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로 올라갈 수록 복종한다."
팀장이 되면 권력이 커지고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우선 팀장은 잃을 것이 많다. 팀원이 업무를 잘못하면 낮은 성과 평가를 받고 몇 달간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게 전부다. 하지만 팀장에게는 소위 '내려갈 곳'이 있다. 실패하면 직장이라는 전장에서 오랜 전투를 통해 획득한 전리품인 직책을 빼앗길 것만 같다. 이 두려움이 팀장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고, 명확한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
게다가 권한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팀원은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팀장은 팀원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임원은 팀장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CEO는 모든 구성원의 성과에 의존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타인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혼자 결정할 수 없기에 타인의 의견이 중요해지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평가권을 쥔 상사의 의견이 가장 소중해진다. 결국 무엇이 올바른지보다 임원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상사와 부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뜻하는 '권력거리(Power Distance)'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얼마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권력거리가 가까우면 부하도 상사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거리가 멀면 상사의 의견에 순응한다.
그런데, 같은 조직 내에서도 계층에 따라 권력거리가 다르다. 팀원과 팀장 사이의 권력거리는 상대적으로 가깝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보며 일하고 사적인 대화도 자주 나눈다. 팀원은 팀장에게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팀장과 임원 사이의 권력거리는 멀다. 임원은 별도의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자주 만나기 어렵다. 만난다 해도 그 만남은 대개 임원의 홈그라운드인 집무실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의 무거운 집기, 액자 속의 구호, 읽었는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책들이 위압감을 형성한다. 만남의 목적도 대부분 보고다. 보고는 상하관계가 가장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형식이다. 이로 인해 임원과 팀장 사이의 권력거리는 더욱 멀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조직에서 팀장이 발휘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강력한 팔로워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