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커뮤니티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의 함정에서 조직을 구하려면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의 함정에서 조직을 구하려면

데이비드 코트의 책 <항상 이기는 조직>을 읽고
성과관리HRBP리더십미드레벨시니어리더
정욱
강정욱Mar 1, 2026
8813

나는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했는데 첫 번째 시간, 교수님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과학과 공학은 큰 차이가 있다. 공학은 트레이드오프의 학문이다. 단단하면 무겁고, 단단하면서 가벼우면 가격이 높다. 어떤 상황에서도 늘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해야 한다." 비록 공학을 커리어로 이어가진 못했지만, 그때 배웠던 개념은 여전히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 조직을 운영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키워드도 '트레이드오프'다. 매출과 비용, 단기 성과와 장기적 성장, 문화와 성과. 수많은 갈등 속에서 우리는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데이비드 코트의 책 <항상 이기는 조직>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의 본질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어떻게 하면 둘 다 취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트레이드오프를 넘어 탁월함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창의적 긴장과 심리적 안전감

"어떤 멍청이라도 한 가지 지표는 개선할 수 있다. 인력을 줄여 단기 비용을 낮추거나, 무리한 할인으로 일시적인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저자는 파격적으로 '멍청이'라는 단어까지 '단순한 지표 개선'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조직 내에 창의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리더들이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과 '불안이나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팀을 맡고 리더십을 발휘하던 초기에 나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불안감을 느끼는 팀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견을 경청하고, 1:1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팀이 정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딱히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들 '어제 했던 대로' 오늘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한 명씩 1:1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 일하는 방식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반복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제가 좀 더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함께 긴장도를 높여 보시죠." 건강한 리더십은 심리적 안전감과 더불어 적절한 긴장감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져야 하고, 때로는 뼈아픈 피드백을 공유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일이다. 리더의 일이란 팀에게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욕을 먹는 일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리더, 탑다운과 바텀업의 조화

나는 모든 조직에서 조직 운영 체계로서 '회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원활한 회의 진행'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회의의 목적은 명확하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리스크를 다 함께 파악하고, 실행 과정이 매끄럽게 되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관점이 치열하게 드러나지 않는 회의는 사실상 낭비에 가깝다. 

저자는 회의 중에 상대의 말을 듣고 '3초'를 기다리는 습관을 들였으며,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결론과 그에 이른 사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또한 모든 논의가 끝나면, 회의 참가자들에게 ‘내 위치에 있었다면 어떤 의견을 내릴지' 묻는다. 의견을 들은 후,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말한다. 그렇게 논의하는 과정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매끄럽게 느껴진다. 

결국 훌륭한 리더는 양자택일을 뛰어넘는 훌륭한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만 한다. 지나친 탑다운 방식으로 구성원의 의지를 꺾어서도 안 되고, 과도한 바텀업에 기대어 명확한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해서도 안 된다. 충분히 의견을 듣고, 낯선 관점으로 상황을 전환해 보게 한 뒤, 단호하게 결정하고 맥락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지금의 시대에 리더가 중심을 잡는 유효한 방식이다.

지표의 함정에서 벗어나 의도를 좇아야 한다

많은 조직에게 익숙한 성과관리 방식은 'KPI'다. 팀별로 측정하는 지표를 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표를 개선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면서, 그 목표 밑에 깔린 사업 의도는 망각한다. ‘의도가 아닌 말만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좋아 보이는 지표를 앞세우고 불리한 지표를 숨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지표 개선 자체에 매몰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경기장 밖의 관찰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부분 최적화가 전체 최적화를 훼손하지 않도록 멀리서 조망하되, 필요할 때는 현안 깊숙이 들어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라는 문제에서 ‘팀’이란 답은 허용해선 안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필요한 작업을 마칠 책임자는 명확하게 존재해야 한다. 

스타트업 업계도 직접 개입하는 '창업자 모드'와 한 발 물러서는 '관리자 모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핵심은 상황에 맞는 유연한 모드 전환이다. 훌륭한 인재를 믿고 위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신뢰하면서도 또 한편 확인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책임을 묻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단기 성과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AI가 조직의 생산과 효율을 담당하는 시대다. 리더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더욱 인간적인 영역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게 아닐까?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가능성 높은 정답을 내놓지만, 그것은 대개 기존의 경로를 강화하는 부분 최적화에 그치기 쉽다.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창의적 긴장을 유지하고, 단순한 지표 개선을 넘어 조직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으로서 리더의 몫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팽팽한 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예술이다. 특히 AI 시대에서 리더들은 단기 성과를 내면서도 장기적 비전을 놓치지 않고, 팀원에게 안전감을 주면서도 치열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을 필요로 한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역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조직은 비로소 '항상 이기는 팀'으로 거듭난다. 공학이 '트레이드오프'의 학문이라면, 리더십은 그 트레이드오프를 넘어서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닐까?


정욱
강정욱
레몬베이스 People & Culture 팀 리더
레몬베이스 People & Culture Team Lead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A부터 D까지 여러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았고,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중입니다. 저서로 <나의 첫 커리어 브랜딩>과 <스타트업 HR 팀장들>이 있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