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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되면요… 나는 사라지고, 조직만 남는 느낌이에요.
책임은 커지는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으니까요.” (Z세대 구성원 A)
“중간관리자가 되면 항상 위에서 맞고 아래에서 맞고, 감정까지 관리해야 하잖아요.
그걸 감당할 만큼 보상이나 성장감이 있나요?” (Z세대 구성원 B)
“리더십이 ‘권한’이 아니라 ‘소진’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잘해도 티가 안 나고, 문제만 내 책임이 되는 자리 같달까요.” (Z세대 구성원 C)
과거 우리 세대는 조직에 들어가면 누구나 리더가 되고, 더 나아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을 꿈꾸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무슨무슨 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일이 곧 우수 인재로 인정받는 길이자 커리어의 최고 영광처럼 여겨졌죠. 그런데 요즘은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리더가 되기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Conscious Unbossing(의도적 언보싱)’ 움직임입니다.
DDI는 ‘Conscious unbossing’을 젊은 인재가 전통적 리더/관리 역할에서 의도적으로 물러나는 흐름으로 정의하며, 그 배경에 웰빙 보호와 리더 역할의 부담이 있음을 언급합니다. Robert Walters 조사에서도 Gen Z 다수가 중간관리자를 “고스트레스·저보상”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소개됩니다. Korn Ferry 역시 젊은 구성원이 관리직을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흐름을 짚습니다.
이 현상을 “요즘 세대는 책임을 싫어해서”라고만 해석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언보싱은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제시하는 리더십 모델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생겨난 구조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언보싱은 ‘승진 거부’가 아니라, ‘지금의 나의 리더를 보면 그 자리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리더가 되어보면, 내 일만이 내 일이 아니고 내 성과만이 내 성과가 아니게 됩니다.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고, 부서 내외 R&R 갈등에서는 교통정리를 해야 하고, 내 성과도 챙기면서 구성원의 성과도 챙기며 성장시키는 역할까지 떠맡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부담이 무거운데도,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 외롭고 고립되기 쉬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경험은 “리더가 되는 매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게다가 “중간관리자”라는 위치 자체가 위·아래의 기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더더욱 “스트레스 대비 보상이 적은 자리”로 인식되곤 합니다.
따라서 언보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합니다.
“왜 Z세대는 리더를 기피할까?” 가 아닌
“왜 리더 역할이 매력적인 성장 경로가 아니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자리로 보일까?” 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구성원의 동기만 보지 말고 리더 자신의 상태를 봐야 합니다. 문제의 시작은 종종 “리더가 약해서”가 아니라 리더가 ARC를 잃는 구조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사람이 자율성·관계성·유능감(ARC)이 지지될수록 동기·웰빙·성과가 좋아지고, 이 욕구가 좌절되면 소진과 방어가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조직에서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을 지지하는 개입이 리더 행동 변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검토도 있습니다.
따라서 ARC를 세우는 리더십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리더가 먼저 ARC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팀의 ARC도 세울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중간관리자를 꺼리는 이유로 ‘의사결정 권한 부족’이 거론됩니다.
즉, 리더의 자율성 회복은 “재량을 조금 주자”가 아니라 결정권 구조를 다시 잡는 일입니다.
결정권을 ‘말’이 아니라 ‘문서’로: 어디까지/무엇을/언제 결정하는지 명확화
Stop-doing 권한: ‘추가’가 아니라 ‘중단’이 가능해야 리더의 통제감 회복
관계성이 무너지면 리더는 더 고립되고 팀은 더 불신하게 됩니다. SDT 관점에서 관계성은 동기와 웰빙을 지탱하는 핵심 ‘영양소’입니다.
리더를 ‘완충재’로 방치하지 않기: 또래 리더 네트워크/코칭으로 연결
리더도 “힘들다”를 말할 수 있게: 리더의 심리적 안전이 있어야 팀의 신뢰도 회복
유능감은 칭찬이 아니라 역량이 자라고 있다는 감각에서 옵니다. 그런데 리더에게는 “팀은 성장시켜라”라는 요구만 있고, 정작 리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을 구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 역할을 ‘스킬셋’으로 정의해 훈련: 갈등관리/코칭/우선순위 설계는 센스가 아니라 스킬로 훈련
리더에게도 피드백 루프 제공: 코칭·멘토링을 정례화해 리더의 성장감을 회복
리더의 ARC가 회복되면, 더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된 리더와 일하는 매니저는 39% 더 몰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몰입도가 높은 매니저에게 지시를 받는 구성원은 적극적 비몰입된 매니저에게 지시를 받는 구성원보다 59% 몰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몰입도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Z세대는 리더가 되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의 리더가 되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조직이 해야 할 일은 “의식을 바꾸는 캠페인”이 아니라, 리더 역할이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직무와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리더가 매력적인 이유는 ‘권력’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관계성), 성과를 만들고(유능감), 선택할 수 있기(자율성) 때문입니다.
“리더가 되는 길”이 더 이상 ‘영광의 계단’이 아니라 ‘고독한 벌판’처럼 느껴지는 순간, 다음 세대는 합리적으로 멈춥니다. 그 멈춤을 세대를 탓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리더십 모델을 바꾸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