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는 참 다양한 교육이 있습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입교육을 하고, 팀장이 되면 구성원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리더교육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리더는 아니지만 어느새 후배가 생긴 사람, 팀장의 이야기를 먼저 이해하고 팀원들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사람, 회의가 끝난 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에요?”라는 질문을 받는 사람.
저 역시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쪽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쪽에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위와 아래의 말이 모두 제게 모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리더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배들이랑 조금 더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괜히 먼저 다가갔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심스럽더라고.”
그런데 얼마 뒤에는 후배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리더분들과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먼저 다가가면 괜히 버릇없어 보일까 봐 어렵더라고요.”
둘 다 관계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서로가 불편해할까 봐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생겼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리더는 후배가 불편해할까 봐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고 저를 통해 말을 전했고, 후배 역시 리더에게 바로 말하기 어려워 저를 먼저 찾았습니다.
그렇게 위의 말도, 아래의 말도 자연스럽게 제게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팀장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어.”
이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전달입니다.
반면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지까지 함께 설명하는 것은 통역에 가깝습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원들이 싫어합니다”라고 전하는 것은 전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부담스러운지, 어떤 설명이 부족했는지,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를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통역입니다.
그렇다고 관계 통역자가 말을 예쁘게 포장하거나, 양쪽의 불만을 혼자 받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상황을 조금은 비슷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관계 통역자가 되었다고 느껴진다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이런 세 가지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나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를 확인하면 단순한 지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뀝니다.
주니어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무엇이 바뀌면 좋을지”를 한 번 더 물어보면 불만 속에 있는 진짜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후배들이 책임감이 없어요”보다는 “일정과 역할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르게 이해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대화를 이어가기 쉽습니다.
“팀장님이 너무 일방적이에요”보다는 “결정의 배경과 기준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바꿔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 통역자가 모든 말을 계속 대신해주기 시작하면, 오히려 직접 대화할 기회는 더 줄어듭니다.
필요하다면 첫 문장을 열어주고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주는 것까지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래야 관계를 잇는 사람도 지치지 않고 오래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팀에도 유독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리더의 말을 다시 풀어 설명하고, 후배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위로 전하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팀에서도 세 가지 정도는 해줄 수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잘 설명해줘”라고 하기 전에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맥락 없이 설득만 맡기는 것은 통역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곤란한 자리에 대신 세우는 일일 수 있습니다.
관계 통역자는 위와 아래의 이야기를 모두 듣기 때문에 팀의 분위기와 실제 어려움을 비교적 빨리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말을 전달하게 하기보다 “지금 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을 챙기고, 분위기를 살피고, 양쪽의 말을 정리하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이 있어야 팀의 관계가 덜 어긋나고,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듭니다.
단순히 “원래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고 넘기기보다, 이런 역할 역시 팀을 굴러가게 만드는 중요한 일로 봐줬으면 합니다.
다만 모든 대화를 한 사람에게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관계 통역자는 서로가 직접 마주 앉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사람이지, 모든 이야기가 계속 우회해서 지나가야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입교육과 리더교육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별도의 교육도 없이 누군가의 선배가 되고, 어느 순간 리더와 주니어 사이에서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말을 잘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필요한 것은 전달보다 통역에 가까웠습니다.
리더의 의도는 주니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주니어의 마음은 리더가 이해할 수 있는 맥락으로 옮기는 일 말입니다.
어쩌면 조직에는 말을 빠르게 전하는 사람보다, 서로의 말이 제대로 닿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팀에는 누가 관계 통역자의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혹시 그 사람이 여러분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