.

 

좋은 선수만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다. 좋은 직원만으로도 좋은 조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능력을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도 여기에 있다. 리더는 직접 골을 넣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의 방향을 만들고, 패배의 책임을 진다. 결국 팀의 수준은 결정적인 순간, 리더의 판단을 통해 드러난다.


오윤
오윤
조직행동을 연구하며 사람과 조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HR분야에서 사람과 조직을 경험하며,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례를 연구와 연결해 조직문화, 리더십, 구성원의 행동을 주제로 꾸준히 기록해 왔습니다. 사람의 성장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고, 건강한 조직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일터에서 마주하는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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