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경험(HX)을 기획하는 HR,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인간경험(HX)을 기획하는 HR,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HR의 외로움
조직설계HRBPHR 커리어리더임원CEO
코치
최병주 코치Jun 7, 2026
2104

최근 한 분의 HR담당자와 대화하며 그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회사 규모 상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러모로 많이 지쳐있었던 마음을 누군가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 대화 속에서 비단 그 분만이 아니라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기도 했고, 이 모습이 또 다른 HR담당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간혹 조직을 들여다보면, HR 담당자가 철저히 혼자서 일하는 외로운 풍경을 목격하곤 한다. 회사와 조직의 규모가 작아 물리적으로 '1인 담당자'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부서나 팀의 형태를 갖추고 있음에도 파편화된 독립 업무 환경 때문에 홀로 섬처럼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팀으로 존재하지만 팀원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부재한 상황에서, 리더의 관심마저 멀어지면 고립의 깊이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또는 CEO)는 ‘담당자가 훌륭하니까 혼자서도 잘하겠지’라는 신뢰와 기대를 담은 위임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담당자에게는 신뢰가 아닌 고독한 '무관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HR이 홀로 일하는 환경에서 과연 가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얼마나 기대 가능한 일일까? 유능함과 열정, 의지가 환경의 제약 없이 꾸준함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잠시 HR이라는 업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HR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제안하는 역할이다. 존재하지 않던 제도를 만들고, 조직의 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하며, 미래를 함께할 사람을 영입한다. 본능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조직과 구성원을 상대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견인해야 하는 자리다.

HR의 일은 조직 전체와 다수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 특정 소수나 단일 부서가 아닌, 전사적인 영향력을 고려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커다란 조직과 많은 구성원을 대하는 일이기에 소통의 비용과 감정적 소모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HR은 내적동기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HR 업무의 결과는 정작 그 담당자에게 오지 않는다. HR의 성과는 결국 현업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HR은 본질적으로 외부지향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흘린 노력이 조직에 기여했다는 주변의 격려와 인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단 한 명의 HR담당자가 조직 전체와 다수의 구성원을 상대로 소통하고 변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현장에서 1인 담당자나 독립적 업무 수행 상황에서 HR담당자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탁월한 성과를 내는 모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연결감을 잃어버린 HR은 결국 1인의 한계를 절감하며 스스로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변화와 도전을 향했던 뜨거운 의지는 이내 쇠퇴하고, 어느덧 상처받지 않기 위해 루틴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행정 업무만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고립된 환경에서 조직을 위한 새로운 일의 발견이나 창의적인 도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렇다면 HR이 혼자 외롭게 일하지 않고,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리더와 조직은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까? CEO, HR리더, 현업들의 관점 변화가 선행된 세 가지 실천적 노력을 제안하며 당부하고자 한다.

1. 리더(경영진)의 원온원(1:1)과 스폰서십 : HR에게 외로운 칼자루를 쥐어주지 마라

HR담당자가 조직의 변화와 추진하려 할 때, 리더의 '스폰서십'이 없다면 그것은 무모한 맨몸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경영진)는 주기적인 원온원(1:1) 미팅을 통해 HR 담당자와 정기적으로 호흡하고, 조직의 진짜 문제와 비즈니스 맥락(Context)을 긴밀하게 싱크해야 한다. HR을 단순 행정 조직으로 고립시키지 않고, 리더(경영진)가 직접 힘을 실어주는 명확한 스폰서십을 보여줄 때, HR은 진정한 '경험과 변화 촉진자'로서 역할에 몰입할 수 있다.

2. 현업 리더들의 지원과 협업 : 손을 잡아주지 않는 제도는 결코 살아 숨 쉴 수 없다

채용, 평가, 면담 등 조직이 내놓는 모든 인사적 변화는 결국 현업 팀장들의 지원과 협업을 통해서만 구성원의 삶에 안착할 수 있다. HR이 아무리 치열하게 고민해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의 리더가 등 돌린 제도는 허공에 흩어지는 서류 뭉치에 불과하다.

현업의 리더들이 HR을 자신들을 통제하는 감시자가 아닌, '우리 팀의 성장을 돕는 가장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로 믿고 손을 잡아주셨으면 한다. 피플 매니지먼트(People Management)의 여정에 HR과 팀장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걸을 때, HR은 비로소 고독한 싸움을 멈추고 조직 전체를 따뜻하게 채우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3. 조직 차원의 문화적 안전망 : ‘성과의 시차’를 메워주는 피드백과 격려

HR 업무는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제도를 바꾸거나 사람을 뽑아도 그 결실은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에 현업의 성과로 나타난다. 이 '성과의 시차'에서 오는 지침과 무기력을 막으려면, 조직이 HR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과정을 먼저 알아채고 정성적으로 인정(Recognition)해 주는 문화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결과의 열매를 현업에 기꺼이 양보하는 HR 담당자들에게 이는 가장 강력한 내적 동기를 공급하는 샘물이 될 것이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HR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위한 조직과 환경의 도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HR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HR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과 지원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HR이 고생하고 힘드니 봐달라다는 투정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HR담당자 역시 조직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당연한 책임을 수반한다. 다만, 그 책임을 더욱 온전히 다할 수 있도록 조직적 지지와 환경이 구축의 필요함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HR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최고의 '인간 경험(HX)'을 하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을 기획하는 HR 담당자 역시 조직으로부터 지지받고 연결되어 있다는 '인간적인 경험'을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

외로운 HR이 만드는 조직문화에는 결코 온기가 돌 수 없다. HR이 혼자 외롭게 일하지 않고, 조직 전체와 함께 호흡하며 일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pilogue

저 역시도 25년 가까운 HR의 길을 걸어오며 외로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팀 속에 있었지만 '1인 담당자'라는 직무의 독립성 속에서 홀로 섬처럼 고립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상위 리더의 무관심 속에서 격려보다는 채찍질을 견뎌야하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새벽 1시 퇴근길에 집을 향하지 않고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고뇌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과연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밤새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것이 비록 저만의 아픈 기억이었을까요? 지금도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홀로 고군분투하며 깊은 외로움을 표출하고 있는 수많은 담당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명과 소임을 다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

이 글은 과거의 저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직의 최전선에서 의지있게 버티고 있는 모든 HRer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응원의 연대기입니다.


코치
최병주 코치
위즈덤브릿지 대표 코치
개인과 조직을 연결하고 지혜로운 성장을 돕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