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의 권위와 명예를 위해 다양한 비법과 노하우를 학습한다. 과연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존경은 어디서 출발하는 걸까. 나는 리더에 대한 존경도 결국 위기의 순간에 보인 사소한 행동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네팔의 어퍼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기계 작업반장 산자이 사흐(Sanjay Sah)가 구조된 것은 재난 발생 9일 뒤였다. 그에게는 사고 당시 빠져나갈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먼저 동료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렸다.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시간이 지났고 결국 그는 터널을 탈출하지 못했다. 구조된 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모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내 책임이었다.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 내가 먼저 도망가는 것은 옳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또 다른 사고 하나가 떠오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과 일부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머물라는 방송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승객보다 먼저 배를 빠져나왔다. 선장은 이후 승객에 대한 구조 의무를 저버린 책임으로 처벌받았다. 두 사건의 상황과 책임 범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직과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리더는 언제 움직이는 사람인가.
우리는 흔히 리더십을 의사결정 능력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면 리더십의 정의는 훨씬 단순해진다. 누가 마지막까지 상황을 확인하는가. 누가 자신의 안전보다 구성원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가. 누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는가. 평상시에는 직급이 권한을 만든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행동이 권위를 만든다.
그래서 ‘리더’와 ‘사람들이 따르는 리더’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조직도에는 팀장이 적혀 있을 수 있다. 직책상 최종 책임자가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 위기 순간에 누구의 지시를 신뢰하고 따를지는 직급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팔로워십은 강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했던 사람, 어려운 순간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던 사람, 자신을 숫자나 자원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했던 사람을 기억한다. 그렇게 쌓인 기억이 다음 위기에서 “저 사람의 판단이라면 따라가도 된다”는 신뢰가 된다.
나 역시 많은 리더와 팀원을 만났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내가 리더의 역할을 맡았을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 하나가 있다. 그 원칙은 ‘함께 일하는 팀원 보다 절대 먼저 퇴근하지 않는 것’이다. ‘리더가 눈치 없이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팀원들이 마음껏 회포를 풀기 위한 목적의 자리라면 얼른 비켜줘야 한다. 하지만 팀원이 우리 팀(또는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을 땐, 밤을 새더라도 함께 사무실을 지켰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우리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내가 알고 있어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업무가 낯설어 과정이 늦어진다면 이처럼 좋은 일대일 과외이자 둘만의 데이트 기회는 없다. 이 시간을 핑계로 맡은 직무나 고객과의 소통에 어려움은 없는지, 팀원의 성향에 맞춰 필요한 정보와 자료들을 공유했다. 특히 교육이나 대외 행사를 자주 치르는 직무라면 “삼십분이라도 빨리 가면 서로 좋지! 일 시킬거 있음 빨리 다 내놔!”라고 큰 소리 치며 두 팔을 걷어 부쳤다. 그렇게 쌓인 하루 이틀 함께 했던 순간들이 리더로써 어려운 순간에 맞닥들였을 때 가장 든든한 일등 지원군이 되어 나를 보호해 주었고, 조직을 위해 다시 한 번 함께 뛰는 동력이 되었다.
나는 이런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우리 조직을 위한 HR은 어떤 기준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우리는 리더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성과를 많이 낸 사람인가.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사람인가. 윗사람에게 보고를 잘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앞으로 나서고, 성과는 구성원에게 돌리면서 책임은 자신이 질 준비가 된 사람인가. 나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있는가.
특히 AX 시대에는 관리자에게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AI가 정보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좋아질수록 사람인 리더에게 남는 역할은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 판단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결정이 맞았을 때 인정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결정이 실패했을 때 누가 남아 있는가다. 그래서 구성원에게 리더십을 묻는 가장 좋은 질문은 어쩌면 “우리 리더를 존경합니까?”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나는 이 사람의 판단을 믿고 따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조직이 보유한 진짜 리더십 자본이다.
네팔의 터널에서 가장 늦게 빠져나가려 했던 한 작업반장은 리더십의 오래된 원칙을 다시 보여줬다. 직책은 조직이 부여하지만, 사람들이 따라갈 이유는 책임지는 행동이 만든다. 그럼 책임지는 리더 한 사람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리더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이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된 공통의 기준이다. 다음 편에서는 네팔 정부의 구조와 시신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선택을 통해,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위기에서 조직은 무엇을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