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소개할 영화는 〈굿 윌 헌팅〉이다.
MIT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윌 헌팅은 어느 날 복도 칠판에 적힌 난해한 수학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풀어낸다. 명문대 교수도, 박사과정 학생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그는 화려한 학위도, 눈에 띄는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사람의 가능성은 이력서 안에 모두 담길 수 있는가.
오랫동안 기업의 채용은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었다.
직무기술서를 만들고, 그에 맞는 학력과 경력,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조직은 정해진 직무와 직급으로 구성됐고, 채용은 비어 있는 자리를 메우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AI는 직무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마케팅은 데이터를 이해해야 하고, 기획은 AI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개발자는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하나의 직무 안에 여러 역량이 섞이면서 기존의 직무 구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람을 뽑는 기준도 함께 바뀌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역량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직무 중심 채용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링크드인 코리아의 분석에서도 신규 채용 공고 상당수가 AI 도구 활용 경험을 우대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채용의 무게중심이 학력과 경력에서 실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가장 과감하게 실행한 기업 가운데 하나가 IBM이다.
IBM은 '학위보다 스킬'이라는 원칙 아래 상당수 직무에서 학력 요건을 없앴다. 처음에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실제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학위가 없는 직원과 학위가 있는 직원 사이에 의미 있는 성과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조직에 들어오면서 인재 풀이 넓어졌고, 견습 프로그램도 크게 확대됐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자 채용의 모습도 달라진 것이다.
People팀이 주목해야 하는 변화도 여기 있다.
앞으로는 빈자리를 채우는 채용보다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모으는 채용이 더 중요해진다.
팀도 더 이상 내부 직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사내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 그리고 AI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하이브리드 팀이 점점 자연스러운 조직의 모습이 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채용하는 것은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배우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력서는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설명하기에는 이미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Patrick's Insight
최근 채용과 인재 선발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교육의 봄'이라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자주 떠오른다. 교육의 봄은 학벌과 스펙 중심의 채용문화를 넘어, 개인의 실제 역량을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학교 이름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자는 문제의식은 AI 시대의 채용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기업도 이제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력과 스펙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대신할 만큼 개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스킬 기반 채용도 공정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People팀이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채용 공고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역량을 발견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번 주 회의에서는 이런 질문 하나를 던져보면 어떨까.
"우리 회사는 사람의 과거를 채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채용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